[한반도미래포럼] "北 '체제보장'과 '안전보장' 구분해야"
[한반도미래포럼] "北 '체제보장'과 '안전보장' 구분해야"
  • 조문정 기자
  • 승인 2019.07.17 22:34
  • 수정 2019.07.17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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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체제보장'이라는 표현 쓴 적 없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라고 표현
6자회담 당시 北 김계관 부상 "언제 우리가 체제를 보장해달라고 했느냐"
천영우 前 수석 "김계관, 美 의회 동의 받아 법적 구속력 있는 안전담보 원해"
17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제3회 한반도미래포럼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조태용 전 외교차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김천식 전 통일차관, 김태영 전 국방장관[사진=위키리크스한국]
17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제3회 한반도미래포럼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조태용 전 외교차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김천식 전 통일차관, 김태영 전 국방장관[사진=위키리크스한국]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지난주 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체제안전보장을 언급했지만, 정작 북한은 그간 '체제안전보장'을 요구하거나 언급한 적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북한과의 협상에 임했던 전직 외교부 고위 관료들은 향후 비핵화 협상을 위해 '체제안전보장'과 '안전보장'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 북핵 협상 수석대표를 지낸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은 17일 서울 종로구 소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북핵 협상의 해법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한반도미래포럼 토론회에서 "북한은 주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라는 말을 쓰는 데 반해, 현 정부를 포함해 국내적으로 '체제안전보장' 또는 '체제보장'이라는 말이 흔히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체제보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다

조태용 전 차관은 "북한은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체제보장이 아니라고 했다"며 김계관 당시 외무성 부상이 6자회담에서 했던 발언을 소개했다. 당시 김 부상은 '체제는 수령님을 결사옹위하는 전 인민에 의해 보장되므로 다른 나라의 보장은 필요 없다. 언제 우리가 체제를 보장해달라고 했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조 전 차관은 "김 부상의 발언에 6자회담의 나머지 5개국이 당황했다"며 "2005년 공동성명에는 보편적인 개념인 안전보장이라는 개념으로 풀어 반영됐다"고 말했다.

조 전 차관에 따르면 체제보장이 다시 비핵화 협상의 화두로 등장한 시점은 2018년 3월 6일이었다. 당시 우리 특사단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후 "북측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조 전 차관은 북한이 '체제보장'이라는 표현을 쓴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올해 5월 15일 조선신보에서 '미국의 회담 목적이 선(先) 무장해제, 후(後) 체제전복임이 분명'해졌다는 식으로 주장한 경우는 있다"고 말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도 의문을 제기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과연 대북 특별사절단에게 '체제안전보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겠는가 하는 것부터 의심된다. '제도와 체제'라는 단어를 혼돈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태 전 공사는 4월 12일 자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서 한 번 나오는 '체제'라는 표현은 평화체제를 뜻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은 당시 시정연설에서 '한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세계 모든 평화 애호역량과 굳게 손잡고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도 북한이 체제안전보장 방안에 대해 스스로 정의를 내린 바가 없다는 점에 동의했다. 김 전 차관은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중단, 전략무기 반입금지, 군축, 핵우산철폐, 주한미군 철수 등 군사적인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고, 적대시 정책 철폐나 흡수통일 폐기, 평화협정과 불가침조약 체결, 미북 관계 정상화 등을 주장한 바는 있으나 이러한 것들이 북한의 체제보장방안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한이 요구하는 '안전보장'이란 무엇인가

태영호 전 공사는 "굳이 김정은이 '체제안전보장’이란 표현을 사용했다고 믿는다면 북한이 바라는 '체제안전보장’이란 정치경제군사 등 모든 분야, 즉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 철폐'"라며 "결국 체제안전보장이라는 개념에 종전선언, 평화협정체결, 한미합동군사연습 영구 중지, 북미관계 정상화, 제재 해제와 함께 미국의 핵우산 철폐,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 더 나아가 인권 문제 등 북한의 '존엄 높은' 체제를 '고립 압살'하려는 시도로 의심되는 모든 정책과 언행이 포함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그는 "김정은이 바라는 체제안전보장이란 핵무기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일부 핵시설을 폐기하는 방식으로 제재의 일부를 풀어, 침체된 북한 경제를 적정 수준으로 활성화해 세습통치 구조를 이어가는 것"이라며 "김정은은 영변 등 일부 핵시설을 폐기하는 방식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협을 재개해, 통제 가능한 '북한식 닫힌 모델형 경제특구 방식'으로 북한 경제를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수준에 올려놓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6∼2008년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당시 북측 수석대표였던 김계관 부상의 발언을 공개하며 '북한이 원하는 안전보장은 미국 의회의 동의를 받아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안전 담보'라고 밝혔다. 

천 전 수석은 "'당신들이 원하는 안전보장이 무엇이냐'고 묻자 김 부상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안전 담보를 해달라. 미국 의회의 동의를 받아 법적 효력이 있는 안전 담보를 해야 믿을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체제보장'과 '안전보장'을 구분해야

조태용 전 차관은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하거나, 평화협정 협상이 열리게 되면 필연적으로 안전보장, 즉 군사 분야 문제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체제보장과 안전보장을 구분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전 차관은 "다른 나라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은 군사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안전보장', 즉 외부의 위협에 대한 것"이라며 "체제보장은 내부 위협에 대한 것으로, 아무리 북한이 특이한 체제라고 해도 체제보장은 궁극적으로 북한 주민에게 달린 문제"라고 체제보장과 안전보장을 구분했다.

그는 "우리가 고려할 수 있는 대북 안전보장은 북한의 선제공격이 없는 한 군사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불가침보장으로서 군사적 신뢰구축, 군비통제조치 등은 평화협정에 포함될 수 있다"면서도 "평화협정은 북한 비핵화에 선행하거나 아무리 빨라도 북한 비핵화가 완결돼야 발효될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섣부른 평화협정 체결 추진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북한이 한미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전보장 관련 요구를 하며 비핵화의 조건으로 끝까지 고집한다면, 북한이 비핵화 의사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조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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