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초대석] 의료인 폭행 막는 비상벨? 맞은 후에 누르면 뭐하나
[WIKI 초대석] 의료인 폭행 막는 비상벨? 맞은 후에 누르면 뭐하나
  • 손의식 기자
  • 승인 2019.08.16 20:15
  • 수정 2019.08.1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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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신의료기관협회 홍상표 사무총장 "국가 차원의 총체적 정신건강 관리 우선"

보건복지부는 16일 의료인 폭행 등 비상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병원 내에 경찰서와 연결하는 비상벨을 설치하고 보안인력을 두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의료인 등에 대한 폭력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해도 경찰청과 연결된 비상벨이 설치돼 있지 않고, 보안인력도 배치돼 있지 않아 초기에 긴급한 대응이 어려웠다.

실제로 대한병원협회 통계를 살펴보면 2019년 2월 현재 비상벨 설치병원은 39.7%, 경찰서 연결 비상벨은 3%에 불과하다. 

해당 법안은 100병상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은 경찰청과 연결된 비상벨을 설치하고, 1명 이상의 보안인력을 배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정신의료기관도 보안장비․보안인력 등 기준을 갖춰야 한다면서, 그 구체적인 기준은 '정신건강복지법'을 따르도록 명시했다. 

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이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 환자와 의료인 모두 보다 안전하게 진료 받고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선 정신의료기관들은 해당 법안이 문제 해결에 대한 접근보다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며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은 한국정신의료기관협회 홍상표 사무총장을 통해 해당 법안의 문제점과 보다 효과적인 해결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정신의료기관협회 홍상표 사무총장]
[한국정신의료기관협회 홍상표 사무총장]

▶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보면 보안인력을 두도록 하고 있다. 정신의료기관에서 운용 중인 환자안전관리 전문요원과 중복되지 않나.

정신의료기관에서는 생활보호사뿐 아니라 2년 전 시행된 환자안전법에 의거해 환자안전관리 전문요원을 의무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이 외에 보안요원을 배치하라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개정령안에서는 보안인력을 두라고만 할 뿐 정의나 구체적 업무범위에 대한 언급은 없다. 
 
▶ 경찰청 또는 경찰서와 연결된 비상벨이 설치되면 비상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비상벨을 설치해서 잘 가동이 돼 유사시 도움이 되면 병원 입장에선 좋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신의료기관과 관련해 경찰은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힘들었다. 자칫 환자 입원에 개입되면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상벨을 누른다고 해도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또한 비상벨을 어디에 얼마나 설치하라는 건지, 비용은 누가 감당하고 관리는 누가 하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 땜질식 법개정이 너무 많이 나온다.

▶ 정신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을 방지하기 위한 효과적 방안이 있을까.

비상벨을 누르게 하는 상황이 문제인데 정작 중요한 문제는 방치한 채 사고 이후 '초기 긴급대응'만 말하고 있다. 비상벨을 필요없게 만드는 게 중요한 정책이다.

사고가 난 후에 비상벨을 누르면 뭐하겠나. 정책적으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한 것이지 지금 개정안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현실적 방안은 분명히 있다. 단편적으로 비상벨을 설치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총체적으로 정신건강 체계를 관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가치매책임제와 같이 청와대 직속 정신건강위원회를 설치해서 콘트롤타워를 통해 예산과 정책과 법을 함께 다뤄야 한다.

▶ 총체적 정신건강 체계 관리가 정신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 사고를 방지할 수 있나.

고 임세원 교수 사건도 환자가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다. 일본의 경우 과거 우리나라와 같은 문제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정신질환자가 퇴원해서 요양원이나 환자복지시설에 나가도 해당 주치의가 환자가 제대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환자 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환자가 재활시설로 취업을 하더라도 관련 사회복지사 등이 백업하면서 그 환자가 약을 제대로 복용하는지, 상태는 어떤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같은 법적 정비가 전혀 안 돼 있다. 단편적으로 최근 국회에 환자가 퇴원하면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의무적으로 통보해서 센터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는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그런데 인권침해라며 개선 권고가 나왔다. 환자에게 인권과 개인정보가 중요한데 퇴원했다고 왜 센터에 통보하냐는 것이다.

정신질환은 환자가 평생 약을 제대로 복용하는지에 대해 국가가 관리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가족들이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시스템을 갖춰야 의료인 폭행 사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지, 비상벨 설치했다고 사고가 안 나겠나.

환자도 보호하고 의료인도 보호하고 병원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총체적이고 서로에게 윈윈하는 정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선행되지 않으면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손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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