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켄베리 "안보의식·목표 공유해야"... 전재성 "'미래의 北 로드맵' 구성해야"
아이켄베리 "안보의식·목표 공유해야"... 전재성 "'미래의 北 로드맵' 구성해야"
  • 이희수 기자
  • 승인 2019.08.26 18:50
  • 수정 2019.08.2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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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아이켄베리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
존 아이켄베리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국제정치학 석학들이 국방대학교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가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개최한 '제1회 세계 안보학대회'에 참석해 중국의 부상과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

◇ 아이켄베리 교수 "일국(一國) 주도의 국제질서보다는 국가들의 공통된 안보의식과 목표 필요"

존 아이켄베리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날 미중 경쟁과 관련해 "한 국가가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의존하기보다는 국가들이 상호 의존하며 공통된 안보 의식과 목표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급변하는 세계 속의 동아시아 안보'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편에 설지 선택하는 것은 동아시아 국가들에는 힘든 일이 될 수 있다"며 "국가들이 선택의 갈림길에 서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아시아는 변화의 단계를 거치고 있다. 지난 50년간 미국 주도의 질서로 받아들여져 왔으나 현재 경제와 무역이 상호 의존하게 되면서 국가들의 독립성이 강조됐다"며 "그동안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안보를 창출하는 대표 국가였으나 이제 중국의 부상에 따라 미국을 일극체제로만 바라볼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국은 스스로 체제를 바꾸지 않을 것이고, 중국이 민주주의로 발전하기기는 힘들 수 있다"면서도 "웨스트펠리안 국제주의가 확산하면서 중국의 역할도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스 모겐소, 칼 폴라니, 케인즈와 같은 학자는 지난 30년간 일극체제(unipolar system)의 국제질서를 옹호해왔다. 그들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 하에 하나의 패권국이 등장하면서 전쟁이 방지된다'는 안보 개념을 도출했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현재 진화하는 개방성, 다자주의, 민주적 연대 등을 대표하는 글로벌 국제질서에서 현실주의가 말하는 국제질서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제도, 국제적 합의, 인권, 자유무역 등 규칙을 기반으로 한(rule-based) 질서는 국제정치의 기본"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하는 군사력 기반의 국익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드로 윌슨 전 미국 대통령이 자유주의를 대표하게 된 이유도 새로운 외교 전략을 제시했다기보다 기존 미국의 외교 전략을 국제주의적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았기 때문"이라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국제적 시각'을 공유"하는 "자유주의가 말하는 국제정치"를 강조했다.

특히 아이켄베리 교수는 '동아시아의 경험'을 강조했다.

일본과 한국의 국내 정치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그는 한국이 공적개발원조(ODA)의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변모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주의적 접근을 수용했기 때문이었다고 진단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
(왼쪽부터) 박영준 국방대학교 교수, 데이비드 훈트 호구 대킨대 교수, 바스티안 기거리히 역구 ㄱ국제전략문제연구소 교수, 전재성 서울대학교 교수, 케이지 나카수지 일본 리츠메이칸대 교수가 '자유주의가 바라본 동아시아 안보'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

◇ 전재성 교수 "北, 美 주도 국제질서에서 '주권게임' 계속"... "미래의 북한에 대한 로드맵 구성해야"

서울대학교 전재성 교수는 이날 "북한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이라 느끼고 있다"며 "북한의 미래는 '주권 게임'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1970년대 중국이 점차 글로벌 국제질서의 한 부분으로 들어오면서 동아시아에서 소위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가 본격적으로 퍼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가 확산하면서 동아시아 국가들의 주권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남북한이 주권을 확보했지만 '주권'이라는 개념 자체도 유럽에서 형성된 개념이고 국제질서도서구 기준에 따라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자유주의 국제질서 하에서 국제기구에 참여하고 국제제도를 이행하려는 등 노력을 보이는 듯하면서도 여전히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전 교수는 "북한은 자국의 주권을 확실하게 지키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신의 체제 보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현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 이후는 어떨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이라며 "비핵화만 달성된다면 동아시아에서 안보는 보장되고 국제적 평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막연할 수 있다. 따라서 신뢰의 부족, 안보 딜레마와 같은 심각한 문제와 더불어 비핵화 이후의 미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전 교수는 "북한을 둘러싼 국가들은 '미래의 북한'에 대한 로드맵을 구성해야 한다. 중국의 일대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미중 세력 경쟁 등 동아시아 안보에 이어지는 갈등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로 이어 나가는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북한과 통일하면 비핵화는 달성될 것이다', 혹은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면 점차 비핵화를 달성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넘어 남북한 양국이 어떻게 '주권 국가'로서 관계를 정상화하고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나아갈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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