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수첩] 금융권 모럴해저드가 불러온 'DLS사태'
[WIKI 수첩] 금융권 모럴해저드가 불러온 'DLS사태'
  • 이한별 기자
  • 승인 2019.08.19 11:24
  • 수정 2019.08.20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모펀드 감독 사각지대 속 투자자보호 '구멍' 드러나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소기업 줄도산을 불러온 '키코(KIKO) 사태'의 생채기가 채 아물기도 전에 은행권에서 또다시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우리·KEB하나은행 등에서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한 독일·영국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펀드(DLF)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며 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당 DLS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와 영국 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CMS) 등에 연동된 상품이다. DLF는 이 DLS를 자산(포트폴리오)으로 편입한 상품이다. 만기 때 금리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3~5% 수익을 얻으며, 6개월 만기 상품의 경우 연 6~10%까지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면, 금리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원금 100%까지 손실이 가능하다. 

최소 가입금은 1억원으로 당장 내달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일부 상품의 경우 현지 금리하락에 따른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 거래시점에 그냥 지나친 조건에 대해 손실이 발생한 이후 문제 삼을 경우 '계약의 안정성'은 훼손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은행들이 복잡한 사모펀드 상품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거나,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 요소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이들 상품의 투자자를 대리해 판매사 등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며 "해당 상품은 독일·영국 등 해외 금리가 상당히 하락하고 있었던 시점에서 안정적인 것처럼 설명돼 판매가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며 "상품 판매에 있어 적합성의 원칙, 설명의무 내지 투자자보호의무 등의 위반의 소지가 대단히 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대법원에서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일부 인정한 '키코 사태'와 달리, 이번 DLS·DLF의 경우 불완전판매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키코 사태는 2008년 환율이 치솟자 환 리스크 헤지(hedge) 목적의 공모펀드형 파생상품인 키코에 대거 가입한 수출 중소기업 등이 큰 손실을 입은 사건을 말한다. 

반면 이번 DLS·DLF의 경우 사모펀드 형태로 전문투자형 상품에 해당한다. 최소 투자금에 제한이 있으며 투자자 보호 규제가 공모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상품이다. 정부가 2015년 10월 '모험 자본 육성'을 명분으로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적격투자자를 대상으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투자 권유시 고객조사의무와 설명의무만 적용한다. 적합성과 적정성의 원칙은 적격투자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DLS사태는 금융당국와 은행, 자산운용사 등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방증이다. 금융당국은 시중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돌리는 데 급급해 적절한 감시망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 위험성을 내다봐야 할 은행과 상품을 설계한 자산운용사들은 수익을 추구하며 한 배에 올랐다. 

문제는 400조원 규모의 사모펀드 시장에서 이번 DLS사태와 관련된 상품의 판매액은 1조원대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둔화 심화로 대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이 같은 '손실폭탄'이 또다시 터져나올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뒷북 대응'이 아닌 사모펀드 전반을 들여다 보고 칼날을 세워야 할 때다.

[위키리크스한국=이한별 기자]

star@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