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던져진 '검찰개혁' 주사위... 승자는 文일까, 尹일까
[WIKI 프리즘] 던져진 '검찰개혁' 주사위... 승자는 文일까, 尹일까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10.05 12:12
  • 수정 2019.10.05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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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수사 중 문재인 대통령 검찰개혁 주문 
대통령 발언 직후 檢, 조국부인 비공개소환
윤석열에겐 '중앙지검 특수부' 존치가 핵심
 문재인(왼쪽) 대통령이 자난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간담회장으로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면 1. '검찰개혁' 주사위 던진 문재인 대통령

"지금의 검찰은 개혁의 주체임을 명심해줄 것을 특별히 당부드린다"(9월 27일, 문재인 대통령)

#장면 2. '국민'으로 피해간 윤석열 검찰총장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9월 27일, 대검찰청 대변인실)

#장면 3. "조국 수호" "검찰 개혁" 서초동 집회

대검·서울중앙지검 청사 앞(9월 28일)  

#장면 4. 윤석열의 '서초동 촛불집회' 감상문

"검찰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검찰은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 (9월 29일, 윤석열 검찰총장) 

#장면 5. 조국 법무장관의 틈새 보고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 목소리가 매우 높습니다. 오늘 법무부 장관이 보고한 검찰의 형사부, 공판부 강화와 피의사실 공보준칙의 개정 등은 모두 검찰 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안들이라고 생각합니다"(9월 30일, 문 대통령)

#장면 6. 법무부 틈새 보고가 불편한 대검

"대통령 지시 내용의 취지나 배경을 확인하고, 아주 추상적이나마 계획까지 밝히려면 오늘 당장 입장을 내긴 어려울 수 있겠다"(9월 30일, 대검 관계자)

#장면 7. 게임체인저? 2기 법무검개위 등장  
    

"서울중앙지검의 직접수사 부서의 규모는 계속 확대되었고,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같은 비직제 직접수사 부서가 신설되는 등 검찰 수사조직 직제는 '직접수사 축소' 기조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음"(10월 1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 1차 권고)

#장면 8. "중앙지검을 살려라" 윤석열의 특명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하고 전국의 모든 검찰청에 설치된 특수부를 폐지"(10월 1일, 이원석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장면 9. 검찰에 말려든 청와대 대변인실

"검찰이 발표한 방안은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10월 1일, 청와대) 

#장면 10. 윤석열에 월권 말라는 조국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특수부 폐지안은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고, 검찰 밖 외부기관 파견검사 전원 복귀안은 법무부장관이 결정할 사안"(10월 2일, 법무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엿새간 검찰과 청와대 사이에서 벌어진 줄다리기 경기는 승자를 알 수 없다. 구경꾼이 누구인지에 따라 승자가 달라지는 게임은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보는 게 편하다. 서초동을 촛불로 밝히는 사람들에겐 문재인 대통령이, 광화문 하늘을 태극기로 채우는 사람들에겐 윤석열 검찰총장이 그들의 눈을 가린다. 

하수상한 작금의 상황에서 승자를 규정하는 건 질문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족과 주변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팀을 압박하는 게 목표였는가. 그렇다면 승자는 청와대다. 아니면 숨 고르기에 나선 후 닥친 검찰개혁 파고를 딛고 특별수사부(특수부)를 지키는 게 숨은 목적인가. 이 경우는 검찰이 승자다.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검찰 소환이 임박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브레이크를 걸었다. 윤 총장은 기꺼이 수사 속도를 조절하는데 반대하지 않았다.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처럼 총장 직할대를 자처하는 중앙지검 특수부를 그대로 둘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까닭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조국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 여부도 검찰의 수사 등 사법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며 조 장관 거취 시점을 분명히 했다. 검찰이 조 장관 일가를 재판에 넘긴다고 하더라도 대법원 판단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이다. 

