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북 최대어’에 가려진 ‘한강변 문화유산’ 한남3구역 가보니
[르포] ‘강북 최대어’에 가려진 ‘한강변 문화유산’ 한남3구역 가보니
  • 박순원 기자
  • 승인 2019.10.23 18:53
  • 수정 2019.10.23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남3구역에 위치한 주택. 이 곳에는 산업화 되기 전 서울의 모습이 남겨져 있었다.
한남3구역에 위치한 주택. 이 곳에는 산업화 되기 전 서울의 모습이 남겨져 있었다.

‘강북 최대어’, ‘총 사업비 7조원’

서울시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지구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한남3구역 재개발 정비 구역은 총 사업비 7조원, 공사비만 1조8000억원으로 알려진 국내 최대 규모의 재개발 사업으로 알려져 국내 건설업계는 이곳 수주전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건설사 시공능력순위 10위권 건설사의 한해 수주 규모가 4조원대인 것에 비춰볼 때 1조8000억원의 공사비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한 수주 규모에 건설사들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에 현대백화점 그룹을 입점하기로 공약했고, GS건설은 평당 7200만원 대의 고분양가, 대림산업은 단지 내 '임대아파트 0개’라는 다소 무리한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건설사의 시각으로 본 모습이다. 실제 한남3구역 현장에서 느껴지는 모습은 이것과 달랐다.

 

“한남3구역, 꼭 개발돼야 될까요?”

한남3구역 내 주택 단지는 도심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크게 경사져 있었다.
한남3구역 내 주택 단지는 도심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크게 경사져 있었다.

22일 한남3구역은 단지 입구부터 남달랐다. 이 곳은 단지 입구부터 크게 경사 져있었고 도로는 아스팔트 하나 없는 시멘트 길이었다.

길가 곳곳에는 산업화 되기 전 서울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주택 간 일정치 않은 간격과 다닥다닥 붙어있는 낡은 주택에선 보릿고개를 넘어가던 한국인의 모습이 느껴졌다.

이 곳은 정리가 안된 ‘구도심’이라기 보다는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마치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듯 했다.

동시에 빈부격차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한남3구역 주변에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고급 아파트’와 ‘무너져 가는 폐가’가 공존해 있었고 길가 곳곳에는 BMW 등 고급 차량과 낡은 트럭이 함께 주차돼있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기자는 한남3구역 중심부로 향하는 길을 따라 걸었다. 길을 따라 올라갈수록 평탄한 도로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주변에는 낡은 건물만 가득 차 있었다. 올라가는 동안 주택 곳곳에는 건물 외벽이 벗겨져 추락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현관문에 거미줄이 쳐져 있는 집도 많았다. 대부분 공실이거나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고 여겨졌다.

그럼에도 이곳에는 아직 사람이 살고 있었다.

한남3구역 내 한 빌라의 모습. 이 건물은 외벽이 무너져 있었다.
한남3구역 내 한 빌라의 모습. 이 건물은 외벽 일부가 무너져 있었지만 보수 공사의 흔적은 없었다.

 

“한남3구역에 더 이상 원주민은 없어요...한국 투기판의 결정체라고 보면 돼요”

한남3구역에 거주 중인 박모씨(84.여)의 말이다. 박모씨는 자신을 ‘한남3구역 세입자’라고 소개했다. 기자는 80대 여성 박모씨의 초대로 그의 집에 방문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집은 작은 거실과 방 2개로 구성된 낡은 집이었는데 그의 집 거실 창문을 통해 한강 조망이 가능했고, 집 안으로는 남향에서 비추는 햇볕이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박모씨는 한남3구역을 “‘젊은 사람’의 발길이 끊긴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오랜만에 젊은 사람을 보게 되 반갑다”며 “한남3구역은 한국 부동산 투기의 결정체”라고 덧붙였다.

대화를 나눈 후 기자는 한남3구역의 끝자락에 위치한 한광교회를 향해 다시 걸었다. 가는 동안 서울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편의점ㆍ카페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왠만한 차로는 이 곳을 올라올 수 없다고 했다. 물건을 실은 트럭이 한남3구역 언덕을 넘지 못해 편의점 등은 이 곳에 없다고 했다. 한남3구역 길가에서 만난 임모씨(82.여)는 “이 지역 거주인의 대부분은 80대 이상의 노인"이라며 "이 곳의 80대 노인들은 겨울이 되면 미끄러움에 쉽게 노출돼 외출도 자제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한강변 고급 아파트인 '한남 현대 힐스테이트'와 낡은 주택 단지 사이 한강이 보이는 모습(좌)과 고급 외제차와 낡은 트럭이 함께 자리한 모습(우)
한강변 고급 아파트인 '한남 현대 힐스테이트'와 낡은 주택 단지 사이 한강이 보이는 모습(좌)과 고급 외제차와 낡은 트럭이 함께 자리한 모습(우)

“한남3구역 토지의 90%는 이미 외지인 소유”

한남3구역 부동산 관계자는 "한남3구역 전체 면적의 90% 이상이 이미 외지인이 소유한 상태"라며 "한남3구역에 살던 원주민들은 자의든 타의든 외부로 이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남3구역 거주인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해 찾아온 80대 이상의 세입자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에 의하면 한남3구역 매수인들은 ‘거주’보다는 ‘투자’를 위해 한남3구역 주택을 매수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보니 이곳 집주인들은 ‘공실만 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에 싼 가격에 세를 내놨고 갈 곳 잃은 노인들이 이 곳에 세들어 살게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남3구역 주택 중에서는 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집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 겨울에 추위를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공실이 아닌 곳은 대부분 연탄불을 이용해 겨울을 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남3구역, 어떤 모습으로 개발될까?

현장에서 바라본 한남3구역은 단순한 재개발 단지가 아니었다. 주택 간 촘촘한 거리에선 1960년대 어려운 시절을 경험했을 한국인의 모습이 느껴졌다. 현재 '문화유산'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 한남3구역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한남3구역 수주에 참여하는 시공사들은 하나 같이 '명품단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한 건설사는 단지의 이름에 '헤리티지'를 넣음으로서 "100년 뒤 후손들이 보기에도 좋을 집을 짓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남3구역 수주 공방전이 심화되면서 서울이라는 도시는 무언가 잃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한남3구역 입찰에 참여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장 수주 결과는 향후 예정된 한남 2,4,5구역 재개발과 강남ㆍ한강변 일대 신규 사업 수주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상징적인 사업장"이라며 "건설 3사간 한남3구역 수주 경쟁이 현재보다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박순원 기자]

ssun@wikileaks-kr.org

기자가 쓴 기사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