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알자지라가 진단하는 사우디 정유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의 배경과 후폭풍
[WIKI 프리즘] 알자지라가 진단하는 사우디 정유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의 배경과 후폭풍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9.09.19 07:01
  • 수정 2019.09.19 0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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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 아람코 석유시설. [사진=알자지라]
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 아람코 석유시설. [사진=알자지라]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의 친 이란 반군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번 유전 공격을 불러왔을 수 있다.”

중동의 유력매체인 알자지라는 18일(현지시간) “엄청난 파괴를 낳은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아람코 석유시설의 드론 공습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왕국의 핵심 인프라 시설을 겨냥한 가장 강력한 군사 공격임이 틀림없다”고 보도했다.

쿠라이스와 압카이크 지역의 석유 및 가스 처리 시설을 대상으로 지난 14일 공습이 감행된 후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측은, 사우디 전체 석유 생산량 중에서 하루에 약 570만 배럴을 생산하는 시설을 초토화 시킨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공격으로 세계 공급량의 5%가 넘는 원유가 생산 차질을 빚을 것이며, 이를 정상으로 복구하는 데는 몇 주가 걸릴 것으로 보여, 국제 유가의 급등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의도가 분명한 이번 공습은 이란 및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군들을 한 축으로, 또 미국 및 미국의 강력한 동맹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이스라엘을 다른 축으로 놓고 고조되고 있는 긴장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벌써부터 이란을 지목하고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란이 세계의 원유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시설을 대상으로 전례 없는 공격을 감행했다고 테헤란 당국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보다 늦게 미국은 군사 공격의 준비가 되어있으며, 누가 원유 시설을 공격했는지에 대해 사우디 정부로부터 듣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테러 공격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이번 공격 배후에 자신들이 있다는 미국의 주장을 부인하고, 미국의 반격을 정당화하기 위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으로 촉발된 긴장 고조는 2015년 이란과 강대국들 사이에 맺어진 위태로운 핵협정에 대한 워싱턴과 테헤란 사이의 외교적 협상 가능성을 더욱 희박하게 하고 있다.

미국은 2018년 ‘이란 핵협정(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해버렸으며, 이란에 대한 최강 압박 정책의 일환으로 석유 산업과 금융 분야를 꽁꽁 묶는 경제 제재를 다시 부활시켰다.

이에 대한 반발로 이란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서 점차 발을 빼고 있는 중이다.

“이번 작전은 미국이 ‘이란 핵협정’을 경시하기 시작한 이래로 이란이 취하고 있는 맞대응 패턴에 잘 들어맞습니다.”

네덜란드 ‘클링겐델 갈등 연구소(Clingendael's Conflict Research Unit)’의 어윈 반 빈 책임연구원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이라크, 그리고 시리아 지역에 대한 공습을 눈에 띄게 늘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어윈 반 빈 연구원은 위의 세 나라에 있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군을 대상으로 지난달 감행된 일련의 공습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란은 이러한 공격 행위에 대해 비대칭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으며, 이번 원유 시설에 대한 공습은 미국에 대해 ‘사나운 개(이스라엘)를 이제 끌고 가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과 같습니다.”

두 개의 시나리오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 회사인 아람코에 대한 공습이 감행된 직후, 예멘에서 미국의 도움을 받아 사우디가 이끄는 친 예멘 정부 연합군과 4년이 넘는 소모전을 벌이고 있는 후티 반군측은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공습은 자신들의 민간인들을 상대로 벌인 공습에 대한 당연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후티 반군 측의 대변이 야흐야 사리는 베이루트에 본부를 분 반군 측 TV 방송 ‘알 마시라흐’를 통해 아람코 공습은 드론 10대로 감행되었으며, 사우디 왕국 내의 영예로운 내부조력자들과의 협력 하에 이루어졌다고 주장함으로써, 세계 최대의 석유 부국 동부 지역에 갇혀서 옹색한 삶을 살고 있는 시아파 반정부 인사들과의 공모를 암시하기도 했다.

후티 반군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공습에 사용된 드론들은 후티 반군의 근거지인 북서부 예멘 지역에서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중심부를 거쳐 목표 지역인 압카이크까지 무려 1,000킬로미터를 날아가야 했을 것이다.

드론의 경로로 추정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궤도는, 오만과의 국경 지대인 예멘 북동부를 출발해서, 북향으로 경로를 잡아 아랍에미리트 북쪽 상공과 카타를 영공을 날아 폭탄을 실은 발사체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러나 군사 분석가들은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군사 작전이라는 측면에서 가능하지 의심해봐야한다고 말했다. 우선 그렇게 첨단 공습 시스템을 후티 반군이 소유하고 있는지와, 다음으로 출발지에서 목표 지점까지의 광대한 지리적 거리가 의문이며, 마지막으로 추정되는 드론 비행경로 상에 자리하고 있는 중무장 대공 방어망들을 염두에 둬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심은 아람코 석유 시설에 대한 공습이 이라크 남부 지역에서 출발했을 것이라는 한 가지 가능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라크 남부 지역은 쿠라이스와 압카이크 지역의 석유 시설에 보다 가까우며, 이란이 지원하는 ‘인민 동원위원회(Popular Mobilisation Forces, Hashd)’가 주둔함으로써 최근에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이스라엘은 이 공습과 관련하여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14일에 있었던 알 두와디미 중심부 인근에 위치한 아람코의 동서부 파이프라인에 대한 공습에 대해서도 후티 반군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지난 6월말, 미국 관리들은 이 공격이 예멘이 아니라 이라크 지역에서 발사된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친 이란 시아파 민병대가 연루되었음을 짐작하게 하였다.

