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넷 "美, 대북 억지력 구현에 소홀... 군사적 압박 필요"
베넷 "美, 대북 억지력 구현에 소홀... 군사적 압박 필요"
  • 조문정 기자
  • 승인 2019.10.15 20:03
  • 수정 2019.10.1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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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전술핵 배치·자체 핵무장', 현실적으로 어려워
대신 '저출력 핵무기' 실은 '美 잠수함 전담 배치'
최근 북한의 SLBM 발사는 '美·日 디커플링' 전략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국제 국방분야 선임연구위원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핵전력의 이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국제 국방분야 선임연구위원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핵전력의 이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

그동안 미국이 대북 억지력(deterrence)을 충분히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이 필요하다는 미국 군사전문가의 조언이 나왔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국제 국방분야 선임연구위원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핵전력의 이해'라는 주제로 한 강연에서 '전쟁 수행능력에서 억지력이 갖는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2차대전 이후 작용했던 억지력, 북한에도 작용돼야

베넷 위원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소 군비경쟁이 실제로는 전쟁 억지력으로 작용했던 사례가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하나라도 사용하면 정권이 몰락할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소련은 재래식 군사력에서 미국보다 우위에 있었지만,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소련을 충분히 억지할 수 있었다"며 "미국은 1945년 그런 개념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해 1948년 핵무기 50개를 보유했고 소련은 1949년에야 핵실험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소련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소련 산업의 75%를 파괴하고 인구의 반을 사망할 것이니 소련이 미국을 공격해도 얻을 게 없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며 "미국은 소련이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등 어느 수준 이상으로는 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핵보유에 따른 혜택은 줄이면서 핵보유 비용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넷 위원은  ‘2018년 핵 태세 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
베넷 위원이 인용한 ‘2018년 핵 태세 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에는 ‘그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 사용 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구절이 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

◇대북 억지력 갖추기 위한 세 가지 시나리오 평가

베넷 위원은 ‘2018년 핵 태세 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를 인용하며 "미국이 북핵 억지력(deterrence)을 충분히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그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 사용 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구절이 있다. 그는 "이런 말을 실제로 들어본 적이 있느냐"며 "우리가 확실히 하지 않는데 북한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북 억지력을 갖추기 위한 시나리오로 ▲북한을 공격해 체제를 전복시키는 것 ▲고위층이 몰려 있는 평양을 파괴해 국정을 마비시키는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제거해 체제를 전복시키는 것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첫 번째 시나리오와 관련, "6개월~1년이면 북한의 체제를 붕괴시킬 수는 있겠지만 북한이 그 기간 내 핵무기를 계속 사용·증강할 것이므로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와 관련해서는 "평양을 공격해 관료들이 대거 사망하면 국가운영이 불가능해 체제 붕괴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서도 "다만 평양 주민 400~500만 명이 사망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미국 대통령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세 번째 시나리오인 '김 위원장 제거'가 가장 합리적인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평양 주민 모두를 살상하기보다 김 위원장이 숨을 곳 몇 군데를 압축해 공격하는 전략이 더 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핵물질 반출 여부’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 시험해야

베넷 위원은 또 "북한은 비핵화할 준비가 됐다고 하면서 뒤에서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핵탄두 1개를 해체해 핵물질을 미국으로 반출할 수 있는지'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시험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북한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영변, 분강, 강성 등지에 있다"고 주장하며 "우라늄 농축시설인 원심분리기가 영변에 4천 기, 분강에 1만 기가 있다. 강성에 4천 기가 있다고 가정하면 북한에는 원심분리기가 총 1만8천 기 존재하는데 하노이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전체의 4분의 1도 안 되는 4천만 기만 내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핵무기나 핵시설을 줄여야 하는데 오히려 작년 3월 이후 핵무기전력을 50% 이상 증강했다. 생산시설, 농축시설, 핵탄두 재고량 모두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베넷 위원은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가 30∼60개라는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 추정치의 중간값인 45개를 보유했다고 해보자"며 "45개 중 하나는 버릴 수 있지 않겠는가. 그것 하나 내놓지 않는다면 언제는 내주겠느냐"는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 위원장은 비핵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안 할 것이다. 그가 과연 북핵 무기와 관련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시험해봐야 한다. 한번은 시험해봐야 무엇이 가능할지 가늠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술핵 배치·자체 핵무장'은 어려워... 대신 '美 잠수함 전담 배치'

베넷 위원은 일각에서 나오는 '자체 핵무장론'의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그는 "한국은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플루토늄도 추출 및 융합까지만 해도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걸리고, 이후 무기 개발까지는 시간이 더 걸린다"고 말했다.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방안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그는 "사드를 배치할 때도 한국 국민들이 그렇게 시위를 많이 했는데, 전술핵을 배치하면 더 많은 시위가 벌어질 것"이라며 "국민들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고도에서 폭발하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현재 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는 잘 포착되지 않는다"고 우려하며 "저출력 핵무기를 실은 미국 잠수함 한 대를 한국에 전담 배치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최근 SLBM 발사는 '美日 디커플링' 전략

한편, 베넷 위원은 "북한은 공해(公海) 대신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했다"며 "만약 일본 영공으로 발사했다면 아베도 트럼프도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고 미일 동맹을 강화하며 새로운 제재 조치를 취했을 것인데, 일본 EEZ로 발사하니 미국도 별말을 하지 않았다. '미일 동맹을 와해하려는 디커플링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잠수함은 핵미사일을 조용히 발사할 수 있지만, 북한의 로미오급 개량형 잠수함은 소음이 커 핵무기를 장착하면 들킬 수밖에 없다. 잠수함이 바다 밑에서 파괴될 가능성이 높아 실행가능한 전략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위키리크스한국=조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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