조 장관 부인에게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해왔던 검찰 수사팀에겐 문 대통령 발언은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검사 입장에선 가장 듣기 싫은 기각 사유가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문장이다. 달리 말하면 검찰 수사가 잘못됐다는 말이다. 

실제 압박 효과가 있었다. 문 대통령 발언 전까지만 해도 공개소환 방침을 밝혔던 검찰은 공휴일인 지난 3일 정 교수를 비공개소환했다. 그마저도 정 교수의 건강상 이유로 피의자 조사를 그만두고 귀가조처했다. '황제소환' 논란이 일자 윤 총장은 '피의자 공개소환' 자체를 폐지하는 강수를 뒀다. 정 교수만이 예외가 아니라는 선언이다. 그러자 곧 이 핵심 피의자는 다음날인 4일 병원에 입원했다. 수사팀에 애초 검토했던 구속 수사는 물 건너간 것이다. 

 

지난 7월 25일 검찰총장 임명식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법무부 장관과 강기정 정무수석이 차담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차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25일 검찰총장 임명식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오른쪽) 법무부 장관과 강기정(왼쪽) 정무수석이 차담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차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선 배경엔 '강기정 외압설'

문 대통령이 수사외압 논란까지 자초하면서 조 장관을 지원 사격한 이유는 뭘까. 분명 이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평소 그의 소신에도 어긋난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이홍구 전 국무총리 등 사회 원로들을 청와대에 초청한 자리에서 "살아 움직이는 수사는 정부가 통제할 수도 없고, 통제해서도 안 된다"며 적폐청산 중단을 건의하는 의견을 단호하게 잘라냈다. 

문 대통령이 평소 소신을 꺾으면서까지 '조국 지키기'에 나선 배경엔 수사외압설 대신 '개혁 대 반개혁' 구도가 작동할 수 있다고 본 청와대 판단이 있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지난달 26일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에 열린 '2019 대한민국 균형발전 정책박람회' 기조강연에서 자리 성격과 무관하게 "검찰도 대한민국의 구성원이고 공무원이라면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 중이니 검찰에 수사를 해도 조용히 하라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했다. 검찰은 그 말을 듣지 않았고"란 말까지 내뱉었다. 

청와대 외압설이 사실로 굳어질 기미가 보이자 하루 만에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검찰개혁을 내세우면 수사외압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생리를 이용한 것이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주문한 마당에 검찰이 수사 외압을 운운하면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으로 비칠 수 있는 까닭이다. 

문 대통령이 내세운 명분은 명확하다. 특수부를 축소하고 형사부와 공판부를 확대하는 게 인권 친화적이라는 것이다. 사법경찰이 수사하면 수사지휘와 기소를 하는 형사부 검사가 모든 걸 혼자서 하는 특수부 검사보다 피의자 인권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족과 주변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사무실에 불이켜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족과 주변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사무실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특수부 축소 범위... 윤석열은 중앙지검을 지킬 수 있을까

문제는 어디까지 특수부를 축소할 것인지다. 대통령의 1차 검찰개혁 주문에도 검찰 총수가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한 줄 입장을 내는데 그치자 움직인 건 '피의자 조국'이다. 지난달 29일 서초동 촛불집회를 통해 지지층 결집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는지 조 장관은 다음날 문 대통령 업무보고에 "형사부, 공판부 강화"를 넣었다. 달리 말하면 특수부를 축소하겠다는 보고다. 

조 장관이 업무보고를 이용해 같은 날 발족하는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 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법무검개위)가 향후 다룰 사안을 먼저 낚아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장관이 알아서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면 굳이 장관 자문기구가 있을 이유는 없다. 실제 조 장관은 1기 법무검개위(위원장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가 발표한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1기 법무검개위는 경찰에게 수사지휘권 일부를 넘겨주는 안이 반인권적이라며 반대했지만,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장관은 그 반대 방향으로 법무부-행정안전부 합의를 조율했다. 정부안대로 입법이 이뤄지면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이 지금 강조하는 형사부는 오히려 축소될 수밖에 없다. 폐지 대상인 수사지휘권은 형사부 검사들의 가장 큰 무기다. 

