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역사 전쟁을 끝내야 한다” 마이클 브린
“한국과 일본은 역사 전쟁을 끝내야 한다” 마이클 브린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9.08.07 08:27
  • 수정 2019.08.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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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가디언 한국 특파원,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마이클 브린 전 가디언 한국특파원.
마이클 브린 전 가디언 한국특파원.

“꿩의 반격에 호랑이가 경악했다. 이제 한국과 일본은 역사 전쟁을 끝내야 한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경제전쟁을 전세계가 초조한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감정의 활화산이 폭발하듯, 수십년 묵은 감정들을 여과없이 드러내며 광기(狂氣)를 뿜어내는 양상이다.

미국, 유럽 등 우방국의 어떤 조언도 들리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주장만 있을 뿐이다. 자기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서로를 향해 불화살을 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은 중국, 대만 등 경쟁국에만 이익을 줄 뿐이라는게 글로벌 정치,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적인 매체인 가디언, 워싱턴타임스 한국 주재 특파원 출신으로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을 역임한 마이클 브린은 ‘새로운 한국인들(The New Koreans)’을 저술하는 등 대표적인 지한파 언론인으로 꼽힌다.

그가 6일자 닛케이아시안리뷰에 기고한 글은 꼬일대로 꼬인 현 상황을 풀어나가는데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정권들의 결정을 존중하는 입장을 취해나가야만 일본 정부와 화해가 이뤄질 수 잇을 것으로 진단했다.

다음은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 전쟁을 끝내야 한다’(South Korea and Japan should bury the historical hatchet)’ 제목으로 쓴 칼럼이다.
 
한국 사람들은 아베 신조 일본 수상이 지난 7월 4일 한국의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들의 수출을 철저히 감시·감독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지난 2일 무역의 호혜국 대우에서 제외한다는 조치를 통과시켰을 때 불시의 습격을 받은 듯한 충격에 빠졌다.

한국 사람들이 20년 동안이나 일본 대사관 앞에서 주말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현실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상징인 호랑이가 이웃 일본을 향해 볼멘소리를 부르짖는 일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역사 문제로 인해 한일 두 나라의 관계가 매우 껄끄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본의 상징인 꿩이 반격을 가했고, 한국 사람들은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일본의 반격에 한국인들의 반응은 매우 격렬하다. 그들은 일본 상품의 불매운동을 벌이고, 일본 국기들을 불태운다. 그리고 벌써 두 사람이나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자제의 분위기도 엿보인다. 최근 한국 신문의 어떤 칼럼리스트는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재잘거리는 젊은 일본 여성 둘을 목격했다.

“보통 때 같으면 나는 그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었을 것이다. 전에도 지하철에서 그렇게 떠드는 젊은 한국이나 미국 여성들을 보면 주의를 준 적이 한두 번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썼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는 잠자코 있었다. 내가 일본어를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지금처럼 한일 관계가 외교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그렇게 하면 오히려 감정적으로 비칠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한국의 분위기와 관련해 이 칼럼리스트는 이번 일본의 움직임을 세 번째 침략에 비유했다. 1592년의 일본 침략이 그 첫 번째이고 1910년의 일본에 의한 강제 병탄이 그 두 번째이다.

그러나 상품 불매운동과 같은 들끓는 분노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은 국가의 경제에 미칠지 모르는 피해를 감안해 자제의 필요성도 역설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경제 분쟁을 해결하고, 양국을 갈라놓고 있는 보다 깊은 문제들도 해결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나가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자연스럽게 생성된 동맹국이고 경제 파트너들이다.

그들은 서로 문화가 다르고 국가적 이익도 같지 않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라는 측면에서는 같은 가치를 공유한다. 양국 관계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현시대에서는 어떤 민주 국가도 다른 민주 국가와 전쟁을 치른 적이 없다.

양국이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양국이 미국의 매우 중요한 우방이며, 지역에서 패권을 거머쥐려는 중국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하는 필요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 국가가 아닌 중국과 다투는 한국과 일본은 자유 국가이므로, 양국이 민주국가가 되기 전에 발생했던 역사 문제로 불거진 감정적 요소만을 뛰어넘을 수 있다면 양국은 자연스러운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베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사진기자단]
아베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사진기자단]

한일 양국 관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한국의 정치적 리더십이 더 발휘돼야 할 때이다. 필자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후계자가 해야 할 두 가지 임무를 생각한다.

첫 번째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과거는 해결될 수 있고 새로운 미래로 나가야 한다는 선언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과거와 현재에 당당함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이 협정들이 현재 한국의 국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전 정부들에서 맺어진 외교 협정들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양국 간에 체결된 두 가지 협정에 특히 주목한다.

첫 번째는,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는 1965년의 협약이다. 이 협정을 통해 일본은 식민 지배의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이 돈을 피해자들에게 주지 않고 국가 경제 발전에 사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1965년 이후부터 발생하는 개별 피해자들의 요구 사항, 즉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그리고 강제로 격리되어야 했던 환자들의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는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를 분명히 하고, 이들을 위해 별도로 조성된 기금들을 통해 대처해야 한다. 일본이 이 기금들의 조성에 기여하는 일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까지 일련의 한국 정부들은 (전략적) 모호함에 의지해왔고, 파퓰리즘 때문에 여론의 흐름에 맡겨놓은 측면이 강했다. 그러나 한국의 대법원이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 징용된 노동자들에게 보상하도록 판결함으로써 문제가 불거지게 되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법원의 판결이 외교적 협정을 무효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도 실제적으로는 한국의 행정부가 사법부에 영향력을 발휘해왔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두 번째 협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인 2015년에 체결되었다. 이 협정의 목표는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끝내는 데 있었다. 문재인 행정부가 이 협정을 존중하지 않기로 한 것은 놀라운 전제가 되고 있다. 그는 이 문제를 풀어야 하지만 쉽게 풀리지도 않을 듯하다.

비관적 앞날은 단순히 문재인 대통령이 유연하지 않다는 데 있지만은 않다. 문제는 한국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들이 자신들의 임무를 현존하는 대중의 정서를 앞서서 이끌기보다는 이를 뒤쫓아 가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들의 일본에 대한 생각이 우선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이 우선일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그 다음에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이러한 점은 한국에서 국가의 정체성과 일본에 대해 광범위한 토론이 필요함을 나타내고 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필자는 일본의 식민 치하에서 살았던 많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다. 필자는 그때 모두가 일본의 강제 점령을 나쁘게 평가했지만 유독 열정적으로 분개하는 이들은 그 시대를 조금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의미하는 바는, 한국에서 현재 일어나는 반일 정서는 경험이 아니라 학습에서 생긴 결과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뿌리 깊은 반일 정서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항상 말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서가 경험에서보다는 학습에서 유래한 것이라면, 이는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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