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글로벌 전쟁 속에서 대형 투자가 위축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에다 한-일 경제전쟁 전선이 확대되는 등 글로벌 경제의 전선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만큼 긴박하게 전개되는 상황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26일까지 이사회나 임시 주주총회를 열 계획이 없다.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에 재선임되기 위해서는 이사회가 선임한 뒤 주주총회에서 의결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임기를 연장하지 않는 것으로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는 형식을 취하는 셈이다.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종료는 ‘책임경영’을 강조하며 2016년 10월 사내이사에 선임된 지 3년 만이다.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는 가장 큰 이유는 재판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8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선고하면서 이 부회장은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은 25일 첫 공판이 시작된다.
본인 거취 문제가 삼성전자 전체의 ‘리스크’로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내이사 자리를 내려놓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사내이사 자리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이 반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주식 9.97%를 보유해 이건희 회장과 특수관계인(21.24%)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올해 3월 주주총회 시즌에 국민연금은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건에 반대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두 사람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의 침해 우려’를 이유로 반대했다. 재판 중인 이 부회장에게도 비슷한 이유로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보유지분율은 9.97%다. 최대주주 이건희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21.24%에 이르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이 부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더라도 이사 재선임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사회적 논란이 되는 것만으로도 삼성과 이 부회장에겐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더라도 총수로서 삼성전자의 경영에는 정상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쪽도 “등기이사를 내려놓더라도 부회장으로 지금의 경영 활동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대법원 파기환송 선고 이후에도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1일 삼성전자 서울R&D 캠퍼스 내 삼성리서치를 방문해 차세대 기술전략 등을 논의했다.
추석 연휴 기간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삼성물산 임직원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이 비전자 계열사 해외출장을 간 것은 처음이었다. 사우디 방문 기간에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부총리를 만나 스마트시티 등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 대형 인수·합병(M&A) 등 투자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공지능(AI), 시스템 반도체 등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선정한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최종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이 부회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6년 자동차전장업체 하만을 80억 달러(약 9조5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대형 M&A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게 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위키리크스한국= 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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