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배터리 화재 0% 공언 삼성SDI, 자신감 근원지 울산사업장 가보니
[르포] 배터리 화재 0% 공언 삼성SDI, 자신감 근원지 울산사업장 가보니
  • 정예린 기자
  • 승인 2019.10.27 17:19
  • 수정 2019.10.27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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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사업장, 전기차·ESS 배터리 생산 거점기지
배터리 제조 시스템 내 5천여 개 관리 항목으로 품질 모니터링
특수 소화시스템 적용한 배터리, 화재 확산 없어…온도도 점차 낮아져
"한국서 발생한 화재 때문이 아닌 강화된 미국 소방법에 따라 1년전부터 개발 시작"
삼성SDI, 추가 비용 없이 이달부터 국내 전 사이트에 해당 소화 부품 장착
허은기 삼성SDI 중대형System개발팀장 전무(오른쪽)가 ESS용 특수 소화시스템의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SDI제공]
허은기 삼성SDI 중대형System개발팀장 전무(오른쪽)가 ESS용 특수 소화시스템의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SDI제공]

“(추가 소화시스템 적용 전에는) 99% 확신했다면 이제는 100% 확신한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지난 23일 진행한 울산사업장 투어에서 자사의 특수 소화시스템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ESS(에너지 저장 장치) 배터리는 출하와 동시에 기업의 손을 떠나 다양한 환경에 노출돼 있어 언제 어디서든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사장이 직접 화재 방지율 100%를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다.

삼성SDI는 전 사업장에서 연간 7000~8000만 개의 배터리 셀을 생산한다. 그중 울산사업장은 총면적 68만 평에 달하는 곳으로, 삼성SDI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전기자동차와 ESS 배터리를 생산하는 거점 사업장이다. 

1970년부터 흑백, 컬러 브라운관, 모바일용 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를 제조했던 울산공장은 2009년부터 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사업장으로 탈바꿈했다. 이후 2011년 1월 첫 자동차 배터리 생산에 성공했고, 2012년 2월부터 ESS 배터리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날 투어에서는 배터리 제조공정을 둘러보고, 안전성 평가를 진행했다. 실제 눈으로 확인한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전영현 사장이 내비친 자신감의 근거를 찾을 수 있었다.

배터리 공정은 크게 극판, 조립, 화성 3가지 단계로 나뉜다. 하나의 배터리 셀이 생산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제품 종류별로 다양하지만 최소 1주일이 걸린다. 초창기 배터리 셀을 만들 때는 한 달 이상 소요됐지만 기술 고도화로 시간이 대폭 단축됐다. 전체 공정 중 화성에서 5일 이상의 시간이 걸리며 에이징 과정만 약 3번 거친다. 

모든 생산 과정은 전수 검사를 거칠 뿐 아니라 미세한 이물질까지 고속 카메라로 걸러낸다. 1년 내내 일정 온도를 유지하지만, 가혹한 온도 조건을 주고 이물질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 검출하는 등 최종 제품 출하까지 정밀한 검사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삼성SDI는 배터리 제조 시스템 내 5000여 개의 관리 항목을 통해 품질을 모니터링한다. 전체 작업은 100% 자동화가 이뤄졌으나 관리자들이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철저하게 관리한다. 검사한 데이터는 최소 10년 이상 보관한다.

배터리 셀마다 ID를 부여해 어떤 소재가 쓰였는지, 어떤 로트와 공정을 거쳤는지 등까지 전체 제조 과정을 짚어볼 수 있다. 삼성SDI는 앞서 발생한 ESS 화재에서도 해당 배터리의 ID로 생산 과정을 추적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편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소재 국산화가 상당 부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제조공정 투어를 진행한 김소영 삼성SDI 기술팀 프로는 “핵심 소재는 아직 일본산이 남아있는 것도 있지만 이원화해서 국산 소재도 병행해서 사용하고 있다"며 “일본이 관련 분야에서 앞서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배터리 셀에 쓰이는 소재를 결정할 때도 안전성, 신뢰성 등의 문제로 바로 양산할 수 없고 고객과 협의해 테스트 한 후에 사용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가운데 오른쪽)과 허은기 전무(가운데 왼쪽)가 안전성 평가동에서 실시한 소화시스템 시연에 참석해 ESS 안전성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제공]
전영현 삼성SDI 사장(가운데 오른쪽)과 허은기 전무(가운데 왼쪽)가 안전성 평가동에서 실시한 소화시스템 시연에 참석해 ESS 안전성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제공]

