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부 기관 "검사파견 필요" 법무부에 의견제출
[단독] 일부 기관 "검사파견 필요" 법무부에 의견제출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10.23 16:17
  • 수정 2019.10.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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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이달까지 검사파견 필요성 심사 
직접조사 기능 있는 외부기관엔 '불똥'
자조단·FIU·부패예방감시단이 대표적

직접조사 기능이 있는 공공기관에 파견 형식으로 근무 중인 일부 검사들이 "파견이 계속 필요하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일 '검사 파견 심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을 제정한 법무부는 이달 말까지 37개 외부기관에 파견된 검사들의 복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A기관에 파견된 검사는 지난 18일 오전 법무부에 "파견 검사 없이는 해당기관에서 적발한 범죄를 검찰에 신속하게 이첩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출했다. 앞서 법무부는 15일 외부기관에 파견된 검사들에게 "18일까지 검사 파견이 필요한 근거를 구체적 데이터와 함께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직접조사 담당하는 공공기관엔 타격

공공기관 중 직접조사 기능을 담당해 검찰과 협업하는 대표적인 기관은 금융위원회다. 금융위 산하에는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자본시장조사단이 각각 부정한 자금 흐름 파악하고 주가조작범죄를 조사한다. 이중 자본시장조사단은 검찰에 자리를 잡은 '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거의 한몸으로 자본시장을 감시한다. 

자본시장조사단은 한국거래소가 넘긴 주가조작과 시세조종, 내부정보 이용거래, 허위공시와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 등 '증권금융적폐' 사건의 중요도를 1차로 판단한다. 투자자 보호가 즉각 필요한 사건은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을 통해 검찰에 이첩하는 식이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는 이렇게 온 사건 대부분을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설치돼 있는 서울남부지검으로 보낸다. 위원장을 포함해 5명으로 구성되는 증선위는 나머지 사건들을 심의한다. 이때 위원 3명 이상이 찬성할 때만 고발이나 수사의뢰 형태로 대검에 넘긴다. 

2013년 5월 발족해 이듬해 서울중앙지검에서 남부지검으로 자리를 옮긴 합수단엔 거래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파견된 전문인력들이 근무 중이다. 검찰이 사법경찰을 수사지휘하듯, 합수단도 일부 사건을 재차 민간기구인 금감원 산하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에 보내 수사를 진행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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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법무검개위)가 지난 1일 첫 번째 발표한 권고안 중 일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직접수사부서?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서울중앙지검의 직접수사 부서의 규모는 계속 확대되었고,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같은 비직제 직접수사 부서가 신설되는 등...."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을 자문하기 위해 구성된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법무검개위)가 발족한 지 하루만인 지난 1일 발표한 1호 권고안 일부다. '검찰 직접수사 축소, 형사 · 공판부로의 중심 이동'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권고안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옛 특별수사부)와 남부지검 합수단을 콕 집었다. 합수단의 경우 검찰청 직제를 규정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에도 없는 조직이 직접수사까지 담당하고 있다는 게 문제의식이었다. 

하지만 남부지검은 이같은 권고안이 나온 직후 "금융당국이 이첩한 사건을 수사하는 합수단을 직접수사부서로 분류하는 건 맞지 않다"는 의견을 법무부를 통해 법무검개위에 전달한 것으로 <위키리크스한국> 취재 결과 드러났다.  

남부지검 주장대로 합수단은 금융위 산하 자조단이나 증선위에서 보낸 사건 처리에 인력을 집중하고 있다. 증선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검찰에 고발하거나 통보하는 사건은 ▲2014년 98건 ▲2015년 79건 ▲2016년 81건 ▲2017년 76건 ▲2018년 75건이다. 연평균 70건 이상이 외부에서 넘어오는 것으로 사건이 몰릴 때 일주일에 1.8개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셈이다. 합수단을 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처럼 자체 정보 수집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인지수사부서나 직접수사부서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내부에서 증권금융범죄 수사로 정평이 난 한 검사는 "합수단은 독자적으로 수사하는 게 아니고 금감원, 금융위와 함께 긴밀하게 일하는 협업기관"이라며 "패스트트랙 제도를 만들면서 트랙 한 편엔 자본시장조사단과 금감원을, 트랙 다른 편엔 합수단을 둔 것으로 트랙에 올리는 과정부터 긴밀하게 협업하는 구조다. 합수단을 단순히 중앙지검 특수부와 같은 직접수사부서로 보면 안 된다"고 했다. 이 검사는 또 "합수단과 패스트트랙 제도 자체를 만든 이유가 주가조작 사범에 대응하기 위한 건데, 협조 기능을 허물면 주가조작 사범수사를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 2017년 4월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전자 감식(디지털포렌식)을 시연하는 자본시장조사단.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4월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전자 감식(디지털포렌식)을 시연하는 자본시장조사단. [사진=연합뉴스]

◇제2의 자본시장조사단, FIU와 부패예방감시단

23일 현재 외부기관에 파견나가 있는 검사는 57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파견기관 기관장의 법률자문관이다. 법무검개위 권고대로 형사부 인력을 강화하려면 이들 인력을 빼내 충원할 필요가 있다. 

다만 법무검개위가 간과한 사실이 있다. 직접조사 기능이 있는 외부기관에 검사를 파견하면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 팽창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 기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에 복귀하면 오히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이 강화되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가령 자본시장조사단에 패스트트랙 사건을 선별하는 검사가 사라지면 합수단은 자체적으로 사건인지를 통해 직접수사에 나설 수 있다. 

자본시장 외에도 검사가 파견된 외부기관에서 자체조사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곳은 FIU와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합동 부패예방감시단'이 대표적이다. 200명이 넘는 인원이 자금 세탁을 상시 감시하는 FIU가 '의심거래'나 '고액현금거래' 같은 핵심 정보를 검찰에 주지 않으면 검찰은 지금보다 방대한 계좌 압수수색에 나설 가능성이 다분하다. 

2014년 초기 '부패척결추진단'으로 활동을 시작한 부패예방감시단은 각 부처를 감시하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 특정 정부기관이 지속적으로 손실을 보고 있다면 구조적 비리가 발생한다고 보고 부정수급 혐의 등을 조사한다. 출범 첫해인 2014년에만 100명이 넘는 인원이 감시단 조사를 거쳐 검찰에서 구속되기도 했다. 최근엔 직업훈련기관 94곳을 상대로 실태점검을 벌여 112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직접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외부기관에선 "검사 파견을 유지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부기관에 존재하는 고유 비리를 없애려면 사법처리가 필요하다. 결국 검찰에 어떤 사건을 넘겨야할지 판단하는 인력이 있어야 한다. 자체적으로 이같은 인력을 보유하지 못한 외부기관은 법률전문가이자 수사전문가인 검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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