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웅동학원 비리'와 조국을 잇는 강제집행면탈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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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10.31 16:48
  • 수정 2019.10.31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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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동생 첫 영장청구 때 없던 강제집행면탈 꺼내든 수사팀
허위소송=배임+집행면탈 인정시 학교 피해자→가해자
학교 이사 중 허위소송 당사자와 가족인 건 조국이 유일
31일 신종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 조권씨. (사진=연합뉴스)
31일 신종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 조권씨. (사진=연합뉴스)

29일 검찰이 영장전담판사에 재청구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에 '강제집행면탈' 혐의가 적시됐다. 강제집행을 따르지 않기 위해 재산을 숨기거나, 망가뜨리거나, 가짜로 제3자에게 넘기는 경우 처벌하는 형벌 조항이다. 이 혐의는 지난 9일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가 기각한 영장엔 없었다. 채용 비리를 순순히 인정했던 피의자는 이 혐의만큼은 강력히 부인한다. 

형사 절차를 규정한 형사소송법엔 영장을 재청구할 때 추가 혐의가 있어야 한다는 의무조항은 없다. 다만 영장청구서에 적시된 혐의가 이전과 똑같다면 영장을 내주지 않는 관례가 영장전담판사들 사이에선 자리 잡았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3~4월 두 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례가 그렇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당시 부장검사 오정희)가 재청구한 영장엔 이 사건 최초 폭로자인 김지은 비서의 피해만 들어 있다. 추가 피해자가 나왔지만 다툼의 여지가 있던 만큼 영장에선 뺀 것이다. 결국 영장은 발부되지 않았다. 

안 전 지사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재청구한 영장의 발부 여부를 가르는 건 ▲추가된 혐의가 있느냐 ▲그 혐의가 중대해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느냐다. 구속영장이 그간 수사 결과를 응집한 것으로 이해되는 수사관행을 감안하면 영장이 기각된 후 새로운 혐의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이미 짜낼 때로 짜내 영장에 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는 종종 수사 방향의 전환을 뜻한다. 

조 전 장관 일가(一家)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가 재청구한 영장에서 검찰이 겨냥한 건 조 전 장관 동생 조권씨가 아니다. 수사팀은 기존에 청구한 영장에선 배임 혐의만 적용했다. 웅동학원이 피해자란 뜻이다. 조씨가 학교 사무국장 지위를 이용해 자신이 건 소송에서 피고 측 변론을 포기한 까닭이다. 이렇게 되면 웅동학원 이사회와 웅동중학교 구성원은 조씨에게 속은 처지가 된다. 이와 달리 강제집행면탈 혐의는 학교 차원의 사학비리를 말한다. 조씨가 학교와 공모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구축한 법리에서 '웅동학원 허위소송'이란 지붕을 받치는 두 기둥은 배임과 강제집행면탈 혐의다. 소송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국장이 변론에 나서지 않으면서 패소해 채무가 발생한 만큼 학교가 피해를 본 건 외형적으로는 분명하다. 그런데 학교 땅에 가압류가 걸린 상황을 모면하고자 학교와 조씨가 공모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구도에선 피해자는 학교가 아니라 가압류를 건 제3자다. 31일 진행 중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이 학교가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제대로 소명치 못하면 영장은 곧장 기각되는 '모 아니면 도'인 아주 위험한 수(手)다. 

명 부장판사는 지난번 조씨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주요 범죄(배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허위소송'이 성립하려면 소송의 내용물이 허위라는 입증이 있어야 하는데 부족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변론 포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학교가 소송에서 이길 수도 있었다는 가정법을 내밀지 말라는 것이기도 하다. 소송이 질 게 뻔한 상황에서 학교가 조씨에게 원고의 주장을 피고가 그대로 인정하는 '의제자백'을 위임한 상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구도엔 원고와 피고가 서로 다른 입장이 있지만, 일종의 합의를 했다는 전제가 있다. 

하지만 강제집행면탈이 더해진 배임 혐의는 원고와 피고가 애초부터 한 몸이라는 걸 깔고 들어간다. 학교와 조씨가 짜고 치는 소송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점을 입증하기 위해 조 전 장관 형제 부친이자 소송 당시 학교 이사장이던 고(故) 조변현씨가 소송 직전 조씨를 사무국장에 임명한 사실을 확인했다. 조 전 장관과 달리 학교 업무에서 배제돼 있던 차남 조씨에게 갑자기 소송업무를 책임지는 사무국장직을 맡긴 건 학교 차원의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정황이다. 

검찰은 학교 차원에서 빚을 갚지 않으려는 속셈이 있다고 의심한다. 웅동학원은 지난 1997년과 1999년 옛 동남은행에 35억원을 웅동중 이전공사 명목으로 대출했다. 채무 상환은 2001년 예전 학교부지가 경매에 넘어가면서 갚은 20억여원이 전부다. 대출잔금채권을 인수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2006년 3월 웅동학원 임야를 가압류했다.

