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국표 검찰개혁 "국민적 의혹 사건도 특별수사"
[단독] 조국표 검찰개혁 "국민적 의혹 사건도 특별수사"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10.18 19:06
  • 수정 2019.10.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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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법제처 심사 전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 입수
검경수사권 실무 검사 "여론만 움직이면 누구나 특별수사 대상"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퇴임 직전 특별수사부를 개혁한다며 바꾼 검찰 사무규정에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 특별수사 대상으로 올랐다가 법제처 심사 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총장 직할대라고 불리다가 폐지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오히려 되살아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18일 <위키리크스한국>이 입수한 지난 15일 법제처가 심사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수사 대상에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의 이목을 끌만한 중요범죄 등 부패범죄 사건"이 포함됐다. 법제처는 이 부분이 특별수사 대상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심사 과정에서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정안 핵심은 세 가지다. 특수부 명칭을 '반부패범죄수사부'로 바꾸고, 특수부를 전국 7개 검찰청에서 서울중앙·대구·광주지검에만 두며, 특수부 수사 대상을 구체적으로 나열해 좁히는 것이다. 

개정안에선 수사 대상이 기존 '검사장이 지정하는 사건'에서 ▲공무원 직무 관련 범죄 ▲공공단체 및 국영기업체 임직원 ▲대학 총장 ▲대학 교수 ▲학교재단 이사장 ▲변호사 등 법률사무에 종사하는 자의 중요 직무 관련 범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상의 외부감사대상 법인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30대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회사 관련 중요 기업범죄 ▲기타 이에 준하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의 이목을 끌만한 중요범죄 등 부패범죄 사건으로 구체화됐다. 

이 가운데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의 이목을 끌만한 중요범죄'는 전국 특수부를 지휘하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산하 수사지휘과(옛 중수1과) 수사 대상에도 없던 내용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대검 수사지휘과는 ▲공무원 ▲공공단체 및 국영기업체의 직원 ▲변호사, 그 밖에 법률사무에 종사하는 자의 범죄사건 ▲금융·증권·조세·공정거래·첨단범죄사건 ▲검찰총장이 명하는 사건을 지휘할 수 있다. 중앙지검장은 이 범위 안에서 특수부에 사건을 배당해왔다. 

바뀐 규정이 법제처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면 검찰총장의 '하명 수사'가 얼마든지 가능해질 수 있었다. 기존 규정에선 형식적이나마 검사장이 지명해야만 주임검사가 수사에 착수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검사장 지명' 부분이 사라지면서, 검찰총장이 참모인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통해 국민 여론을 명분 삼아 직접 수사지휘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결심으로 지난 8월 27일 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가 조 전 장관 주변을 전격 압수수색했을 때 검찰이 내세운 이유는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사안"이었다. 다만 법제처 심사 과정에서 '검사장 지명' 부분이 다시 들어갔다. 

특수부 규모 축소를 주장해왔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적 의혹 사건이라고 하면 모든 사건이 특별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수사지휘 형태로 명령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뀐 규정은 특수부를 축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확대하는 것"이라며 "사무분장 규정을 추상적으로 만들어놔서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행정안전부가 이 규정 입법예고를 생략한 것도 "국민 관심이 집중된 사건의 대책으로 개정안이 나온 것인데, 적절한 조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이 14일 자진사임 형식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나기 직전 검찰개혁안에서 공개한 특수부 수사 대상은 '공무원 직무 관련 범죄, 중요 기업범죄 등' 뿐이었다.이때 개정안에 들어있음에도 비공개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은 조 전 장관 퇴임 전 상징적인 검찰개혁 마무리를 위한 법무부와 검찰의 타협일 수 있다. 국민은 모르는 '깜깜이 개정'을 위해 이 규정 소관부처인 행안부가 정무적 판단으로 입법예고를 하지 않았다는 의심이 드는 배경이다. 이 부분을 알렸다면 '중수부가 부활했다'는 부정적 여론이 생겨났을 가능성이 크다. 행안부는 그러지 않고 다음 날인 15일 오전 심사를 요청했다가 법제처로부터 이같은 문제를 지적당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국정감사 도중 서면답변에서 행안부가 입법예고를 건너뛴 이유를 "신속한 국정과제 수행 필요성"이라고 뒤늦게 밝혔다.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특별수사가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는 검찰 내부에서도 나온다. 문무일 전임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단장을 지내며 검경수사권 조정 업무를 맡은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는 "법무부 안대로라면 여론을 잘 움직이기만하면 누구든지 특별수사 대상이 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었다"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상정된 검경수사권조정법과 같이 보면 기존 형사부는 특수부로 바뀐다. 수사지휘나 불기소처분이 없어지면서 형사부는 직접수사만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실제 윤 총장은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특별수사의 인적·물적 시스템이 와해되는 게 아닌가'라는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 질문에 "효율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꼭 해야 한다면 형사부에서 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심의 중인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경찰이 사건 송치 전까진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아도 된다. 고소·고발 사건에서 사법경찰 수사지휘를 통해 사법통제를 담당해온 형사부 검사는 고유 업무가 사라진다. 특수부를 폐지한 검찰청에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형사부 검사가 특별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 14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특별수사부 축소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안을 발표 중인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특별수사부 축소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안을 발표 중인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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