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법원, '법관전용연금' 검토... "공무원연금보다 높은 연금 수준 설정해야"
[단독] 대법원, '법관전용연금' 검토... "공무원연금보다 높은 연금 수준 설정해야"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10.02 13:22
  • 수정 2019.10.0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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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경제학회, 지난해 8월 사법정책연구원 발주 정책연구 결과 내놔
'경력법관 유입 금전 유인 높여야' 결론에 법관전용연금제도 대안 제시
한국법경제학회가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 정책연구발주로 지난해 발표한 '법조일원화에 따른 법관보수 및 연금제도 연구' 보고서 표지.
한국법경제학회가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 정책연구발주로 지난해 발표한 '법조일원화에 따른 법관보수 및 연금제도 연구' 보고서 표지.

대법원이 단계적으로 시행 중인 법조일원화 정책의 확대 적용을 위해 공무원연금 적용 대상에서 법관만을 떼어낸 법관전용연금 도입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일원화란 다년간의 법조 경력이 있어야만 법관에 임용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법관 임용에 필요한 경력은 2021년까지는 5년이지만 2025년부터는 10년 이상으로 늘어 요건이 엄격해진다.
 
법원행정처 정책연구용역심의위원회는 지난해 8월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이 제안하고 한국법경제학회가 연구용역으로 진행한 '법조일원화에 따른 법관보수 및 연금제도 연구'(사진)의 적정성을 검토했다. 

심의위 검토 결과 이 연구는 내용의 완결성, 용역수행자의 성실성, 연구결과 활용가능성 등 8개 항목 모두에서 상중하 가운데 '중'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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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정책연구용역심의위원회의 정책연구용역 결과 평가서. 

<위키리크스한국> 취재 결과 이 연구가 낮은 점수를 받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입증이 되지 않은 가설을 전제로 연구를 진행했다는 것과 제시된 대안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론은 법조일원화를 확대하기 전 경력법관의 유인을 높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금전적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정년을 연장해 임금을 보전해주는 원로판사 제도, 공무원연금보다 높은 수준인 법관전용 연금제도, 변호사 시절 경력을 법관 경력으로 인정해 연금을 보전해주는 법조경력 재직기간 산입제도, 법관 별도의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대안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이같은 연구가 사회과학적으로 의미가 있으려면 '변호사 시절보다 보수가 적으면 법관을 하지 않는다'라는 가설을 우선 증명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변호사 업무를 통해 쌓은 지적 성과를 좋은 재판에 녹여내겠다는 '비금전적 유인' 자체를 다루지 않은 것이다. 

더욱 문제는 대안 제시에 앞서 그 밑바탕에 깔린 '법원 내 엘리트주의'다. 연구자들은 법관전용 연금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법관만을 위한 직역연금을 새롭게 만드는 법관전용 연금제도는 발상이 매우 신선한 대안으로 여겨진다"면서 "국민연금은 물론이고 공무원연금보다도 높은 수준의 지급률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놨다. 

정책연구보고서 중 법관전용연금의 필요성을 제시한 부분.

국민연금보다 높은 수준의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공무원연금보다 더 높은 단계인 법관전용연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같은 발상은 비현실적이다. 이미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수급자 간 수령액은 크게 벌어진 까닭이다. 

국민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이 발표한 올해 3월 기준 월 연금액별 수급자현황을 비교하면 월 300만원 이상 연금을 받는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12만 3583명인 반면 국민연금 수급자는 0명이다. 월 200만 이상 300만원 미만으로 수급액을 낮춰봐도 공무원연금의 경우는 19만 3035명인데 국민연금의 경우는 단 32명이다. 

이와 달리 월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 국민연금 수급자 현황은 국민연금이 22만 4025명, 공무원연금이 14만 3075명이다. 연금 수급 수준이 열악한 월 100만원 미만 구간의 경우는 차이가 더 크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436만 5608명, 공무원연금 수급자가 3만 5359명이다. 이 구간만 비교하면 무려 123배 차이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이 이렇게 수급액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 중 하나엔 고위 법관들에게 유독 높게 연금액이 산정되는 현실이 있어 왔다. 공무원연금공단이 지난해 11월 밝힌 연금 수령 상위 10명 중 8명은 전직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이다. 이들은 최고 월 700만원대의 연금을 수령하고 있었다. 국회는 고위 법관들이 다른 공무원 직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연금을 받는다는 지적을 의식해 지난 2007년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했다. 이번 연구가 당시 연금 개혁을 역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사법정책연구원 내부에선 이 연구가 외부용역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연구의 전제와 결론을 그대로 법원의 입장으로 이해하는 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연구를 제안한 건 사법정책연구원에 파견돼 과제담당관으로 선정된 부장판사다. 과제담당관은 정책연구용역의 과제 신청과 연구자 선정, 결과 보고에 관여한다.

이 연구 과제담당관인 A 부장판사는 이 연구 제안서에서 "별도의 법관 보수 및 연금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타당한지, 아니면 기존의 공무원 보수체계 또는 공무원연금제도의 틀에서 법관에게 적용되는 특례를 활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진행할 필요하다"는 연구 틀을 못 박았다. 법관에게 특혜(법관전용연금)나 특례(공무원연금 보전)를 주는 것을 전제로 연구팀에 용역을 준 것이다. 

대법원의 정책연구용역의 관리 실태를 지적해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매년 11억원대의 예산을 투입해 시행하고 있는 정책연구용역사업을 대법원이 부실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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