울산사업장의 안전성평가동(이하 안평동)은 삼성SDI가 자사 배터리 품질을 자신하는 근원지였다. 의도적으로 배터리 불량을 유발해 강도를 테스트하기 위해 지어진 해당 시설은 단층짜리 건물로 약 100억 원이 투입됐다. 안평동은 낙하·전복 평가실, 진동 시험실, 과충전·과방전 시험실 등 약 5가지의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날 안평동에서는 특수 소화시스템 시연이 진행됐다. 앞서 삼성SDI가 근원적 ESS 화재 방지를 위해 내놓은 추가 대책인 방열시트와 소화용 첨단 약품 캡슐로 장착된 부품의 작동 여부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새로운 소화 부품을 장착할 경우 화재가 발생한 배터리 셀에서 인접 셀로 불이 번지지 않고, 배터리 셀의 온도 또한 일정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점차 낮아진다는 게 삼성SDI 측의 설명이다. 

두 가지 부품을 삽입한 배터리 셀과 그렇지 않은 배터리 셀을 놓고 뾰족한 강철못을 찔러 강제 발화시키는 극한 환경을 만들었다. 

우선 소화시스템이 적용된 배터리 셀은 화재 발생 후 발열된 셀의 온도는 200도 이상 넘어갔음에도 인접한 셀은 20도 수준으로 유지됐고, 최대 31도에서 멈춰다. 발열된 셀의 온도가 300도까지 치솟아도 인접 셀로 불이 옮겨붙지 않았다. 일정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레 소화상태로 접어들었다. 

반면 소화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셀은 화재가 발생하자마자 불꽃이 튀며 발열된 셀의 온도가 300도 이상으로 올라감은 물론 인접 셀의 온도 또한 유지되거나 떨어지지 않고 130도 이상까지 높아졌다. 결국에는 배터리 셀의 분리막이 높은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인접 셀로 불길이 번져 펑 소리가 나며 터졌다. 

허은기 삼성SDI 중대형 시스템 개발 팀장 전무는 “해당 시스템은 한국에서 발생한 화재 때문에 개발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새로운 소방법상 ESS 배터리는 강화된 인증 기준을 통과해야 해서 1년 전부터 개발해 온 것"이라며 “인접한 배터리 셀로 강제 발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증해 리포트를 써 제출해야 하고 삼성SDI의 시스템은 이를 통과한 것으로 내년부터 해당 기준이 법제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 전무는 “국내 ESS 배터리에서 예기치 않은 상황이 다수 발생해 보험 성격으로 해당 장치들을 삼성SDI가 모든 비용을 감수하고 설치해주기로 결정했다"며 “이달부터 나가는 신제품에는 국내외 상관없이 이미 탑재하고 있으며, 이전에 판매된 셀들 또한 전 무료로 다 장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SDI는 이달부터 약 1000여 개에 달하는 국내 전 사이트를 돌며 부품을 장착하고 있으며, 완료까지는 7~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가 새로 출하하는 신제품에 모두 부착하고 있는 충격(Shock) 센서. [사진=위키리크스한국DB]
삼성SDI가 새로 출하하는 신제품에 모두 부착하고 있는 충격(Shock) 센서. [사진=위키리크스한국DB]

앞서 삼성SDI는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 조사 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외부 전기적 충격에서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한 3단계 안전장치 설치 ▲배터리 운송이나 취급 과정에서 충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충격(Shock) 센서 부착 ▲ESS 설치 및 시공 상태 감리 강화와 시공업체에 대한 정기교육 실시 ▲배터리 상태(전압, 전류, 온도 등)의 이상 신호를 감지해 운전 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는 펌웨어 업그레이드 등을 설치해왔다.

이후 근원적으로 화재 발생을 차단하는 추가 조치로서 방열시트 및 소화용 첨단 약품 캡슐로 장착된 부품 삽입을 발표한 것이다. 

삼성SDI는 이미 안전성 고전압 보호장치, 랙 퓨즈, 모듈 퓨즈 등 3단계 안전장치를 국내 전 사이트 설치를 끝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 충격 센서 부착, 펌웨어 업그레이드 등은 이달 말까지 조치 완료할 계획이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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