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내일 '운명의 날'… 재계 ‘작량경감’ 기대
[포커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내일 '운명의 날'… 재계 ‘작량경감’ 기대
  • 정예린 기자
  • 승인 2019.10.24 07:34
  • 수정 2019.10.24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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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서울고법서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
내달 1일 '창립 50주년'… 재계 “재판부, IMF보다 힘들어지는 경제 여건 감안해야”
삼성 수사와 이재용 부회장 [연합뉴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으로 25일 법정에 서게 되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다.

이 부회장은 이날 직접 출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재판정에 서는 것은 지난해 2월 5일 항소심 선고 공판 이후 627일만이다.

미-중 무역전쟁, 한-일 경제전쟁이라는 최악의 경제 상황 속에서 이 부회장은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해 13조원대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해외를 종횡무진하는 등 국내외 현장을 누비며 '총수'로서 리더십을 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내달 1일이면 '창립 50주년'을 맞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회장의 신병처리 여부에 따라 반도체·디스플레이 투자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신사업 우수인재 확보 등의 향후 사업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지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이 열리는 이날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로서의 임기가 끝나는 날이기도 하다. 2016년 10월 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3년 임기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 부회장의 이사회 활동 기한은 오는 26일 끝나게 된다.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25년만에 '책임경영'을 이끄는 등기이사가 됐지만 파기환송심에 대한 부담으로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1969년 설립 당시 3700만원에 불과했던 삼성전자는 반세기만에 연매출 240조원이 넘는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단 한번' 뿐인 창립 50주년 기념일 행사 계획조차 아직 확정짓지 못한 상황이다.

◇ 최씨에게 준 50억원 등 변수 따라 재구속 판가름

이번 재판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씨 측에 준 혐의를 받는 말 3마리 구입비(34억원)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16억원)이 결론을 가를 전망이다.

지난 8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이후 많은 쟁점이 정리됐다. 대법원은 삼성그룹 차원의 승계작업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승계작업 자체로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승계작업의 존재나 대가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항소심 재판부 판단을 뒤집었다.

남은 쟁점과 변수는 크게 두 줄기다. 쟁점으로는 파기환송심 재판부에서 대법원이 판단한 뇌물액을 얼마나 받아들이냐, 변수로는 뇌물 인정액과 별개로 감경사유를 얼마나 고려하느냐에 따라 이 부회장의 재구속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판단대로 뇌물액이 인정될 경우 실형 선고를 피하기 어렵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지난해 항소심이 인정한 뇌물액은 모두 36억원. 대법원이 지적 한대로 말 3마리 구입비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까지 뇌물로 보면 총액은 86억원으로 늘어난다.

최순실 측에 준 자금은 회삿돈이기 때문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 50억원 이상 조항에 따라 5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의 판단이 갈린 50억원의 성격이 이 부회장의 운명을 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 도착, 이재용 부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 도착, 이재용 부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소극적 뇌물로 집행유예 받은 신동빈 회장…이재용 부회장은? 

대법원 선고에서 말 3마리와 영재센터 지원금을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이견이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법리다툼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50억원이 추가로 뇌물로 인정되더라도 대법원이 강요에 의한 행위가 아니었다고 판단한 영재센터 지원금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으로 강요 여부를 언급하지 않은 만큼 감경 요소가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대법원의 신동빈 롯데회장 사건 선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과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 대해 지난 17일 유죄를 확정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묵시적 청탁에 대한 대가성 뇌물 70억원을 인정하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측 요구에 응답한 소극적 뇌물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 이후 재량으로 형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작량감경’으로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 작량감경이란 법률상의 감경 사유가 없어도 범죄의 구체적인 정상을 고려했을 때 법률로 정한 형이 과중하다고 인정될 경우 법관 재량으로 형량의 상한과 하한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재산국외도피죄(50억원 이상일 경우 10년 이상 징역)가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 판단을 받으면서 작량감경의 가능성이 열렸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 징역의 경우 가능하다.

특경가법 하한형은 징역 5년이다. 파기환송심에서 말 소유권과 영재센터 후원금에 대한 법리 해석을 달리한다고 하더라도 작량감경을 적용할 경우 이 부회장의 형량은 징역 2년 6개월까지 줄어들게 된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에서 반도체 패키징 생산 라인을 둘러보며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8월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에서 반도체 패키징 생산 라인을 둘러보며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

◇ 재계 "일본의 경제보복, 중국의 도약 대응 위해 오너 리더십 절실"

이 부회장이 재구속될 경우 대규모 투자 등 중장기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만 해도 이 부회장이 구속됐던 2017년 2월부터 1년은 물론 이후에도 M&A(인수합병),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항소심 집행유예 선고로 풀려난 뒤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하면서 일본 경제보복이나 중국의 디스플레이 추격 국면에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4월 133조원 투자 내용을 담아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과 이달 13조원 투자를 골자로 한 QD(퀀텀닷)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도 총수인 이 부회장 없이는 나오기 어려운 결정이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7월 일본의 보복이 시작되자 이 부회장은 일본을 찾아 재계, 금융계 거물들과 직접 협상하는 한편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현장을 누비며 ‘5G 삼성’을 이끌어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미 지난 2017년 2차 구속영장 청구를 기점으로 353일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는 점,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횡령액 전부를 변제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작량감경 적용을 위한 정상 참작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법원에서 뇌물 적용 여부를 두고 다툼의 소지가 있던 일부 자금에 관해 원심과 달리 뇌물로 판단했지만, 본 사건의 본질에 관해 뇌물을 건넨 쪽과 받은 쪽 간 관계 구도가 '정경유착'이 아닌 '수동적인 뇌물 사건'으로 봐야한다는 해석은 재계 뿐만 아니라 전원합의체 세 명의 대법관들조차 공감한 부분이었다.

뇌물에 대한 법리 해석에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 부회장이) 항소심 판결 전에 이미 1년 가까이 수감생활을 했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감이 절정에 달하는 상황에서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는 등 삼성이 우리 경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집행유예 가능성도 충분하다는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재계는 이 부회장에 대한 작량경감을 호소하고 있다. 최악의 경제 여건 속에서 대한민국 대표기업의 총수가 경영에 차질을 빚을 경우 그 상징성 만으로도 경제에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경련의 관계자는 “현재는 수출, 소비, 투자, 고용 등 모든 지표들이 빨간불인 상황인데, 대한민국 대표기업의 총수가 정부와 호흡을 맞춰 신사업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투자를 활성화하는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재판부가 국가 전체의 청사진 속에서 이번 사건을 다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정예린 기자]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지난 26일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찾아 현장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삼성 제공]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찾아 현장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삼성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가운데)이 26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가운데)이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현지시각)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사우디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해 진행 상황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각)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사우디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해 진행 상황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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