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정 교수 "일본이 식민지배 불법 인정하면 배상받은 것으로 인정해주자"
남기정 교수 "일본이 식민지배 불법 인정하면 배상받은 것으로 인정해주자"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08.13 23:34
  • 수정 2019.08.1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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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성 노예 고민한 '일본의 양심'
와다 하루키 한국인 제자, 일본제국의 강제동원을 말하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연구실 출입문에 붙어 있는 일본학술 전단지. [사진=최지환 기자]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연구실 출입문에 붙어 있는 일본 관련 전단. [사진=최지환 기자]

"일본이 식민지배 불법성을 인정하는 순간, 여태까지 했던 모든 경제적인 조치를 실질적인 배상으로 인정해주는 게 정치적인 해결의 길 아닐까요?"

지난 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국제대학원에서 만난 남기정(55) 교수가 한국과 일본 정부에 제안한 '가능한 길'이다. 대학원 부설 일본연구소 연구부장으로 있는 남 교수는 1995년에 설립된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국민기금'(Asian Women's Fund)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일본 정부를 대신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화해를 시도했던 와다 하루키 도교대 교수의 제자다. 

인터뷰 내내 남 교수는 하루키처럼 '돈의 성격'을 고민했다. 하루키는 일본 사람들의 성금으로 마련한 기금을 "사실상의 보상금"으로 규정했지만, 일본 주류는 "위문금"이라 달리 불렀다.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위안부 문제는 해결돼 국가가 개인에게 보상할 수 없다는 게 근거였다. 가해자가 위로한다는 작명은 피해자의 분노를 일으켰고 기금 사업은 중단됐다. 

남 교수 고민에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강제동원 피해자로 바뀌었을 뿐이다. 과거엔 피해를 입었고 지금은 배상을 받아야만 하는 피해자들의 성격은 같다. 남 교수는 청구권협정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일본 정부에 "그렇다면 식민지배를 인정한 것이냐"라고 되레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자기들은 (청구권협정에서) 처리했다고 얘기하고 싶으니까, '돈을 줬는데 그게 청구권이었다'라는 식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이라며 일본 정부에 한국 정부가 '경제협력금을 받았다 치자, 그렇지만 이걸 청구권자금이라고 얘기한 적은 없지 않으냐'라고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 주장은 일본 표현을 빌리면 '경제협력자금' 내지 '독립축하금' 성격의 무상자금 3억원을 한국 정부에 지급한 근거인 청구권협정 1조와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다"라고 한 2조가 대가 관계인 건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8년 11월 전쟁범죄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확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청구권 문제를 앞으로 한국이 묻지 않는 대가로 일본이 돈을 준 건 아니라고 했다. 청구권 문제 해결을 선언한 청구권협정 2조가 "한일 간 체결된 조약과 협정이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한일기본조약 2조의 결과인지 불투명한 까닭이다. 

역설적으로 일본 정부가 청구권협정으로 모든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 '일본은 식민지배 불법성을 인정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기본조약 2조가 원인(불법 인정)이고 청구권협정 2조가 결과(청구권 소멸)여야만, 청구권협정 1조가 이 관계를 보증(배상금 지급)한다. 일본 정부는 '원인 없는 결과' 내지 '보증 없는 결과'를 고집하는 꼴이다. 

남 교수는 식민지배가 한국인들에게 끼친 부정적 결과를 과거 일본이 결코 부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한국 정부는 역으로 이같은 자산을 이용하고 일본 정부는 계승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다고 대외적으로 인정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아베 신조 총리도 평가하고 있다"라면서 다만 한국인 의사에 반해 식민지배를 했다는 2010년 간 나오토 담화에 대해선 "일언반구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과거 일본 정부가 내각 차원에서 식민지배를 평가한 만큼 아베 내각 역시 쉽게 부정할 수 없다고 남 교수는 분석한다. 특히 "한국 사람들 그 뜻에 반하여 이루어진 식민지 지배"라는 표현이 담긴 간 나오토 담화를 두고 남 교수는 "불법성의 논거가 될 수 있는 말"이라며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받아서 '국민의 의사에 반해서 체결된 조약은 불법적인 조약을 의미한다'라고 일본 정부가 인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남 교수 말대로 아베 총리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전격적으로 인정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가령 1998년 선언과 2010년 담화를 재확인 수준으로 은유적으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받아들이는 식이다. 

남 교수는 "일본에 배상의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여태까지 일본이 했던 모든 경제적인 조치를 실질적인 배상으로 인정해주자"는 방법론을 내놨다. 남 교수는 이같은 방안을 "정치적인 해결 가능한 길"이자 "대법원 판결이 외교부에 넘겨준 숙제"라고 정의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인터뷰 도중 생각에 잠긴 남기정 교수. [사진=최지환 기자]
인터뷰 도중 생각에 잠긴 남기정 교수. [사진=최지환 기자]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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