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오키나와, 사르데냐... 세계적 장수촌들의 숨겨진 비밀
[WIKI 프리즘] 오키나와, 사르데냐... 세계적 장수촌들의 숨겨진 비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9.08.22 08:05
  • 수정 2019.08.24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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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장수촌으로 알려진 일본 오키나와의 할머니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ATI]
세계적 장수촌으로 알려진 일본 오키나와의 할머니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ATI]

“최장수 노인들의 기록 뒤에는 의도된 속임수와 기록 과정의 실수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

지구촌에는 ‘장수촌(blue zones)’이라고 알려진 일부 지역들이 있다. 일본의 오키나와,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그리스의 이카리아 같은 특별한 지역들은 오래 사는 노인들이 많기로 유명하며, 110살을 넘어서까지 생존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 초장수 노인들이 언론 등에서 유명세를 타면서 그들이 털어놓은 이른바 장수 비법이 사람들의 주목을 끈 지는 오래되었다. 이 노인들의 지혜 중에는 ‘매일 와인 한 잔씩을 마시라’거나 ‘절대로 결혼하지 마라’는 등의 일반적 상식을 거스르며 실소를 자아내는 내용들도 들어있다.

그리고 이런 충고들이 별로 힘들이지 않고 90살을 넘겨 살 수 있는 비법처럼 들리기는 하지만 매일 와인 한 잔씩을 마시기 전에 우리는 한번 쯤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

호주국립대학 ‘생물 데이터 과학원(Biological Data Science Institute)’의 사울 저스틴 뉴먼 박사가 최근에 새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장수촌들은 의도된 사기(詐欺)와 기록 과정의 실수나 부실 때문에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이들 초장수 노인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본인들도 자신들의 이야기가 과장됐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뉴스 해설을 주로 하는 인터넷 매체 ‘복스(vox.com)’는 100살을 훨씬 넘겨 사는 초장수 노인들은 정말 찾아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희귀한 일은 자주 발생할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종종 무언가 다른 의도가 개입되어 있다는 말이 성립될 수 있다.

그렇다면 초장수 노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일본, 이탈리아, 그리고 그리스의 장수촌들은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일까?

초장수 노인들이 밀집되어있는 지역들은 자연스럽게 전체 인구의 수명이 길고, 삶의 질이 높으며, 양호한 보건위생 제도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이들 장수촌들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본 결과, 연구자들은 정반대의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지역들이 도리어 높은 범죄율과 짧은 수명, 그리고 형편없는 의료 제도를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연구자들은 이와 같은 결과는 부실한 나이 조사에 그 원인이 일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민들의 수명에 대한 조사가 꼼꼼히 이뤄지지 않은 지역에서 그런 결과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론한다.

또 해당 노인들이 기억력 감퇴나, 나이를 잘못 계산하거나, 출생일을 잘못 들음으로 해서 본의 아니게 나이를 틀리게 보고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연금 수령이나 다른 금전적 목적을 위해 초장수 노인들이 타인의 신분을 도용하거나 속임수가 개입되어 있을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사실, 지금까지 이 같은 속임수를 의심할 만한 사례들이 더러 있었다. 금년 초 세계 최장수 노인 기록을 보유했던 프랑스의 유명인사 잔 칼망을 다시 조사한 결과 1997년에 사망했을 때 122살로 세계 최장수 생존 기록을 나타냈던 그녀는, 사실은 그녀의 딸 이본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잔 칼망의 딸 이본느가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해 그녀 어머니 행세를 한 것으로 의심이 되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보고될 당시 이본느의 나이는 122살이 아니라 99살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연구 보고서에서 인용된 증거들은 대부분 정황적인 것들로, 이 주장을 확실하게 뒷받침할 만한 결정적 증거는 없는 상태이다.

신분 도용을 주장하는 이 연구 결과로 인해 연구자들 사이에 많은 논란이 야기되었다. 하지만 이는 새삼스러운 주장도 아니고,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흔하게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112살까지 살았던 최초 두 명은 처음에는 사실로 확인되었다가 이후 철회되었습니다. 그리고 113살까지 생존했던 최초 세 명도 같은 운명을 맞이했습니다.”

저스틴 뉴먼 박사는 과학 뉴스 웹사이트인 ‘라이브사이언스(livescience.com)’에 이렇게 말했다.

“해당 노인들이 일대일 인터뷰를 거치면서도 검증을 피해갈 수 있었던 방법은 다양합니다.”

장수촌과 관련된 이번 연구에서 주목해야할 또 다른 대목은, 신뢰할 만한 인구조사 방법이 주들마다 서로 다른 시기에 도입된 미국의 경우이다. 약 100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주들은 주민들의 나이를 정확히 조사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하지만 일단 인구조사가 정형화하자 연구자들은 꽤 흥미로운 결과가 발생함을 알게 되었다.

어느 주에서 주민들의 숫자와 출생일을 정확하게 관리함에 따라 초장수 노인들의 숫자가 69~82% 정도까지 크게 떨어졌던 것이다. 이 수치는 소위 초장수 노인이라는 사람들 10명 중 7~8명은 자신들의 생각이나 주장보다 젊었음을 의미한다.

뉴먼 박사의 이번 연구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나이에는 얼마든지 기록의 조작이나 속임수, 또는 다른 요소들이 개입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자기가 세계 최장수 노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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