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윤석열 검찰총장과 피에트로 검사… 한국판 마니풀리테 기대
[프리즘] 윤석열 검찰총장과 피에트로 검사… 한국판 마니풀리테 기대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9.08.29 07:51
  • 수정 2019.08.2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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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마니풀리테'를 주도한 피에트로 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 [위키리크스한국DB]
이탈리아 '마니풀리테'를 주도한 피에트로 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 [위키리크스한국DB]

“이번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를 통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진실성을 보여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권의 시녀’라는 검찰의 오명을 떨쳐내고 피에트로 검사처럼 한국 법조 역사의 새로운 획을 긋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28일 밤 서울대 아크로광장 촛불집회에서 만난 한 학생(법 전공)은 윤 총장을 주축으로 한 검찰이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피에트로 검사처럼 대한민국의 민주화 역사에 큰 전기를 이루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일부 세력들이 마치 학생들이 정치색을 띠는 것으로 왜곡시키고 있는데, 학생들이 요구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공정한 룰'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의 피에트로 검사는 1992년부터 전개된 부패추방운동(마니 풀리테, mani pulite)을 주도했다.

마니 풀리테는 이탈리아검찰이 사회당 경리국장의 집을 수색해 700만 리라의 현금을 압수하면서 시작됐다. 사회당에 정치자금을 대던 밀라노의 한 청소대행업체가 사법당국에 사회당을 고소하면서 불거졌는데, 수사 1년 만에 1,000여 명의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가 체포되고, 전체 국회의원의 25%인 177명이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후에도 수사는 계속되어 총 6,000여명이 부패와 관련해 수사를 받았고, 2,993명이 부패혐의로 체포됐다.

수사 도중에 대기업과 국영 에너지그룹 회장, 사회당 국회의원 등 정계와 재계의인물들이 잇따라 자살하면서 자살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기도 하였다.

"더럽지 않은 손은 없다"며 발뺌하던 사회당의 총리 출신 크락시마저도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해외로 망명하였다.

마니풀리테를 기폭제로 기독교민주당, 사회당, 공산당을 중심으로 40여 년 간 지속된 이탈리아의 정치권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중선거구제가 소선거구제로 바뀌고, 비례대표제도 폐지되었다.

유권자들의 의식도 크게 바뀌었다. 1994년 총선거에서 정치 신인들 중심의 신당인 포르자 이탈리아가 하원 630석 가운데 366석을 차지하고, 우파연정의 베를루스코니가 총리로 선출되는 등 정치권에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

한 법조계 인사는 “박근혜 정부 때 최순실을 강도 높게 수사해 촛불혁명을 이뤄낸 검찰이 이번에는 문재인 정부의 실세인 조국 후보자 불법 문제를 공정하게 수사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민주주의가 뿌리 내리게 될 것”이라며 “검찰이 보수-진보 등 정치권이 아니라, 오로지 국민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입증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이 조국 후보자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하자 여당이 강하게 성토하는 등 벌써부터 역풍이 불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전방위적 압수 수색에 나선 것에 대해 "적폐" "개혁에 대한 저항"이라며 비난했다.

이해찬 대표가 직접 '기관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압수 수색을 사실상 진두지휘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 압수 수색에 대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보다 훨씬 더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길"이라고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라디오에서 "검찰 개혁에 대한 내부의 반발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했고, 박주민 최고위원은 "검찰 개혁에 대한 거부 의사 표시 아니냐"고 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서울중앙지검장과 특수2부장을 공개적으로 거명하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7월 윤 총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만 해도 윤 총장을 "검찰을 이끌 적임자"라며 엄호한 바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달라"고 했었다.

검찰 관계자가 27일 조국 후보자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크라이빗에쿼티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관계자가 27일 조국 후보자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크라이빗에쿼티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조국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1차적으로 코링크PE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코링크PE는 2차전지 업체 WFM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주식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자 계좌 추적에 들어갔다.

지난해 2월 코링크PE는 경영 참여형 펀드를 통해 인수한 WFM의 자회사 주식을 원래 가격보다 20억 원이나 싼 값에 되팔았다. 상대는 WFM의 최대 주주였던 우모 씨였다. 우 씨는 2017년 10월 코링크PE 측에 WFM 지분을 팔면서 자회사인 에이원이쌀눈의 비상장 주식 34만 주도 함께 넘겼는데, 당시 해당 주식의 장부가액은 58억7400만 원이었다.

하지만 우 씨 측은 WFM 지분을 판 지 4개월 만에 다시 코링크PE로부터 에이원이쌀눈 주식 34만 주를 사들였다. 가격은 처음 판 가격의 65%에 불과한 38억228만 원이었다.

정치권에서는 WFM이 2차전지 분야에 뛰어들기 약 3개월 전 조 후보자의 가족펀드가 투자한 가로등 점멸기 제조사 웰스씨앤티가 정관상 사업 목적에 ‘전자셀, 전자팩, 전지소재 제조·수입·판매’ 등 2차전지 관련 신사업을 추가한 데 대해 우회 상장 의혹을 제기한 상황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WFM과 비상장 투자사 웰스씨앤티가 같은 사업 목적 아래 합병되면 웰스씨앤티 주식을 시장에 비싼 값에 팔 길이 열려 조 후보자 일가도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검찰은 코링크PE와 조 후보자 가족펀드 운영 과정에서 조 후보자의 민정수석이라는 지위가 누군가에 의해 이용됐는지부터 밝힐 계획이다.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코링크PE가 운용하는 사모펀드가 투자한 웰스씨앤티는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2017년 이후 177건의 관급공사를 수주했다. 운용사는 독립적으로 펀드를 운용해야 하는데, 투자자가 투자 대상을 결정하는 등 ‘한 몸’처럼 움직이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하게 된다.

[위키리크스한국=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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