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검사의 고소장 위조, 형사입건 어려워"
[단독] 검찰 "검사의 고소장 위조, 형사입건 어려워"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09.24 11:38
  • 수정 2019.09.2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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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이달 초 경찰 수사팀 압수수색영장 기각
수사팀에 넘긴 자료는 "해당 검사의 사표는 수리됐다" 달랑 한장
경찰, 검찰 수사방해 의심... 영장 재신청 뒤 수사 계속 여부 결정
임은정 울산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지난 20일 서울 중랑구 묵동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2차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기 전 모여든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은정 울산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지난 20일 서울 중랑구 묵동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2차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기 전 모여든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소인 몰래 고소장을 바꿔치기한 혐의를 받는 검사를 징계 없이 그만두게 한 검찰의 감찰라인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 방해 정황이 드러났다. 

24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박승대)는 이달 초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가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대검찰청 감찰1과, 부산지검을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자 "형사입건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통보했다. 현직 검사 시절 사문서위조(고소장 위조)와 공문서위조(고소장에 붙이는 표지 위조) 혐의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수대는 전직 검사 윤모씨가 부산지검 형사5부에 재직 중이던 지난 2015년 11~12월 고소장과 사건기록 표지를 위조했다는 법무부 첩보, 이 첩보를 토대로 부산지검에 감찰조사를 지시한 대검의 2016년 4월 28일 문건, 비슷한 시기 부산지검이 작성한 중간·최종 감찰조사 보고서를 압수 대상으로 적시했다. 

지수대는 윤씨에 대한 법무부의 최초 첩보와 검찰 내부의 감찰 결론을 비교하면 당시 감찰라인의 직무유기 혐의 유무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지수대를 수사지휘하는 중앙지검 형사3부가 직무유기 혐의를 따지기 전에 그 전제가 되는 사문서위조·공문서위조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을 준 셈이다.  

중앙지검 형사3부의 이같은 수사지휘는 윤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한 부산지검의 공소제기에도 배치된다. 윤씨가 지난 2016년 6월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사직하자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두 달 뒤 윤씨를 공문서위조 및 행사 혐의로 고발했다. 이 사건을 배당받은 부산지검은 고발장이 제출된 지 3년이 다 돼가는 지난 6월 19일 윤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1심 법원은 검찰의 내부 감찰 문건을 토대로 윤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이밖에도 검찰이 통보한 영장기각 사유엔 "경징계가 가능한 비위사실에 대해 의원면직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씨가 비록 징계를 받지 않았지만 사표를 내고 옷을 벗었으니 징계를 대신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경징계 사안이라는 검찰의 내부 판단은 공무원 비위 처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 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의 비위에 고의가 있으면 중징계를 내리게 돼 있다. 검사징계법상 중징계는 최소 정직이다. 

감찰 결과에 따르면 윤씨는 고소장을 분실하자 고소인에게 알리지 않고 실무관을 시켜 다른 고소장을 복사했다. 이때 복사한 고소장은 같은 고소인이 제출한 것이었지만 잃어버린 고소장과 같은 혐의가 기재된 것인지는 '알 수 없음'으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윤씨는 위조한 이 고소장을 수사기록에 끼워 넣은 뒤 표지 결재란에 차장검사의 도장을 몰래 찍어 '각하' 처분했다. 혐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사건을 검사가 마음대로 종결한 것이다. 

지수대가 신청한 영장이 기각된 사유엔 "1심에서 선고유예된 점을 비춰 위법부당한 업무처리라고 볼 수 어렵다"는 내용도 있다. 지난 6월 19일 부산지법 형사5단독 서창석 부장판사는 윤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면서도 "고소장 자체를 위조한 것이 아니라 고소장이 접수되어 주임검사에게 배당됐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 내부적 문서인 '사건기록표지'가 위조된 것"이라는 이유로 형을 유예했다. 검찰이 죄의 정도가 경미하다는 법원 판단을 근거로 내세운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판단이 나온 건 검찰이 공소사실에서 고소장 위조 혐의를 빼고 표지 위조 혐의만 넣은 탓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고소장 위조 사실을 고발했지만 그 혐의를 사문서위조가 아닌 공문서위조로 잘못 기재한 것을 이용해 표지 위조 사실만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  

지수대는 검찰의 반복된 비협조를 수사방해로 의심하고 있다. 임은정(45·사법연수원 30기) 울산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피고발인으로 적시한 인물들이 전직 검찰 고위 간부인 상황에서 검찰이 제출한 자료가 "해당 검사는 사표를 내서 의원면직됐다"는 인사자료 달랑 한 장인 까닭이다. 지수대는 세 차례나 자료 제출를 요구했지만 법무부는 이 자료 이외의 문건을 내주지 않았다. 

앞서 임 부장검사는 지난 3월 김수남(59·16기)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59·14기)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철규(55·19기) 부산고검장, 조기룡(54·26기) 청주지검 차장검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감찰해달라고 대검 감찰본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6월 19일 경찰에 고발했다. 감찰 대상으로 적시된 이들은 '고소장 위조' 사건에 대한 감찰 조사가 진행될 당시 보고·결재선에 있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검찰공무원의 비위와 관련된 내부 지침에 따르면 본건 비위 사실이 조항에서 열거하고 있는 형사 입건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수사지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공무원 범죄 및 비위 처리 지침' 제3조는 입건해야 하는 검사의 비위 유형을 나열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사문서·공문서위조죄가 없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 지침은 상위규정인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의 징계기준을 검찰에 맞춰 세분화한 것에 불과하다. 하위 지침이 검사에게 예상되는 모든 비위를 담지 못한다고 해서 상위 규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경찰은 한 차례 더 중앙지검 형사3부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뒤 발부 여부에 따라 수사 계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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