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천 화재' 손해배상 책임 합의문에 넣었다 이틀 뒤 뺀 충북도
[단독] '제천 화재' 손해배상 책임 합의문에 넣었다 이틀 뒤 뺀 충북도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07.23 15:53
  • 수정 2019.07.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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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보상안 합의문 입수...."위자료 포함 손해배상 지급"
충북도, 유족 총회 전날 수정 합의문 통보 "위로금 지급"
제천시 "협상은 도 주도... 수정 합의문 존재 자체 몰라"
지난 2017년 12월 21일 불이 나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시 소재 복합스포츠센터 건물. [사진=윤여진 기자]
지난 2017년 12월 21일 불이 나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시 소재 복합스포츠센터 건물. [사진=윤여진 기자]

충청북도가 '제천 화재 참사'의 법적 책임을 인정해 유가족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합의문까지 작성했다가 이틀 만에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도와 유족이 지난해 7월부터 이어온 보상안 협상은 법적 책임 인정과 도지사의 사과를 두고 의견이 엇갈려 지난 4월 26일 결렬된 상태다. 

위키리크스한국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1월 마지막주 당시 오진섭 충북도 재난실장과 이영희 제천시 행정복지국장은 충북 제천시 소재 식당에서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 대책위원회' 대표 류건덕씨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오 실장은 손해배상 합의문 1부씩을 이 국장과 류씨에게 전달했다. 당시는 2018년 7월 5일부터 같은 해 11월 24일까지 여덟 차례에 걸친 보상 금액 협의가 마무리된 상태였다. 보상 금액 총액을 75억원으로 잠정 합의한 만큼 지급 급액의 성격을 어떻게 볼지 정하는 문제만 남은 것이다.

이날 세 사람이 공유한 합의문에는 유족 측이 요구한 손해배상 책임 일부와 이시종 충북지사의 사과 표시를 충북도가 수용한다는 약속이 담겼다. 본지가 입수한 2018년 11월 28일 자로 작성된 '제천휘트니스화재참사 손해배상 잠정합의안' 제목의 합의문 1항은 "충청북도는 유가족에게 <별지1호>에 해당하는 일실수입 및 위자료를 포함한 손해배상을 지급한다"고 돼 있다. 3항 단서조항엔 "충청북도 도지사님의 성의 있는 사과표시(형식불문)"를 명시했다.  

충청북도와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 측이 2018년 11월 28일 합의한 최초 손배배상 합의문. [사진=윤여진 기자]
충청북도와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 측이 2018년 11월 28일 합의한 최초 손배배상 합의문. [사진=윤여진 기자]

손해배상은 ▲적극적 손해배상(치료비·장례비 등 지출 금액) ▲소극적 손해배상(일하지 못해 손해 본 금액) ▲정신적 위자료로 나뉘는데, 충북도가 이중 적극적 손해배상을 제외한 나머지 손해배상 책임을 모두 인정한 것이다. 합의문엔 회동한 세 명의 이름이 적혔지만 오 실장은 "유족 대책위에서 총의가 모인 후 서명하겠다"며 서명란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 같은 달 28일엔 이 지사가 충북 충주시 모처에서 류씨를 직접 만나 "유족 설득을 부탁한다. 꼭 합의문이 총회에서 가결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틀 뒤 충북도는 급변했다. 오 실장은 2018년 11월 30일 자로 작성된 '제천휘트니스화재참사 위로금 지급 잠정합의안'을 유족 측에게 전달했다. 바뀐 합의문 1항은 "충청북도는 유가족에게 <붙임자료>에 해당하는 위로금을 지급한다"라고 수정됐다. 3항은 "유가족은 충청북도·제천시가 지급한 금액 범위 내에서 충청북도·제천시에 손해배상청구권을 양도한다"고 해 지자체의 손해배상 책임 자체를 부정했다. 

충청북도가 최초 합의문 교부에서 이틀 지난 2018년 11월 30일 유족 측에 일방 통보한 수정된 '위로금 지급' 합의문. [사진=윤여진 기자]
충청북도가 최초 합의문 교부에서 이틀 지난 2018년 11월 30일 유족 측에 일방 통보한 수정된 '위로금 지급' 합의문. [사진=윤여진 기자]

충북도의 이같은 합의문 변경은 일방적이었다. 오 실장은 유족 대책위의 총회가 열리기 하루 전날 수정된 합의문을 류씨에게 전달했다. 심지어 제천시에는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이 지사는 수개월 후 유족을 만나 "도지사로서 격려하는 차원에서 위로금을 지급하겠다.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면 보험금 지급을 마친 보험사가 도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삼성화재 측은 참사 초기인 2017년 12월 23일 이근규 당시 제천시장을 만나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취재됐다. 

하루 뒤인 같은 해 12월 1일 유족 대책위는 최초 합의문과 수정 합의문을 모두 표결에 부쳤다. 결과는 각각 가결과 부결이었다. 6일 뒤 11차 보상안 협상이 열렸지만 충북도는 유족 대책위 총회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초 합의문에 날인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본지는 최초 합의를 번복한 충북도의 입장을 듣기 위해 최근 퇴직한 오 실장에게 연락했지만 그는 "퇴직한 입장에서 할 말이 없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자세한 사정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오 실장은 모두 거절했다. 취재를 피한 충북도와 달리 제천시는 최초 합의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 국장은 "그날(2018년 11월 마지막주) 그렇게 합의한 건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수정된 내용은 합의문은 충북도로부터 통보받지 못했다. (합의문) 존재 자체를 모른다. 제천시는 협상 주체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제천 화재 참사'는 지난 2017년 12월 21일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한 복합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나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사건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건물 1층 주차장 천장 배관에 달라붙은 얼음을 녹이기 위해 설치한 보온등에 축적된 열이 주변 보온재로 퍼지면서 불이 붙었다. 소방합동조사단은 지난해 4월 18일 "현장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대처가 미흡했다"는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해당 기사의 분류를 [사회]에서 [법조]로 변경, 최초 기사 출고 시간과 상관 없이 최종 수정 시간이 2019년 7월 24일 자로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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