검찰은 캠코가 가압류에 나선 시기에 주목한다. 고작 4개월 뒤 조씨 측이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조씨는 "11년 전에 받지 못한 공사대금을 이제는 돌려받겠다"며 법원에 양수금을 청구했다. 양수란 채권을 양도받았다는 뜻이다. 웅동학원에 공사를 한쪽과 소송을 청구한 쪽이 다르다는 말도 된다. 조씨는 1997년 웅동중 이전공사에 참여했지만 16억여원을 받지 못한 자신이 대표로 있던 고려시티개발의 채권을 2005년 말 인수했다고 주장했다. 학교는 양도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가 있는지를 따져봐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재판에서 쟁점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면서 연 24%로 책정된 이자도 그대로 인정됐다. 법원은 웅동학원에 대한 조씨 채권이 지연이자를 포함해 50억여원에 이른다고 확인해줬다. 이 돈은 소멸시효 연장을 위해 열린 2017년 재판에서 100억여원으로 불어났다. 

검찰은 이 밖에도 조씨가 ▲공사에 참여한 다른 하청업자들과 달리 약속어음을 제기하지 못한 점 ▲1998년 약속어음 만기가 모두 도래해 상환을 포기한 다른 업자와 달리 8년 뒤에 소송한 점 ▲2002년 이미 청산 간주된 회사를 3년 뒤인 2005년 인수했다고 그 이듬해 뒤늦게 주장한 점을 허위소송의 근거로 보고 있다.   

판결문

이같은 정황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입증하고자 하는 길은 쉽지 않다. 강제집행을 학교 차원에서 피하려 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당시 이사진의 관여가 있어야 한다. 조 전 장관 컴퓨터에서 발견된 2006년 캠코 소송 대응 문건은 그래서 중요하다. 조 전 장관은 지난달 2일 후보자 신분으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웅동학원이 모두 무변론을 했다"고 강조했지만 다음날 본지 보도(조국 "웅동학원, 모든 소송 무변론"... 실제 캠코에는 "부당하다" 적극 변론)로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웅동학원은 2006년 캠코가 원고인 소송에서 "부당하다"고 적극 변론한 판결문(사진)이 발견된 것이다. 

학교법인 웅동학원이 2010년 6월 경남도진해교육청에 제출한 '수익용기본재산 처분허가 신청' 문건의 일부.

학교 이사진이 캠코 소송에 적극 대응했다는 것 말고도 조씨 소송이 캠코 소송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는 점도 밝혀져야 한다. 검찰은 웅동학원을 감독하는 경남도교육청을 압수수색해 관련 내용 서류를 이미 확보했다. 웅동학원이 지난 2010년 6월 당시 진해교육청에 제출한 '수익용기본재산 처분허가 신청'이란 제목의 문건이다. 여기엔 수익용기본재산을 매각해 빚을 갚겠다며 '처분 사유서'(사진)가 딸려 있다. 이 사유서엔 조씨 측이 "자산공사(캠코)가 본법인 수익용 기본재산을 경매에 붙이자('부치자'의 오기로 보임) 배당금을 받기 위해 채권판결문을 법원으로부터 받아 놓았다"고 적혀 있다.

검찰은 이 사유서를 '채무면탈을 위한 기획소송'의 액션플랜으로 이해한다. 당시 소송을 건 주체는 고려시티개발 채권 인수를 주장한 '코바씨앤디'라는 회사와 조씨의 전처다. 이 둘은 소송에서 이기고 나서도 채권회수에 나서지 않았다. 이점을 사유서는 "코바씨앤디 외 1인은 자산공사와는 반대로 독촉만 한 상태지 법적조치는 취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조씨가 당시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코바씨앤디가 돈을 받아 가면 제3자로 빠져나가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제3자는 기술신용보증기금(기보)이다. 조 전 장관 형제 부친은 웅동중 공사에서 돈이 부족해 기보를 끼고 동남은행 말고도 다른 은행에서 9억여원을 추가 대출받았다. 이 돈을 대신 갚은 기보가 2001년 연대보증을 선 조 전 장관 형제 모친과 조씨에게 구상권을 청구했다. 하지만 2006년 재판에서 승소한 조씨가 돈을 주지 않으면서 기보는 2013년 캠코에 44억원에 달하는 채권을 단돈 800만원에 팔았다. 캠코가 웅동학원과 조 전 장관 일가로부터 대출잔금채권에 연대보증채권을 합쳐 128억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조씨가 2009년 이혼해서 채권을 전처로 돌려놓은 점 ▲기보에 돈을 갚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웅동학원에서 돈을 받아내지 않은 점을 채무면탈을 구성하는 '하위장치'로 판단한다. 

조씨의 구속 여부는 빠르면 이날 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심리를 진행 중인 신종열 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입에서 "주요 범죄가 소명되며"라는 문장이 나오면, 웅동학원은 학교 재산을 빼돌린 공범이 된다. 그 공범을 다시 잘게 쪼개면 당시 소송을 책임졌던 조씨와 일가로 묶인 이사진이 주범이다. 이 요건을 채우는 건 두 명뿐이다. 조 전 장관과 지금은 고인이 된 그의 부친이다. 검찰이 쥔 칼날 끝은 이미 조 전 장관을 향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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