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문가' 쉬한 "北정권교체 불가능... CVID 강요해선 안돼"
'이란 전문가' 쉬한 "北정권교체 불가능... CVID 강요해선 안돼"
  • 조문정 기자
  • 승인 2019.08.27 22:09
  • 수정 2019.08.28 0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인휘 교수 "亞 안보협력 부족, 美와의 양자관계 때문"
피터 카젠스타인 교수 "亞 안보의 위협은 '트럼프니즘'"
(왼쪽부터)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 이반 사스차 쉬한 미국 볼티모어대 교수, 케이지 나카수지 일본 리츠메이칸대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유동원 국방대학교 교수가 '구성주의가 바라본 동아시아 안보'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
(왼쪽부터)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 이반 사스차 쉬한 미국 볼티모어대 교수, 케이지 나카수지 일본 리츠메이칸대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류동원 국방대학교 교수가 '구성주의가 바라본 동아시아 안보'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

국방대학교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가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개최한 '제1회 세계 안보학대회' 둘째날인 27일 세계적인 국제정치학 석학들이 북핵 문제 등 아시아 안보와 관련해 다양한 분석을 제시했다.

◇ 쉬한 교수 "이란과 다른 北, 정권 교체 불가능... CVID 강요와 봉쇄 안 돼"

이반 사스차 쉬한 미국 볼티모어대 교수는 "북한 정권의 권위를 저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여러 면에서 북한의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쉬한 교수는 이란의 정권교체를 주장해온 이란 전문가다. 그는 "이란 정부와 북한 정부를 둘러싼 상황이 상당히 다르고, 이란과 북한에 대한 미국의 관점과 조치도 다르다"며 "이란과 북한에 동일한 해결책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쉬한 교수는 내부로부터의 정권 교체와 정권변경은 북한보다는 이란에 더 적합하다고 봤다. 이란에는 내부 불만세력이 많아 내부로부터의 정권교체가 가능할 수 있지만, 북한에는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조직화된 대체세력이나 반대세력이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란 정부는 외부위협보다 내부위협을 더 두려워한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이란 내 140개 도시에서 시위가 발생했다"며 "북한에는 민주주의 세력을 키워 정권의 생존을 위협할 만한 세력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쉬한 교수는 핵무기에 대한 이란과 북한의 개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의 지도자는 핵무기를 정권유지를 위한 수단이라고 보지만, 북한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수단으로 보는 면이 있다. 이란은 주요 핵활동을 감추려 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쉬한 교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최종상태를 북한에 강요하는 것에 반대했다. 그는 "CVID가 평화와 안보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북한 정권을 무기한 봉쇄함으로써 얻어지지 않는다. 봉쇄는 북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쉬한 교수는 "불안정성을 줄이고 긴장을 완화하고 적대관계를 극복하고 상호 신뢰를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지속적인 신뢰구축, 그리고 대화와 관여를 주문했다.

그는 "북한이 계속해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지만, 한반도에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가장 나은 대안은 비핵화 협상을 지속하려는 노력"이라며 "제재와 무장보다는 좋은 관계, 외교, 평화체제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정권의 변화가 적극적인 개입 혹은 통일을 향한 노력을 통해 가능하다"며 "한국은 양자 및 다자간 대화가 지속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미국은 한국이 주도하는 대화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인휘 교수 "동아시아 역내 협력 부족, 美와의 양자 관계 때문"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동아시아 국가들간 경제의존도가 높아도 동아시아에 안보 커뮤니티가 형성되지 못한 원인으로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들간 양자관계'를 꼽았다.

박 교수는 "동아시아에서 미국 중심의 양자간 시스템이 주를 이루게 되면서 동아시아의 민주주의, 번영, 안보도 가능했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동아시아에 등장한 미국의 독보적인 '허브앤스포크(hub & spoke) 시스템은 동아시아의 다자안보 공동체와 맞지 않아 동아시아 역내 협력발전이 미진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 교수는 "미국은 유럽에는 다자적인 접근방식을 취했지만, 동아시아에는 양자적인 접근방식을 취했다"며 "전 세계는 동아시아, 서유럽, 북미 등 13~14개의 소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동아시아에서는 '힘의 정치에 대한 반추'가 확연히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동아시아에 존재하는 다수의 양자간 군사시스템이 동아시아의 냉전경험과 미중 경쟁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그는 "냉전시대의 미소 경쟁뿐 아니라 현재의 미중 경쟁 역시 동아시아에 다수 존재하는 미국 중심의 양자 파트너십으로 분명히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안보를 개념화할 수 있었던 기회가 별로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개인이 안보를 개념화하는 것은 결국 본인을 어떻게 관련짓느냐의 문제"라며 '역내 안보에 대한 개념화'를 강조했다. 

