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최대어’, ‘총 사업비 7조원’
서울시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지구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한남3구역 재개발 정비 구역은 총 사업비 7조원, 공사비만 1조8000억원으로 알려진 국내 최대 규모의 재개발 사업으로 알려져 국내 건설업계는 이곳 수주전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건설사 시공능력순위 10위권 건설사의 한해 수주 규모가 4조원대인 것에 비춰볼 때 1조8000억원의 공사비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한 수주 규모에 건설사들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에 현대백화점 그룹을 입점하기로 공약했고, GS건설은 평당 7200만원 대의 고분양가, 대림산업은 단지 내 '임대아파트 0개’라는 다소 무리한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건설사의 시각으로 본 모습이다. 실제 한남3구역 현장에서 느껴지는 모습은 이것과 달랐다.
“한남3구역, 꼭 개발돼야 될까요?”
22일 한남3구역은 단지 입구부터 남달랐다. 이 곳은 단지 입구부터 크게 경사 져있었고 도로는 아스팔트 하나 없는 시멘트 길이었다.
길가 곳곳에는 산업화 되기 전 서울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주택 간 일정치 않은 간격과 다닥다닥 붙어있는 낡은 주택에선 보릿고개를 넘어가던 한국인의 모습이 느껴졌다.
이 곳은 정리가 안된 ‘구도심’이라기 보다는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마치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듯 했다.
동시에 빈부격차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한남3구역 주변에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고급 아파트’와 ‘무너져 가는 폐가’가 공존해 있었고 길가 곳곳에는 BMW 등 고급 차량과 낡은 트럭이 함께 주차돼있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기자는 한남3구역 중심부로 향하는 길을 따라 걸었다. 길을 따라 올라갈수록 평탄한 도로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주변에는 낡은 건물만 가득 차 있었다. 올라가는 동안 주택 곳곳에는 건물 외벽이 벗겨져 추락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현관문에 거미줄이 쳐져 있는 집도 많았다. 대부분 공실이거나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고 여겨졌다.
그럼에도 이곳에는 아직 사람이 살고 있었다.
“한남3구역에 더 이상 원주민은 없어요...한국 투기판의 결정체라고 보면 돼요”
한남3구역에 거주 중인 박모씨(84.여)의 말이다. 박모씨는 자신을 ‘한남3구역 세입자’라고 소개했다. 기자는 80대 여성 박모씨의 초대로 그의 집에 방문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집은 작은 거실과 방 2개로 구성된 낡은 집이었는데 그의 집 거실 창문을 통해 한강 조망이 가능했고, 집 안으로는 남향에서 비추는 햇볕이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박모씨는 한남3구역을 “‘젊은 사람’의 발길이 끊긴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오랜만에 젊은 사람을 보게 되 반갑다”며 “한남3구역은 한국 부동산 투기의 결정체”라고 덧붙였다.
대화를 나눈 후 기자는 한남3구역의 끝자락에 위치한 한광교회를 향해 다시 걸었다. 가는 동안 서울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편의점ㆍ카페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왠만한 차로는 이 곳을 올라올 수 없다고 했다. 물건을 실은 트럭이 한남3구역 언덕을 넘지 못해 편의점 등은 이 곳에 없다고 했다. 한남3구역 길가에서 만난 임모씨(82.여)는 “이 지역 거주인의 대부분은 80대 이상의 노인"이라며 "이 곳의 80대 노인들은 겨울이 되면 미끄러움에 쉽게 노출돼 외출도 자제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한남3구역 토지의 90%는 이미 외지인 소유”
한남3구역 부동산 관계자는 "한남3구역 전체 면적의 90% 이상이 이미 외지인이 소유한 상태"라며 "한남3구역에 살던 원주민들은 자의든 타의든 외부로 이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남3구역 거주인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해 찾아온 80대 이상의 세입자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에 의하면 한남3구역 매수인들은 ‘거주’보다는 ‘투자’를 위해 한남3구역 주택을 매수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보니 이곳 집주인들은 ‘공실만 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에 싼 가격에 세를 내놨고 갈 곳 잃은 노인들이 이 곳에 세들어 살게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남3구역 주택 중에서는 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집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 겨울에 추위를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공실이 아닌 곳은 대부분 연탄불을 이용해 겨울을 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남3구역, 어떤 모습으로 개발될까?
현장에서 바라본 한남3구역은 단순한 재개발 단지가 아니었다. 주택 간 촘촘한 거리에선 1960년대 어려운 시절을 경험했을 한국인의 모습이 느껴졌다. 현재 '문화유산'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 한남3구역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한남3구역 수주에 참여하는 시공사들은 하나 같이 '명품단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한 건설사는 단지의 이름에 '헤리티지'를 넣음으로서 "100년 뒤 후손들이 보기에도 좋을 집을 짓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남3구역 수주 공방전이 심화되면서 서울이라는 도시는 무언가 잃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한남3구역 입찰에 참여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장 수주 결과는 향후 예정된 한남 2,4,5구역 재개발과 강남ㆍ한강변 일대 신규 사업 수주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상징적인 사업장"이라며 "건설 3사간 한남3구역 수주 경쟁이 현재보다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박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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