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윤석열 사단이 넘어야 하는 이름 '변양호'
[WIKI 프리즘] 윤석열 사단이 넘어야 하는 이름 '변양호'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07.26 06:20
  • 수정 2019.07.2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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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검찰' 뜻 맞춘 문재인 대통령-윤석열 검찰총장
적폐청산 수사에서 기업수사로 이동... 수사는 '특수통'
특수통 전성시대... 윤석열 사단은 2006년 중수부 라인
유예된 검찰 개혁 속 잊힌 기억 "론스타 변양호 무죄"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간담회장으로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간담회장으로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임기를 시작한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신임 검찰총장에게 부여한 시대상은 '공정한 검찰'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진행한 임명장 수여식 후 환담에서 “반칙과 특권은 정말로 용납하지 않는 그런 세상"과 "강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서 약자를 갑질한다거나 이런 일을 바로잡아서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한 사회"를 언급했다. 

윤 총장은 "검찰권도 국민에게서 나온 권력인 만큼 국민들을 잘 받들겠다"며 "국민의 입장에서 고쳐나가고 어떤 방식으로 권한 행사를 해야 하는지 헌법정신에 비춰 고민하겠다"고 화답했다. 

검찰 인사권자의 주문과 검찰 총수의 각오를 맞춰보면 오는 2년간의 '윤석열 사단'이 보인다. 공정과 국민의 권리, 이 두 가지를 하나로 압축한 수사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같은 불공정행위와 공기업·공공기관의 채용 비리다. 각각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형법상 업무방해·뇌물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모두 특별수사 대상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교체기에 임명된 채동욱(60·14기) 총장 이후 가장 화려한 '특수통' 총장을 임명했다는 청와대 고도의 연출이다.

◇준비된 검찰총장의 기업수사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에 남긴 글.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에 남긴 글. [사진=연합뉴스]

적어도 서울중앙지검은 준비 완료다. 윤 총장은 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4차장 아래 둔 공정거래조사부와 조세범죄수사부를 3차장 산하로 옮겼다. 특수 사건을 적폐수사에서 기업수사로 바꾼다는 신호다. 정권 1년 차에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2년 차에 양승태(70·2기) 대법원장을 겨냥했다면, 3년 차엔 공직 사회가 아닌 민간 영역에 공정의 터를 잡겠다는 의지다.

남은 건 누굴 쓰느냐다. 주요 요직 중 특수통 자리만 추리면 대검 반부패부장과 중앙지검장, 중앙지검 3차장과 특수 1·2·3·4부장이 핵심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이 넘긴 사건을 따져보는 공정거래조사·조세범죄수사부는 떠오르는 특수통 보직이다. 동부지검에 준 첨단범죄수사부를 대체할 수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보낸 미공개정보 이용이나 주가조각 같은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를 총괄하는 남부지검장과 2차장도 주목받는다.

◇'쓸놈쓸' 특수통 전성시대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부하 검사들과 함께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오른쪽)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부하 검사들과 함께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수통은 만들어지고 계승된다. 라인이 형성되고 쓴 사람을 또 쓴다. 2006년 형성된 박영수(67·10기) 대검 중수부장-채동욱 수사기획관-윤석열·윤대진(54·25기)·한동훈(46·27기) 검찰연구관은 2019년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채 기획관이 채 총장이 되자 윤 연구관을 '국정원 댓글 사건팀' 팀장에 임명했다(2013년 4월). 퇴직한 박 부장이 특별검사가 되자 윤 팀장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임명했다(2016년 11월). 파견 검사 전권을 쥔 윤 팀장은 한 연구관을 낙점했다. 
 
문 대통령이 윤 팀장을 중앙지검장에 임명하자 한 파견검사를 3차장으로 데려왔다(2017년 5월). 윤 지검장은 그를 연임시켰고, 한 차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삼성그룹 뇌물수수'(2018년 2월),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2018년 6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2018년 11월) 수사를 도맡았다. 

프로스포츠 구기 종목에서 감독이 특정 선수를 계속 기용하면 나오는 말이 '쓸놈쓸'이다. 쓴 놈을 또 쓴다는 뜻이다. 비속어 '놈' 때문에 부정적으로 읽히지만 꼭 그렇지 않다. 대통령 중심제에선 청와대 코드 인사가 어느 정도 필연이듯 대통령이 인사권을 가지는 검찰의 '쓸놈쓸'이 틀렸다 말하기는 어렵다. 특(특검, 특임, 특별수사팀)은 '다이내믹 코리아'가 만들어낸 결과에 불과하다. 

◇현대차와 론스타, 윤석열 사단의 아픈 고리 

2006년 서울 역삼동에 입주해 있던 론스타. [사진=연합뉴스]
2006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입주해 있던 론스타.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책임지지 않는 특수수사 이면이다. 다른 행정부처들은 잘못된 행정에 대해 책임을 진다. 감사원 감사를 받기 때문이다. 검찰은 다르다.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감사원은 번번이 발생하는 검사 비위나 증거 조작을 지적한 적이 없다. 심지어 항소와 상고 끝에 기소한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돼도 그렇다. 

