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대검 '빅3'에서 묻어나는 MB의 그림자
[WIKI 프리즘] 대검 '빅3'에서 묻어나는 MB의 그림자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19-07-31 06:59:23
  • 최종수정 2019.07.3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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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낙점 이원석·한동훈·조상준 전격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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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원석, 한동훈, 조상준 신임 검사장.

앞으로 1년간 윤석열(58·사법연수원 23기) 신임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빅3'가 31일 임기를 시작한다.

대검찰청에서 검사장급인 기획조정부장, 반부패·강력부장, 형사부장으로 각각 선택받은 자는 이원석(50·27기) 전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장, 한동훈(46·27기) 전 서울중앙지검 3차장, 조상준(49·26기) 전 부산지검 2차장이다.   

이 신임 부장은 지난 2007년 삼성비자금 특별수사·감찰본부에서, 한 부장은 2003년 불법대선자금수사팀에서, 조 부장은 2006년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각각 윤 총장과 평생의 인연을 맺었다. 이들 모두 윤 총장과 각가지 특별수사를 함께하면서 자기 기수의 대표 특수통으로 성장했다. 

빅3 공통점은 또 있다. 특별수사를 전담하다시피 해 정치적인 사건에 휘말리거나 그 가운데서도 능력을 높이 평가받아 청와대에 파견됐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이명박 정부와 뗄 수 없는 과거가 있다. 빅3가 부장검사를 달고 검사장까지 승진하는데 10년 안팎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전'(前前) 정권과 인연은 어찌 보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원석·한동훈 "돈을 받은 사람이 이상득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원석 신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이력. (표=윤여진 기자)
이원석 신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이력. (표=윤여진 기자)

이 부장은 2010년 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 부부장으로 있으면서 신한금융 사태 당시 주임검사를 맡았다. '남산 3억원'으로도 불리는 사건이다. 신상훈 당시 금융지주 사장이 횡령했다는 지금은 고인이 된 이희건 당시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15억 6600만원 중 3억원은 이상득 당시 의원에게 전달한 정치자금을 정산한 것에 불과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하지만 이 부장은 횡령 혐의만 떼어내 기소했다. 

검찰에게 일격을 가한 건 법원이었다. 1·2·3심 전부 검찰이 신 사장이 횡령했다고 본 금액 대부분이 이 명예회장이 지급받은 자문료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횡령은 회삿돈을 가로채야 성립한다. 회사 고문료로 집행됐으면 신 사장이 개인적으로 돈을 가로챘다고 볼 수 없으니 무죄라는 취지다.  

법원이 유일하게 유죄로 인정한 부분 또한 검찰에게는 달갑지 않았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 측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하려는 회사 차원의 로비 목적으로 사비를 냈고, 나중에 명예회장 경영자문료에서 정산받았다는 신 전 사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형식은 검찰이 기소한 횡령이 맞는다는 것이지만, 실질은 정치자금 부분을 재판에 넘기지 않은 검찰이 틀렸다고 지적한 셈이다. 

검찰은 2015년 재수사에 나섰고, 당시 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으로 있던 한 부장이 사건을 맡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3억원이 건네진 건 맞지만 성명불상자를 규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의원은 무혐의 처분됐다. 

◇청와대 민정-법무부 검찰과 엘리트 코스를 창시한 조상준과 한동훈

한동훈 신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이력. [표=윤여진 기자]
한동훈 신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이력. [표=윤여진 기자]

2001년 검사복을 입은 한 부장 이력을 년도 마다 구분한 표를 그린 다음 특별수사·기획 보직을 맡은 년도 칸에 색을 칠하면 공백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첫 보직부터 옛 금융조사부인 중앙지검 형사9부에 몸을 담았다가 거기서 만난 이인규 당시 부장과 함께 중수부에 파견된 이래 지금까지 특별수사 보직에만 배치돼왔다.

