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비핵화 협상 위기 속으로…7개월만에 다시 만났지만 '빈손'
北美 비핵화 협상 위기 속으로…7개월만에 다시 만났지만 '빈손'
  • 이현규 기자
  • 승인 2019.10.06 09:18
  • 수정 2019.10.06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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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길(오른쪽)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저녁 6시30분께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김 대사 옆은 권정근 전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사진=연합뉴스]
김명길(오른쪽)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저녁 6시30분께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김 대사 옆은 권정근 전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사진=연합뉴스]

7개월 만에 다시 만난 북한과 미국이 다시 현격한 의견차만 확인하고 빈손으로 돌아섰다.

북한은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지만, 미국의 태도는 바뀌기 쉽지 않아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비핵화 협상이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북미간 협상은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7개월여만에 성사된 것으로, 최근 양측의 긍정적인 발언으로 시작 전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협상은 오전 2시간, 오후 4시간 정도 진행된 뒤 '결렬'으로 마무리됐다.

협상 결렬의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비핵화와 안전보장·제재해제 이행을 둘러싼 양측이 이견이 여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종단계를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포괄적 합의'를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출발점으로 '단계적 합의'를 통해 신뢰를 다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김명길 대사는 이날 협상결렬 뒤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의 입장은 명백하다.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제재 문제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비핵화가 진전된 이후에나 손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대사가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 "빈손으로 협상에 나왔다",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나오지 않았다" 등의 비난발언을 한 것을 보면 미국측이 '제재는 유지한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 대사는 미국에 '현실적인 방도'를 제시했다며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 등 자신들이 취한 조치를 나열한 뒤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있게 화답"해야 다음 단계 비핵화 조치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추가 제재, 한미 연합군사훈련 지속 등을 거론한 점으로 볼 때 이런 조치들의 중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9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에서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이번 회담 결렬을 선언한 김명길 대사는 미국과 대화를 접겠다는 발언은 하지 않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조선반도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불변하다"면서 "(미국 측에)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볼 것으로 권고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 성명 전문.

 북한 대표단에서 나온 앞선 논평은 오늘 8시간 반 동안 이뤄진 논의의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으며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

논의가 이뤄지는 동안 미국 대표단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래 있었던 일들을 되새겼으며 양쪽 모두의 많은 관심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보다 집중적인 관여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미국 대표단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개의 핵심사안 각각에 대해 진전을 이루게 할 많은 새로운 계획에 대해 미리 소개했다.

논의를 끝맺으면서 미국은 모든 주제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기 위해 2주 이내에 스톡홀름으로 돌아와 다시 만나자는 스웨덴 주최 측의 초청을 수락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 대표단은 이 초청을 수락했었다.

미국과 북한은 70년간 걸쳐온 한반도에서의 전쟁과 적대의 유산을 단 한 차례의 토요일 과정을 통해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들은 중대한 현안들이며 양국 모두의 강력한 의지를 필요로 한다. 미국은 그러한 의지를 갖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논의의 장소와 기회를 제공해준 데 대해 스웨덴 외무부 주최 측에 깊이 감사한다.

◇북 김명길 순회대사 북미 실무협상 결렬 성명.

이번 조미 간 실무협상은 조미 수뇌 상봉에서 이룩된 합의에 따라 구상되고 그 사이 여러 가지 난관들을 힘겹게 극복함에 마련된 쉽지 않은 만남이었습니다.

이번 협상이 조선반도 정세가 대화냐 대결이냐 하는 기로에 들어선 관건적 시기에 진행된 만큼 우리는 이번에 조미 관계 발전을 추동하기 위한 결과물을 이뤄내야 한다는 책임감, 미국이 옳은 계산법을 가지고 나옴으로써 조미 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리라는 기대감을 안고 협상에 왔습니다.

그러나 협상은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습니다. 나는 이에 대해서 매우 불쾌하게 생각합니다.

이번 협상이 아무런 결과물도 도출해내지 못하고 결렬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것도 들고나오지 않았으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 의욕을 떨어뜨렸습니다.

우리가 이미 미국 측에 어떤 계산법이 필요한가를 명백히 설명하고 시간도 충분히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온 것은 결국 문제를 풀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의 잘못된 접근으로 하여 초래된 조미 대화의 교착상태를 깨고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열 수 있는 현실적인 방도를 제시했습니다.

핵 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 발사 중지, 북부 핵 시험장의 폐기, 미군 유골 송환과 같이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 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 있게 화답하면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들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습니다.

이것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조미 사이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문제해결에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현실적이고 타당한 제안입니다.

싱가포르 조미 수뇌회담 이후에만도 미국은 열다섯 차례에 걸쳐 우리를 겨냥한 제재 조치들을 발동하고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마저 하나둘 재개했으며 조선반도 주변에 첨단 전쟁 장비들을 끌어들여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공공연히 위협하였습니다.

우리의 립장은 명백합니다.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조선반도 핵 문제를 탄생시키고 그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는 미국의 위협을 그대로 두고 우리가 먼저 핵 억제력을 포기해야 생존권과 발전권이 보장된다는 주장은 말 앞에 수레를 놓아야 한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미국 측이 우리와의 협상에 실제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라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 볼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이번 조미 실무협상이 실패한 원인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수정함으로써 대화 재개의 불씨를 되살리는가 아니면 대화의 문을 영원히 닫아버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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