현재 조직 내 남은 특수통 검사들에게 피고인 이름 석 자 금기어가 있다면 '변양호'다. 윤 총장이 아껴 소윤(小尹)으로 불리는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은 2006년 '현대차 로비 사건'의 주임검사였다. 그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사관)을 역임한 변양호 당시 보고펀드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변 대표를 포함한 금융당국자들은 현대자동차그룹이 고용한 로비스트로부터 돈을 받고 계열사 채무를 탕감해줬다는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를 받았다.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취임식에 참석한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 [사진=연합뉴스]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취임식에 참석한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검찰이 로비 자금으로 지목한 41억원은 로비스트 본인 계좌에 있었다. 로비스트는 현대차가 지급한 돈은 계좌에 넣고 집에 쌓아둔 현금 25억원으로 대신 로비했다고 말을 바꿨다. 법적으로 이런 진술을 '오염된 증거'라고 한다. 대법원은 로비스트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며 변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변 대표는 재판 중간에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중수부는 재차 그를 가뒀다. 이른바 '론스타 사건'이다. 변 대표는 국장 재임 중 한국수출입은행이 보유한 한국외환은행의 주식을 매각하는 업무를 위임받았다. 검찰은 그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에 팔아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적용했다. 대법원은 "정책판단과 선택의 문제"라며 이마저도 변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두 상고심 모두 사법 역사상 가장 진보적이라 평가받는 박시환 당시 대법관이 심리했다. 변 대표의 개인 성향은 보수에 가깝다.

연이은 두 사건으로 변 대표는 292일 옥고를 치렀다. 142번 재판을 버텨야 했다. 3번의 영장실질심사는 구속 앞에 선 존재가 무엇인지 스스로 묻는 시간이었다. 수감 중 생긴 화병은 평생 믿지 않던 신을 영접하는 이유가 됐다. 현상은 개인에서 조직으로 퍼졌다. 관가에 '변양호 신드롬'이 불었다. 굳이 책임질만한 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공무원들의 문화는 그렇게 자리를 잡았다. 
 
현대차 로비 사건과 론스타 사건은 모두 대검 중수부의 야심작이었다. 지난 2005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서 근무하던 윤 총장은 현대차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를 중수부에 넘긴 윤 총장은 본인도 그곳에 파견돼 꽃을 피운다. 현대차 사옥을 수색해 회장실과 비서실 사이 벽을 망치로 내려쳐 비밀금고 속 장부를 압수했다는 일화는 특수통 검사들의 영원한 자랑이다. 결국 윤 총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구속했다. 

하지만 중수부는 멈춰야 할 때 멈추지 못했다. 압수물 중 계열사인 아주금속 내부 문건인 '아주 부채탕감 추진 경과'를 발견했고 별건 수사를 시작했다. 지금 같은 법원 분위기라면 압수수색 영장 범위를 넘어선 '위법수집증거'라고 해 공소기각될 사건이다. 이 문건을 토대로 로비스트를 압박해 검찰이 받아낸 이름이 변양호다. 

당시 수사지휘라인은 지금의 특수통 계보를 배출해낸 박영수-채동욱-윤석열 라인이다. 현대차 비리 사건을 맡은 최재경(57·17기) 당시 중수1과장은 2009년 특수수사의 꽃인 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거쳐 2011년 중수부장을 달았다. 2014년 검찰을 떠났지만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검찰을 통제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변신했다. 

주임검사로서 변 대표를 직접 조사한 윤대진 검찰연구관은 2011년 중수부 첨단범죄수사과장을 거쳐 2012년 중수2과장을 달고, 이듬해 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옮겼다. 2017년 윤 총장 밑에서 중앙지검 1차장을 달고 현재는 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책임지는 검찰국장이다. 

론스타 사건은 중수2과가 담당했다. 오광수(58·18기) 당시 과장은 수사 이듬해 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건너가 2009년 부산지검 2차장검사를 지냈다. 주임검사인 심재돈(53·24기) 검사는 2010년 중수부 첨단범죄수사과장, 2011년 중앙지검 특수3부장, 2012년 특수2부장으로 옮겨가 해볼 만한 특수통 자리는 다 앉아보고 지난해까지 로펌 김앤장에서 5년간 '특수통 출신 변호사' 명함을 내밀었다. 윤 총장과 한 차장도 검찰연구관 자격으로 수사에 참여했다.

◇유예된 검찰 개혁과 제2의 변양호

지난해 12월 4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경제정책, 대한은 무엇인가?'에 참석한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4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경제정책, 대한은 무엇인가?'에 참석한 변양호(왼쪽) 보고펀드 고문. [사진=연합뉴스]

'비검찰주의자' 문 대통령은 정권 초기 소신을 접고 검찰과 손을 잡았다. 자임한 촛불 정부와 혁명 정권을 뒷받침한 게 검찰이다. 그때 쓰인 칼이 특수통이다. 검찰은 적폐를 수사하고 조직에서 특수통 검사들을 지켰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실제 특수통 검사들은 사석에서 "문재인 정부 업적이 적폐 청산 말고 뭐가 있느냐. 그것도 검찰이 한 거다"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검찰에게 약속한 건 무엇일까. 지난 5월 13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검사장들에게 한 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서 눈에 띄는 건 직접 수사의 확대를 약속한 부분이다. 당시 2주 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수사지휘권을 축소하는 검경수사권조정법을 신속처리대상 안건(패스스트랙)으로 지정하자 박 장관이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을 공언하되 유예했다. 인사청문회에서 기소권과 수사권은 분리하는 것이 맞다고 말한 윤 총장이지만 그 전제는 어디까지나 검경수사권조정법이 통과된 이후다. 그 전엔 쉬이 직접수사를 축소할 수 없다. 멈출지 모르는 호랑이 등에 탄 지 오래다. 그걸 알고 문 대통령은 '공정한 검찰'을 주문했다. 이제 남은 건 검찰이 속도를 스스로 늦출 수 있느냐다. 늦추지 못하면 제2의 변양호는 나올 수밖에 없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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