예외가 있다면 이명박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과 그 전후를 합한 5년이다. 한 부장은 2009년 기획 보직인 법무부 상사법무과에서 일하다 같은 해 민정2비서관 선임행정관으로 파견됐다. 2011년 법무부 검찰과 검사로 복직한 뒤 대검 정책기회과장을 지내며 전문검사제도를 만들었다. 특수부가 선호되는 검찰 문화를 바꾸자는 취지였지만 그만큼은 예외였다. 한 부장은 이때 검찰 역사상 두 번째로 민정 파견에서 검찰과 검사로 직행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엘리트 코스를 창시한 장본인은 조 부장이다. 조 부장은 1년 먼저 민정2비서관에서 일하다 검찰과 검사가 된다. 예산과 인사를 다루는 검찰과 검사는 검찰 내부에서 '1-1'로 불린다. 평검사가 갈 수 있는 최고 요직이라는 뜻이다. 보통 청와대를 거쳐오면 '정치 물 먹은 검사'라는 시선을 의식해 법무부는 조용한 곳으로 인사 발령을 내는데 예외를 만든 것이다. 예외를 만든 건 이명박 정부 법무부다. 한 부장이 민정에서 검찰과 검사로 가는 인사안을 제청한 이는 민정수석으로 한 부장과 함께 재직한 뒤 법무부로 자리를 옮긴 권재진(66·10기) 전 법무부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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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준 신임 대검찰청 형사부장 이력. [표=윤여진 기자]

◇MB 청와대에서 일한 권재진과 한동훈의 인연 

"민간인 사찰은 수사대상이 아니다."

지난해 1월, 음지에서 일한다는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양지로 끌어낸 한동훈 당시 중앙지검 3차장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민간인 불법 사찰을 은폐하고자 계좌추적이 불가능한 국정원장 특활비를 끌어썼다. 돈을 주고받은 사람은 처벌하겠다면서 돈 쓰임새는 수사하지 않겠다는 이같은 역설은 왜 나왔을까. 

이명박 정부 3년 차인 2010년 국정원은 띠지로 묶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청와대에 상납했다. 청와대가 출처 없는 돈을 국정원에서 받아 비자금으로 조성한 건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2008년 정권 교체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는 대규모 인적 청산 작업에 돌입한다. 공공기관장과 공기업 임원을 바꾸는데 필요한 명분이 필요했다. 이때 정권은 청와대 민정을 제쳐뒀다. 권력은 드러나지 않는 별동대를 원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조직이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다. 

통제할 수 없는 권력이 된 지원관실은 민간기업과 민간인에까지 손을 뻗쳤다. 조금이라도 전 정권과 관련이 있다 싶으면 뒷조사를 해 현재의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관계가 없어도 대통령을 풍자했다면 사찰 대상이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는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에 올라갔다. 

하지만 2010년 근거 없는 사찰의 꼬리는 언론에 밟힌다. 청와대는 우선 증거부터 없앴다. 청와대 지시를 받은 지원관실 소속 장진수 주무관은 사찰의 모든 증거가 담긴 하드디스크를 물리적으로 폐기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의혹을 뒷받침하는 물증을 찾지 못했다. 

다음 단계는 '입막음'이었다. 민정수석실 소속 장석명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은 김진모(53·19기) 당시 민정2비서관이 국정원으로부터 받아낸 5000만원을 장 주무관과 함께 근무한 총리실 직원에게 전달했다. 청와대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라도 한다면 검찰 재수사를 피할 수 없다는 계산이었다. 국정원 특활비가 대북 공작이 아닌 내부고발자 회유 공작에 쓰인 전말이다. 

문제는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을 수사한 중앙지검 특수2부가 민간인 불법사찰의 흔적을 발견하고도 추가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정2비서관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을 조율할 수 있는 이는 민정수석밖에 없다는 답안지가 있는데도 말이다. 특수2부를 지휘할 당시 한 차장은 "권재진 전 민정수석은 언제 소환하느냐"라는 건너뛴 기자의 물음에 "민간인 사찰 사건은 수사 범위에 있지 않다"고 피해갔다.

◇차기 검찰총장 한동훈에게 권재진이란? 

조국 전 민정수석이 차기 법무부 장관 물망에 오르자 야당이 '권재진' 이름 석 자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2011년 여름 청와대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내정하자 지금은 여당인 당시 야당이 반대한 기억을 소환했다.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이 되면 검찰이 청와대를 수사하지 못한다는 이유가 반대 근거였다. 실제 재수사 끝에 1년 뒤 재판에 넘겨진 사람 중 장 전 비서관이나 김 전 비서관은 없었다. 

민정수석실 파견 출신 검사도 다르지 않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파견 기간 청와대에서 벌어진 범죄를 검찰에 복귀해 수사하는 것은 쉬울 수 없다. 국정원 특활비 사건이 잘 말해준다. 한 부장은 자신의 상사였던 권 전 수석을 수사 대상에 올리지 않았다. 향후 한 부장이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분류될 때 '권재진'은 치명적인 약점이 돼 그에게 다가갈지 모른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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