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검찰개혁 '고무줄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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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19-10-17 10:08:46
  • 최종수정 2019.10.16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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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부→공공수사부 '입법예고'....특수부→반부패수사부 '생략'
'조국 민정' 출신 법제처장 "신속한 국정과제 추진" 유권해석
전국 검찰청에 설치된 공안부를 공공수사부로 이름을 변경하고 수사 대상을 축소하는 내용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지난 7월 16일 자 관보.
전국 검찰청에 설치된 공안부를 공공수사부로 이름을 변경하고 수사 대상을 축소하는 내용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지난 7월 16일 자 관보.

"이 개정안에 의견이 있는 단체 또는 개인은 2019년 7월 22일까지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7월 16일 관보에 실린 행정안전부 공고다.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을 입법예고하는데 행정안전부가 의견수렴을 한다는 내용이다. 개정안 핵심은 지난 1973년 대검찰청에 공안부가 생긴 지 46년 만에 '공안'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공안부는 공공수사부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정세분석이라는 고유 업무도 폐지했다. 개정령은 20일이 지난 다음 달 6일 국무회의 의결로 확정됐다. 

15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선 검찰의 특별수사부를 반부패수사부로 명칭을 변경하고, 수사 대상을 한정하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이 심의, 의결됐다. [사진=연합뉴스]
15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선 검찰의 특별수사부를 반부패수사부로 명칭을 변경하고, 수사 대상을 한정하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이 심의, 의결됐다. [사진=연합뉴스]

◇'특수부 축소' 입법예고 생략 이유는 "신속한 국정과제 추진"

3개월이 못 돼 같은 규정 개정령이 또 국무회의에 넘어왔다.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15일 국무회의에선 검찰 특별수사부를 반부패수사부로 이름을 변경하는 안이 올라왔다. 전국 7개 검찰청에 있던 반부패수사부는 서울중앙지검·대구지검·광주지검에만 두게 했다. 반부패수사 대상도 공무원의 직무 또는 중요 기업으로 줄였다. 역시 '특별수사'가 검찰에서 사라지는 건 46년 만이다. 특수는 그렇게 공안과 운명을 같이 했지만 단 한 가지가 달랐다. 공안 폐지 때 있던 입법예고가 없었다.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이번 개정령 입법예고 관련 자료를 달라는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법무부는 "생략했다"는 답변을 서면으로 보내왔다. 검찰 직제규정 입법예고는 이제껏 생략해왔다는 게 이유였다. 

"소관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서 신속한 국정과제 수행 필요성 및 직제 규정 개정의 경우 통상 입법예고를 생략해온 점 등을 고려하여 법제처와 협의하여 입법예고를 생략하였습니다."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 입법예고 생략 관련 서면답변서.

행정절차법 41조에 따르면 법령안 주관기관 장은 법령을 새로 만들거나, 바꾸거나 없애기 전에 입법예고를 해야 한다. 다만 단순한 자구 변경이나 상위 법령을 집행하기 위한 경우는 예외다. 형식적인 개정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속한 입법이 필요한 특별한 사정'이나 '공공이 안전과 복리를 해칠 우려' 같은 때도 입법예고를 생략할 수 있다. 이때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 입법예고 절차를 세세하게 명시한 대통령령 '법제업무 운영규정' 14조 2항은 "주관기관 장은... 법제처장 협의하여야 한다"는 의무규정이다. 

특별수사를 "검사장의 지정하는 사건"에서 공직자 사건과 중요기업 사건으로 한정한 건 형식적인 자구 변경이 아니다. 상위법령인 검찰청법 집행 내용이 새로 있는 것도 아니다. 특수부를 없앤다고 공공 안전을 해치는 것도 아니다. 엄연히 공공수사부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한 가지는 법령을 빨리 손봐야만 했던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것으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이 해석을 법무부는 일부 인정했다. '신속한 국정과제 수행 필요성'이란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다. 의문을 낳는 건 '국정과제'를 꾸며주는 '신속한'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특수부를 축소한다고 발표한 건 14일 오전 11시고, 사퇴를 발표한 건 3시간 뒤인 오후 2시다. 검찰개혁 적임자를 자처한 조 전 장관이 35일 만에 물러난 것에 비춰보면 '신속한'은 '사퇴 전'으로 읽힌다.

지난해 3월 2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설명하는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김형연 당시 법무비서관.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3월 2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설명하는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김형연 당시 법무비서관. [사진=연합뉴스]

◇'법무부 장관 없는 검찰개혁 국무회의' 법제처장 해석은?

법복을 벗고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 밑에서 2년 동안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일한 김형연 법제처장은 법적으로 이 '신속한'을 유권해석한 인물이다. 그런데 이 해석엔 '검찰 수사 도중 물러난 조국에게 검찰개혁 이미지를 만들어준 것'이란 정치적 독해를 빼고도 흠결이 남는다. 15일 오전 국무회의 석상에 이 규정 개정안이 올라왔지만 조 전 장관은 참석하지 못한 까닭이다. 그를 대신해 국무회의 법무부 장관 석에 앉은 건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다. 

대통령령 '국무회의 규정'에 따르면 대리 출석한 차관은 관계 의안에 발언할 수 있지만 표결할 수 없다. 법무부가 헌법기관인 국무회의에서 검찰개혁안에 대한 의사표시를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검찰개혁 적임자를 자처한 장관을 맞이한 법무부가 수장이 없어, 헌법기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국무회의와 국무위원은 헌법기관이지만 법무부는 정부조직법에 따라 설치된 행정부처일 뿐이다. 국무위원을 겸하는 장관이 있을 때만 행정부처가 헌법기관의 권위를 빌리게 설계한 헌법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여기까지 유권해석을 한 것인지 김 처장은 답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 2일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 중인 금태섭 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 중인 금태섭 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다가오는 법제처 종합감사... 법사위는 '입법예고 생략' 따져야 

헌법은 법사위 소속 의원에게 법제처장을 상대로 답변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오는 21일 법사위 종합감사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매듭은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고 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조 전 장관을 상대로 '왜 법무부 장관이 돼 검찰개혁을 하려는가'를 물은 금태섭 민주당 의원이 '왜 법무부 장관 사퇴 전 검찰개혁을 해야만 했나'를 물으면 좋겠다. 

"왜 자신이 검찰개혁의 적임자고 지금 법무부 장관이 돼야 하는지 객관적인 근거를 들어 말해달라."(금태섭 의원, 지난달 6일 국회 인사청문회)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검찰개혁, 법무부의 탈검찰화다.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일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했고 관련 여러 기관들과 계속 조율하고 협의를 해 왔다. 그러한 점에서 매우 부족하지만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말한다."(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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