이어 "자신을 '동북아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며 "우리가 미국에 가면 미국인들은 '한국인이냐', '중국인이냐', 혹은 '일본인이냐'고 물어본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유럽인들에게는 '북유럽, 중유럽, 서유럽 중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어본다"고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에게 안보는 특정 국가에만 적용되는 개념"이라며 "안보에 대한 환경을 역내 쪽으로 확장했던 경험이 별로 없었다. 역내 안보협력이 가능하려면 개념화가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은 한국에는 독특한 안보관계가 있다"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평화 프로세스를 전망하려면 단순히 한국만 보기보다는 공유된 지식과 안보를 개념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류동원 국방대학교 교수는 동아시아에 안보 공동체가 없는 이유로 '동아시아의 식민지 경험'을 들었다. 

류 교수는 "역사적인 유산이 많이 작용하는 한일 관계를 분석할 때 기존 신현실주의의 한계가 드러난다. '현재의 나'는 '현재의 상대방'뿐 아니라 '과거의 나'로부터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구성주의를 통해 역사적인 유산을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동아시아의 가치와 공동체를 논의하는 데 적극 참여해 동아시아 집단 정체성(Collective identity)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동아시아 평화, 한반도 평화, 통일 문제를 주도함으로써 동아시아 공동체로 연결할 수 있는 고리를 마련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피터 카젠스타인 미 코넬대학교 교수가 '미국의 트럼프니즘'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
피터 카젠스타인 미 코넬대학교 교수가 '미국의 트럼프니즘'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

◇ 카젠스타인 교수 "트럼프는 동맹과 다자조약을 싫어해... 亞안보의 위협은 '트럼프니즘'"

피터 카젠스타인 미 코넬대학교 교수는 아시아 안보와 관련해 심각하게 고려할 요소로 '미국의 트럼프니즘'을 꼽았다.

카젠스타인 교수는 "트럼프니즘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동일시해선 안 된다"며 트럼프니즘을 "미국 잭슨주의적 전통(Jacksonian tradition)의 현대적인 버전"이라고 해석했다. 

잭슨주의는 미국의 제7대 대통령인 앤드류 잭슨 대통령의 이름을 딴 미국 외교의 오랜 전통으로, 반계몽주의적, 종교근본주의적, 쇼비니즘(chauvinism)적 색채가 강하다.

이러한 잭슨주의는 '킹 메이커'로 알려진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에 의해 부활돼 지난 20여년 간 미국에서 세를 확장해왔다. 2012년 이후 풀뿌리 티파티운동이 공화당 진영에서의 비주류로 성장하면서 현재까지 성장해왔고 지금은 공화당을 장악했다. 즉, 트럼프니즘은 미국 정치 전통기류 중 하나이며 최근 양극화 등 여러 상황 속에서 성장해왔다.

카젠스타인 교수는 트럼프니즘의 특징으로 △반(反)엘리트주의 △반(反)반도시주의 △인종주의를, 트럼프니즘의 3대 요소로 △종족민족주의 △종교 △인종을 꼽았다.

그는 "신고전 현실주의와 트럼프니즘은 최대의 국익을 얻기 위해 여러 전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해 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신고전 현실주의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가치 프레임워크에 기초한다고 보지만, 트럼프니즘은 이해관계가 얄팍한 경제적 이해관계에 기초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반적으로 동맹을 매우 싫어한다"며 "트럼프는 동맹이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고 미국을 이용하기만 한다고 생각해, 한미동맹과 미일동맹뿐 아니라 유럽과의 동맹도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거래에 기초해 관계를 맺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모든 다자조약을 싫어한다"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조문정 기자]

supermoon@wikileaks-kr.org

기자가 쓴 기사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