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다'... 미 애리조나 시신기증센터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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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석진 기자
  • 기사승인 2019-08-02 16:38:05
  • 최종수정 2019.08.03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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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수사망에 걸려든 생물자원센터 [ATI]
FBI 수사망에 걸려든 생물자원센터 [ATI]

인도주의 차원에서 기증받은 장기들을 의료 연구용으로 제공한다고 주장하던 애리조나의 한 시신기증 회사가 사실은 시신들을 분리해서 해외로 팔아넘긴 장기 매매 브로커였다.

‘생물자원센터(Biological Resource Center)’라는 이름의 시신 기증 회사가 연방 요원들의 급습을 받고 문을 닫은 지도 몇 년이 지났다. 이 단체는 장기들을 의료 연구용으로 기증한다고 주장했었지만, FBI는 기증받은 장기들을 불법적으로 매매한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에 돌입했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재판 서류들을 보면 이른바 ‘찹샵(chop shop)’이라고 불리던 이 회사의 수색 과정에서 FBI가 얼마나 끔찍한 상황을 목격했는지가 세세히 기록되어있다. ‘찹샵’이란 속어(俗語)는 자동차 절도범들이 자동차를 훔쳐서 각 부품들을 떼어내 각각 따로 팔아 제치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 사건은 애리조나 주에서 뉴스 방송을 전문으로 하는 ‘ABC 15 Arizona’가 처음으로 보도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2014년 이 회사의 현장을 급습했던 FBI 요원들의 법정 증언들이 흘러나와 이 회사의 극악한 범죄행위의 실상을 알게 된 사람들이 다시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재판에서 FBI의 부특별요원이었던 마크 퀴너는 건물 내에서 머리들과 팔다리들이 겹겹이 쌓여서 들어있던 양동이들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이들 중 기증자를 확인할 수 있도록 분류표가 붙어있던 것들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퀴너는 남성의 성기(性器)들로 채워진 아이스박스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전직 FBI 요원의 법정 진술은 분리된 시신들이 서로 들어맞지 않았다는 데 있다. 퀴너는 프랑켄스타인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비슷한 다른 몸체에서 분리된 머리가 엉뚱한 몸체에 꿰매져있는 상반신을 보았다고 한다.

이 단체가 불법적으로 인체들을 해외로 팔아넘기고 있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매매 대상인 해외 거래처의 실체는 아직 드러난 바가 없다.

다리 하나의 가격이 약 1100달러였고, 목이 붙어있는 상반신은 2400달러에 팔려나갔다. 또, 따로 떼어낸 무릎과 발목들은 500달러 이하로 거래되었으며, 시신 전체는 약 6000달러에 거래되었다.

“우리는 이 단체가 선한 일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혼란스럽고 화가 납니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한 시신 기증자의 가족은 ‘ABC 15 Arizon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적어도 8가족이 의료 연구용으로 사용된다는 말을 믿고 사랑하는 사람의 시신을 이 회사에 기증했다고 진술했다. 현재 이 가족들은, 기증된 시신을 함부로 취급했다는 이유를 들어, 이 회사와 대표인 스티븐 고를 대상으로 고소를 진행 중이다.

이 소송은 기증 가족들과 회사 간에 맺어졌던 기증 승낙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승낙서에서 회사는 가족들에게 ‘시신을 정중하고 존엄하게 취급하겠다’는 서약을 하고 있다.

이 회사의 범죄 혐의는, 회사가 가족들에게 시신들의 일부만 사용될 것이며 나머지는 화장돼서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하면서 불거졌다. 회사가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 회사의 대표인 스티븐 고는 보호관찰 형을 언도받았는데, 이 사람의 회사가 거짓으로 시신 기증 센터를 운영해서 기증자 가족들에게 안겨준 상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형량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의의 법정은 이 가족들을 외면하지 않을 듯하다.

스티븐 고는 기증자 가족들이 그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10월 법정에 다시 서서 이 가족들을 대면해야한다.

하지만 사람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사실은, FBI가 이러한 시신 ‘찹샵’ 회사들이 속해있는 불법적인 분야에 대해 겉핥기식으로 대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점 때문이다. 애리조나 센터는 일리노이 주에도 같은 성격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일리노이 주에서도 ‘생물자원센터(BRC)’라는 같은 이름의 단체를 운영하며 시신들을 해체해서 불법적으로 거래하고 있다.

2017년 ‘로이터 통신’이 심층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 회사의 일리노이 지부는 애리조나 센터와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데, 실제로는 서로 협력해가면서 사업을 꾸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RC 일리노이 측은 적어도 658개의 인체 부분들을 BRC 애리조나로부터 받았다.

로이터의 이 보고서는, 지난 10년 동안, 브로커를 통해 적어도 1,638 가족들에게서 기증받은 2,357개 이상의 사체 부분들이 잘 못 사용되거나 더럽혀졌다고 밝히고 있다.

‘CBS2 시카고’ 방송은 아버지 도날드 그린 시니어와 아들 주니어로 구성된 2인조가 일리노이에 있는 이들의 시설에 FBI가 들이닥친 후 법정에 서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아버지인 도날드 그린 시니어는 전화를 이용한 금융사기 죄로 기소되어있는 상태인데, 이 죄는 혐의가 입증되면 최대 20년까지 징역을 살 수 있다. 그리고 아들인 도날드 그린 주니어는 최대 3년을 언도받을 수 있는 범죄은닉 죄로 기소되어있는 상태이다.

연방 검찰 측은 플리바게닝을 전제로 아버지에게는 21~27개월의 징역형을 제안했고, 아들에게는 보호관찰을 제안했다. 하지만 현재는 희생자 가족들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자 연방 판사가 재판을 중지시켜놓은 상태에 있다.

희생자 가족들은 자신들이 재판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법정에서 증언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침묵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정의가 지연되고 있으며, 어쩌면 아예 안 올지도 모릅니다.”

 

BRC 일리노이 측에 의해 사랑했던 이의 시신이 훼손된 존 부치는 법정에 보낸 탄원서에서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wiki@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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