폭발 피해 분석에 정통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토요일 이뤄진 공습 결과는 사우디 영내에서 종래에 목격되던 후티 반군의 공습과는 다른 형태의 드론과 폭발물들이 사용되었음을 나타내었다고 한다.

런던에 기반을 두고 중동 문제를 다루는 온라인 뉴스 매체 ‘미들이스트 아이(Middle East Eye)’는, 아람코 공습이 감행된 다음날인 일요일, 익명의 이라크 고위 정보요원의 말을 인용해서, 이번 작전은 이스라엘 소행으로 의심되는 ‘인민 동원위원회(Popular Mobilisation Forces)’에 대한 공습의 보복 차원에서 이라크 영토 내에서 기획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라크는 공습용 드론들이 자국 내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후티 또는 ‘인민 동원군(Hashd)’ 중 어느 쪽이든지 이란과의 연계 말고도 자체적인 동인(動因)이 존재합니다. 후티 반군은 예멘에서 미군의 지원을 받은 사우디가 이끄는 군사 작전으로 고통을 받고 있고, ‘인민 동원군’은 최근 엄청난 공습을 받고 있기 때문이지요.”

어윈 반 빈 책임연구원은 이렇게 밝혔다.

“그렇기는 하지만 후티 반군 측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일부 ‘인민 동원군’ 측보다 이라크 내에 더 많은 세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또한 명심해야 합니다. 후티 반군은 이란과는 상관없이 카타이브 헤즈볼라, 카타이브 사이드 알 슈하다, 그리고 카타이브 이맘 알리 등의 여러 무장 단체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추정하는 또 하나의 시나리오는 ‘이란 혁명수비대(Iranian Revolutionary Guard)’가 아람코 석유 시설을 상대로 이라크나 또는 어쩌면 이란 영토에서 크루즈 미사일을 직접 날리는 작전을 감행했을 가능성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행위의 궤적은 이란이 취하고 있는 지역 안보 전략과는 일반적으로 들어맞지 않는다. 이란은 전통적으로 강력한 적대국과는 한편으로는 ‘누가 봐도 수긍할 수 있는 부인(plausible deniability)’을 내세우면서 간접적이며 비대칭적인 지역 안보 전략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의 외교에 미치는 영향

쿠라이스와 압카이크 지역의 핵심 사우디 원유 시설에 대한 보복 공습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경고를 반영하고 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만일 미국의 ‘최강 압박 전략’ 때문에 이란의 원유 수출에 결정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페르시아 만으로부터 어떤 석유도 수출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가 있다.

어떤 평가에 따르면, 이란은 7월 한 달 동안 고작 하루 10만 배럴밖에 수출하지 못했다. 이 수치는 일 년 예산을 벌어들이기 위해 이란이 수출해야 하는 석유양의 약 1/10에 불과하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해임함으로써 실낱같은 외교적 해법의 가능성이 열리고, 다가오는 UN 총회를 기회로 미국과 이란 사이에 협정이 맺어질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존 볼턴은 대 이란 정책에 있어 너무나도 유명한 매파 보좌관으로 이란에 대한 제재 축소를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계국들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중도주의자인 이란의 로하니 대통령 정부는 미국과의 대화는 경제 제재의 해제 여부에 달려있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또, 로하니 대통령 자신도 이란의 국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기까지 하였다.

창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정부가 이란에게 신용한도 연장을 제안하면서 열렸다. 프랑스의 제안대로 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석유 수출 제재를 다시 풀어줌으로써 이란이 석유 판매 대금으로 경화(hard currency)를 지불받을 수 있어야한다.

이란의 외무부장관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가 지난 8월 프랑스의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 깜짝 방문하였는데, 이 회담의 한 켠에서 이러한 금융 해법을 놓고 일부 토론이 벌어졌다.

비록 백악관이 트럼프와 로하니 양 정상 간의 만남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람코 시설에 대한 이번 공습은 악화하기만 하는 미국과 이란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되었다.

“현재의 팩트는 이란의 ‘혁명수비대(IRGC)’가 지금 당장은 미국과의 어떤 대화 가능성도 배제하고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에 정통한 한 정보 분석가는 익명을 전제로 알자지라 방송에 이처럼 털어놓았다.

“혁명수비대는 외교적 접근법을 통해 로하니 대통령 정부가 자신들이 원치 않는 방식으로 협정을 맺을까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란의 지역 패권이나 핵무장 강화, 그리고 미사일 개발이 중지될까봐 두려운 것입니다.”

이란의 국내 정치 사정과 외교 협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난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현실적인 판단은 미국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매파 전쟁광 존 볼턴 같은 사람을 해임시킨 것은 옳은 방향으로의 진일보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진심으로 긴장 완화에 관심이 있다면, 미국은 이란을 굴종 아니면 대결 둘 중의 하나로만 내모는 매파적인 정책과 압박 정책을 더 이상 고집하며 안 됩니다.”

MIT 공대의 현대 중동 역사가인 푸야 알리마햄은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최석진 기자]

 

“결국, 근대 역사에서 서양의 개입에 대한 저항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한 국가가 이러한 환경에 처해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 예측하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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