법무부의 틈새 보고에 대검은 당혹한 속내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이날 "오늘 법무부 장관이 보고한 검찰의 형사부, 공판부 강화와 피의사실 공보준칙의 개정 등은 모두 검찰 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안들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법무부 건의를 빌린 문 대통령 발언에 대검 관계자는 "대통령 지시 내용의 취지나 배경을 확인하고, 아주 추상적이나마 계획까지 밝히려면 오늘 당장 입장을 내긴 어려울 수 있겠다"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때 판을 바꿔보겠다고 나선 게 법무검개위다. 다음날 법무검개위는 출범 하루 만에 권고안을 내놨다. "직접수사 축소,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이라는 부제가 붙은 1호 권고안의 숨은 핵심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각각 축소하고 폐지하라는 내용이다. "검찰총장에게도 지시합니다"라는 문 대통령 말을 그냥 지나친 대검으로선 아차 싶을 상황이다. 

윤 총장에게 급하게 꺼내든 수는 개혁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같은 날 윤 총장은 대검 명의로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하고 전국의 모든 검찰청에 설치된 특수부를 폐지"라는 대안을 내놨다. 법무부 장관이 자문기구 권고를 수용하기에 앞서 특수부 축소 범위를 좁힌 것이다. 윤 총장에겐 중앙지검 특수부를 축소하는 것보다 중앙지검을 제외한 전국의 특수부를 줄이는 게 이득인 점을 확실히 한 것이기도 하다. 윤 총장이 결심한 조 장관 수사를 중앙지검 특수부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검찰총장에게 중앙지검 특수부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다. 낭만적으로 말하면 총장의 영을 세워주는 곳을 지키겠다는 검찰주의자의 마지막 방어선인 셈이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지난달 27일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족 검찰수사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지난달 27일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족 검찰수사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의 갈지자 행보... 고민정 대변인의 패착
역설적인 건 청와대가 윤 총장의 수에 걸려들었다는 점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대검의 검찰개혁안 발표 직후 "검찰이 발표한 방안은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다음날 조 장관이 규정 개정 절차를 내세워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특수부 폐지안은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고"라며 제동을 건 것과 대조된다. 

청와대와 법무부의 엇갈린 '윤석열 표' 검찰개혁 평가는 법무검개위가 '조국 표' 검찰개혁을 위한 포장지에 불과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청와대가 꼼꼼하게 법무검개위 권고안을 살펴봤다면 대검 개혁안과 배치되는 점을 읽을 수밖에 없던 까닭이다. 적어도 고 대변인의 패착이다. 

법무검개위를 측면 지원하는 검찰개혁추진지원단(단장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의 실책도 무시할 수 없다. 추진단 부단장을 맡고 있는 이종근 차장검사는 법무검개위에 전국 검찰청의 수사조직 직제를 분석해 간추린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18개 검찰청 어디에 특수부가 있고, 사실상 특수부를 대신하는 조직이 있는지 민간 위원들에게 설명해준 것이다. 

그런데도 법무부 장관의 상징적인 1호 권고안 부제에 "중앙지검 특수부 축소" 같은 인상적인 작명 대신 "직접수사 축소" 문구가 붙었다는 건 조 장관에겐 아쉬울 수밖에 없다. 권고안 각론에 특정 검찰청의 특수부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있다해도 여론은 거기까지 관심을 두기는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 시점을 "수사가 종료되는 대로 내용을 확정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그렇게 준비해 주기 바랍니다"라고 검찰에게 알린 바 있다. 수사 종료를 앞두고 조 장관의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특별수사 지휘라인(윤 총장-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송경호 중앙지검 3차장-고형곤 특수2부장)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수사를 끝내는 날이 곧 검찰개혁의 시작이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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