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매입비 정산 위해 교육청에 학교재산 처분 신청
조국 참석 이사회 안건은 토지매입을 1년 미루는 것
"삼청합니다."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웅동학원 이사이던 지난 2000년 6월 5일 이사회 참석 때 그가 한 유일한 말이다. 이같은 조 후보자 발언은 이로부터 6년 뒤 조 후보자 동생 조권(52)씨가 밀린 공사대금을 달라고 소송했을 때 웅동학원이 변론을 포기한 것에 "학원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 배치돼 논란이 일었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삼청합니다" 발언의 내막을 물었다. 그간 해명이 거짓이 아니냐는 이 의원의 추궁에 조 후보자는 "선친이 1년에 한번 내려오라고 하면 내려갔다"며 "두 개 다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이사회의 중요 결정에 관여하지 않은 것도, 1년에 한 번 정도 출석한 것도 모두 맞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위키리크스한국>이 웅동학원이 과거 경남도진해교육청에 제출한 이사회 문건을 분석한 결과 조 후보자의 이날 답변엔 모순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삼청합니다" 이사회 안건은 학교재산인 1만 2545m² 면적의 임야를 매각하는데 필요한 처분허가를 연장해달라고 교육청에 요청할지 여부였다. 1998년 웅동중학교를 이전할 때 편입한 토지 일부 매각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까닭이다.
조 후보자는 다른 이사보다 적극적으로 안건에 찬성했다. 조 후보자 부친이 제안한 이 안건을 다른 두 이사가 동의하고 제청하자 삼청한 것이다. 이후 조 후보자 부친이 "이의가 없나"라고 묻자 남은 이사 두 명도 "없다"고 답하면서 안건은 가결됐다. 이같은 사실관계는 공사비 명목으로 대출받은 35억원을 모두 웅동중학교 공사비에 썼다는 기존 설명에 배치된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지난달 31일 "웅동학원의 신축 이전 공사비가 16억원 상당이라는 보도가 있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웅동학원은 동남은행(현 국민은행) 대출금 30억원을 모두 공사비로 사용했고, 추가대출금 5억원은 동남은행에 대한 이자로 사용했다"고 해당 보도를 반박했다.
준비단 설명과 달리 웅동학원은 적어도 대출금에서 토지매입비 명목으로 할당된 금액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웅동학원이 지난 1995년 11월 30일 교육청에 신청한 기채 허가 관련 문건에 따르면 대출소요액 30억원 중 '대체재산(도로, 교지) 매입비'는 16억원이다. 교육청은 이 내용을 전제로 구 운동장부지를 담보로 대출을 허가했다. 그런데 약속과 달리 대출금을 매입자금으로 쓰지 않은 탓에 추가 학교재산을 팔아야 했다. 교육청은 이 매각신청을 허가하면서 2000년 4월을 기한으로 잡았다. 이마저도 지키기 어렵다고 본 웅동학원은 처분 기한을 1년 더 늘리기 위해 이사회를 열었고 여기에 조 후보자가 참석한 것이다. 웅동학원이 대출금 일부를 공사비에 쓰지 않았고, 조 후보자가 적어도 2000년엔 이 사안을 알 수밖에 없는 정황인 셈이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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