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5천억원으로 확정했다. 국세 수입은 10년 만에 감소하고 재정지출이 급격히 늘고 있는데 경기 하방 위험까지 겹쳐 올해(9.7%)에 이어 2년째 9%대로 증액하기로 했다.
정부는 2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올해 본예산 469조6천억원보다 43조9천억원 증액한 513조5천억원의 '2020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국회는 다음 달 3일 제출될 예정인 이 예산안을 법정시한인 12월 2일까지 심의·의결해야 한다.
내년 총수입은 올해(476조1000억원) 보다 1.2%(5조9천억원) 늘어난 482조원이 될 전망이다. 국세 수입이 올해 294조8천억원에서 내년 292조원으로 0.9%(2조8천억원) 줄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계산이다.
정부는 올해 33조8천억원 발행했던 적자국채를 내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60조2천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내년 국채발행액은 올해(101조6000억원)에 비해 29조원이 늘어난 130조600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출증가율(9.3%)은 내년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 전망치 3.8%의 2배를 훌쩍 넘는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10.6%) 이후 최고 수준이다.
홍남기 겅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올해와 내년도 경제가 어려운데 이를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서 다시 성장 경로로 복귀시키는 게 장기적으로 재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2년 연속 9%대 지출증가율을 설정했는데 경제적 어려움을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로 보강하기 위한 것"이라고말했다.
정부는 전체 12개 분야별 예산을 모두 확대했다.
증가율이 가장 높은 분야는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다. 올해 18조8000억원보다 27.5%(5조2천억원) 늘어난 23조9천억원이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통상정보센터를 설치한다.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2.8%(20조6천억원) 늘어난 181조6천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35.4%를 차지하게 됐다. 이 중 일자리가 차지하는 예산은 올해(21조2000억원)보다 21.3% 늘어난 25조8000억원이다. 교육예산은 2.6%(1조8천억원) 증가한 72조5천억원으로 늘어났다. 보건·복지·고용 예산과 교육예산을 합하면 전체의 절반가량인 254조원이 된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소재·부품·장비 기술개발 등 연구개발(R&D) 예산도 올해 20조5000억원보다 17.3% 확대된 24조 1000억원으로 편성됐다. 핵심 기술개발과 제품 상용화, 설비투자 확충에 올해보다 163%(1조3천억원) 늘어난 2조1천억원을 투입한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올해(19조8000억원) 보다 12.9% 늘어난 22조3000억원이다.
국방예산도 사병봉급 인상, 첨단 무기체계 확충 등의 영향으로 올해(46조7000억원)보다 7.4% 늘어난 50조2000억원으로 편성됐다. 국방에산이 50조원대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외교·통일 예산은 남북협력기금 사업비가 1조1천36억원에서 1조2천176억원으로 9.2%(5천억원) 늘어나면서 5조5천억원으로 확대됐다.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 37조6천억원보다 34조5천억원이나 불어난 72조1천억원이 된다. 국가채무는 올해 740조8천억원에서 805조5천억원으로 64조7천억원이 늘어난다.
홍 부총리는 "신용평가사나 외국인 투자자는 국가채무 절대 규모보다 채무 증가속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국가채무비율이 5년 뒤 40% 중반대까지 가는 것은 불가피하고, 그 정도는 용인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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