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되는 라임환매 중단 사태…투자업계 '좌불안석'
확대되는 라임환매 중단 사태…투자업계 '좌불안석'
  • 이세미 기자
  • 승인 2019.10.17 18:56
  • 수정 2019.10.1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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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빼든 금감원, ‘수익률 돌려막기·전환사채 편법거래’ 정조준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몸집이 점점 커지고 있다. 라임펀드를 판 투자증권사와 은행으로 그 영역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14일 국내 사모펀드 업계 1위인 라임자산운용이 투자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환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까지 누적으로 총 8466억원의 환매가 중단됐다”며 “향후 상환금 지급이 연기될 수 있는 펀드 56개(4897억원)까지 합치면 총 환매 연기 금액은 최대 1조3363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펀드는 사모채권(37개, 3839억원)과 메자닌(18개, 2191억원), 무역금융(38개, 2436억원) 등 3가지다.

17일 금융업계는 사태의 시작을 메자닌 투자부터라고 지적했다. 메자닌은 이탈리아어로 1층과 2층 사이 라운지 공간을 뜻한다. 자본시장에서는 이를 주식과 채권 중간에 있는 상품을 일컫는다. 라임자산운용은 이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했다.

문제는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이미 주식으로 전환했던 CB손실이 커졌고, 아직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은 CB는 만기까지 기다리게 된 것이다. 결국 환매 중단사태에 이르렀다.

업계에선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복잡한 구조또한 문제로 꼽는다. 모자(母子)펀드로 구성된 구조가 대표적이다.

메자닌은 만기가 통상 3년인데 조기상환 가능 시점이 1년에서 1년6개월 정도다. 이는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라임자산운용은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메자닌에 직접 투자하는 모(母)펀드를 만들었다.

또 모펀드에 투자하는 자(子)펀드도 만들었다. 모펀드는 메자닌에 직접 투자해 유동성은 떨어지지만 모펀드 수익률을 나누는 방식으로 자펀드를 활용하면 중도환매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상품을 언제든 환매 가능한 개방형 펀드로 팔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선 ‘터질게 터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온다. 뿐만 아니다.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상장사인 지투하이소닉 거래 정지 전 내부 정보를 이용해 CB를 장외기업에 넘겼고, 수십 개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은 이에 대해 "2005년부터 현재까지 CB와 BW 발행 기업의 부도율은 약 7%다"라며 "CB나 BW의 경우 우량 기업에만 투자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심지어 최근엔 라임자산운용 경영진의 배임·횡령 혐의가 터지면서 결국 금감원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었지만 일각에선 소극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천명했던 금융당국이 정작 불완전판매에 관해선 손실 위험이 큰 사모펀드의 자산운용 구조 파악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하고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사모펀드의 전면조사 필요성을 공감하면서 “전수조사는 (사모펀드가) 1만개가 넘어서 몇 년 걸릴 것 같다. 금융시장에 시스템 리스크를 주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의 자산운용구조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서 위험성이 큰 사모펀드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실제 올해 8월부터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고강도 검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자산운용을 둘러싸고 불거진 수익률 돌려막기·전환사채 편법거래 등의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또한 라임자산운용의 고위 임원 A씨가 횡령 및 배임 행위를 저지른 정황도 포착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또한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KB증권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비슷한 TRS 계약을 맺은 신한금투 역시 앞으로 실시할 종합검사와 함께 별도 현장검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라임 펀드를 판 투자증권과 은행들도 갑작스러운 판매중단 사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조원 넘게 판 대신증권과 우리은행은 물론이고 신한금융투자, KB증권, 교보증권, 신한은행, 한국투자증권, 하나은행, NH투자증권, 신영증권, 삼성증권 등 1000억원 넘게 판 투자증권사와 은행이 수두룩하다.

금융사들은 환매 중단 이후 연일 대책회의를 하며 사태 파악과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일부 금융사는 상품 판매 과정에서 법적 문제가 없었는지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 펀드 역시 파생결합증권(DLS)처럼 고객에게 상품의 원금 손실 위험성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를 강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태가 커지자 금융사의 고위험 상품 판매가 당분간 크게 위축할 전망이다.

한편 지난 15일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금융소비자원(이하 금소원)은 금융권을 대상으로 대규모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 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소원은 금감원과 라임자산운용에 라임 펀드의 판매 현황, 금액, 판매처와 관련한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한 상태다.

또한 판매사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정황을 확인하고, 관련 가입자들을 모아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DLF 사태처럼 안전한 상품이라는 판매사들의 말만 믿고 투자했는데, 환매가 중단되면서 당혹감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이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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