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마라톤 왕국 케냐에는 ‘케냐 지구대(Kenyan Rift Valley)’가 있다
[WIKI 프리즘] 마라톤 왕국 케냐에는 ‘케냐 지구대(Kenyan Rift Valley)’가 있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9.11.08 07:56
  • 수정 2019.11.08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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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가 지난 12일 오스트리아 빈 프라터 파크에서 열린 ‘INEOS1: 59 챌린지’에서 42.195㎞ 마라톤 풀코스를 1시간59분40.2초의 기록으로 완주한 뒤 기뻐하고 있다.(빈=EPA연합뉴스)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가 지난 12일 오스트리아 빈 프라터 파크에서 열린 ‘INEOS1: 59 챌린지’에서 42.195㎞ 마라톤 풀코스를 1시간59분40.2초의 기록으로 완주한 뒤 기뻐하고 있다.(빈=EPA연합뉴스)

세계의 유수한 마라톤 대회에서 유독 케냐나 에티오피아 같은 아프리카 동부 지역 선수들이 우승을 휩쓰는 이유는 인종적, 유전적 이유가 아니라 높은 해발 고도에서 살며, 훈련하는 등의 환경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7일(현지 시간) CNN이 보도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지난달 엘리우드 킵초게는 1시간 59분 40초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며 마라톤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지금까지 인류 어느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인간 승리의 업적을 이룩한 킵초게는 케냐에 있는 케냐 지구대(Kenyan Rift Valley) 지역 출신이다.

한편, 킵초게가 마라톤의 역사를 새로 쓴 지 하루 만에 브리짓 코스게이도 시카고 마라톤 대회에서 여자 마라톤 분야의 신기록을 경신했다. 브리짓 코스게이 또한 케냐 지구대 지역 출신이다.

또, 일요일 치러진 뉴욕 마라톤 대회에서는 케냐의 여성 신예 조이실린 젭코스게이가 자국의 인기 여성 마라토너를 무너뜨렸다. 조이실린 젭코스게이는 같은 나라인 케냐의 마리 케이타니가 생애 5번째로 여성 마라톤의 왕관을 쓰기 일보 직전에 이를 가로챘다. 이 대회에서 마리 케이타니는 2등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역시 케냐 출신인 제프리 캄워러가 남자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이는 그의 두 번째 뉴욕 마라톤 대회 우승이었다.

이들 마라톤 철각(鐵脚)들은 모두 케냐 지구대 지역 출신이어서, 이를 주목한 전 세계 마라톤 유망주들은 메이저 마라톤 대회를 준비할 때면 앞 다퉈 이 지역을 찾곤 한다.

특히 케냐와 에티오피아 출신을 비롯한 아프리카 동부 지역 선수들이 수십 년 동안 세계 마라톤 대회를 제패해왔다. 그들은 피니시 라인을 힘차게 돌파하며 기진맥진한 상태로 간신히 통과하는 다른 나라 출신 경쟁자들을 무색하게하곤 한다. 또, 그들은 자국 동료 선수들의 기록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기록도 서슴없이 갈아치우곤 한다.

이처럼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케냐 마라톤 선수들은 꾸준한 연구의 대상이다. 관련 연구 기관들은 그들이 장거리 달리기 대회를 독주하고 있는 현상을 주목해왔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몇 가지 요소들의 합성을 꼽았다.

대부분의 엘리트 마라톤 선수들은 같은 지역 출신들이다
대부분의 케냐 출신 엘리트 마라톤 선수들은 칼렌진(Kalenjins)이나 난디(Nandis) 종족으로 알려진 비슷한 인종 출신들이다. 이 종족들은 5,000만 명에 이르는 케냐 인구의 10%에 불과하지만 케냐가 거머쥔 마라톤 우승 메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칼렌진 출신 선수들이 세계 대회에서 케냐가 차지한 우승 메달의 거의 73%를 이루고 있으며, 은메달 횟수도 비슷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나이로비에 있는 케냐타 대학의 스포츠 과학학과 빈센트 오니웨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마라톤에 대한 정열을 대를 이어서 전해주며, 특히 소도시 아이튼(Iten)이 위치한 케냐 지구대 지역을 국가 엘리트 마라톤의 성지로 만들고 있다. 그곳에서는 아이들이 어린 나이부터 달리기를 시작한다.

이 지역에서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마라톤으로 성공한 선배들에 둘러싸여서 자란다. 이들은 대부분 마라톤을 생계수단으로 받아들인다고, 케냐의 엘리트 마라톤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베르나르도 오우마 코치는 말한다.

“가까운 이웃이 달리기를 통해 성공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달리겠다는 동기가 부여되는 것이지요.”

오우마 코치는 이렇게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이들 공동체는 여러 해에 걸쳐 최고의 마라톤 선수를 배출하는 뿌리 깊은 전통을 지니게 된 것이다.

높은 해발 고도에서 살며 달린다
세계 마라톤 대회를 석권하는 대부분의 케냐 선수들은 높은 해발 고도를 나타내는 지구대(地溝帶)에 살며 훈련하다.

엘리트 마라톤 선수들을 많이 배출한 지역 중 하나인 케냐 서부의 아이튼(Iten)은 거의 해발 8,000피트(2,438미터)의 고지에 자리 잡고 있다. 높은 해발 고도에서 훈련하면 저고도에서 달리는 일은 어린애 장난처럼 느껴진다고, 빈센트 오니웨라 교수는 말한다.

“체육계에는 고고도 훈련의 이점이 신념처럼 널리 퍼져있습니다. 적어도 세 개의 서로 다른 연구 결과는 고고도 훈련이 극한 산소 소비와 마라톤 기록 향상을 증가시킨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캅시시이와 AP=연합뉴스) 사상 최초로 '마라톤 2시간 벽'을 허문 케냐 마라토너 엘리우드 킵초게의 어머니 자넷 로티치가 12일(현지시간) 리프트밸리 캅시시이와 마을에서 아들 사진을 들고 친구 및 이웃들과 자축하고 있다. 킵초게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NEOS 1:59 챌린지'에서 첫 마라톤 2시간 벽을 허물어 스포츠계에 충격을 주었지만 세계신기록으로는 공인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캅시시이와 AP=연합뉴스) 사상 최초로 '마라톤 2시간 벽'을 허문 케냐 마라토너 엘리우드 킵초게의 어머니 자넷 로티치가 12일(현지시간) 리프트밸리 캅시시이와 마을에서 아들 사진을 들고 친구 및 이웃들과 자축하고 있다. 킵초게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NEOS 1:59 챌린지'에서 첫 마라톤 2시간 벽을 허물어 스포츠계에 충격을 주었지만 세계신기록으로는 공인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이어트와 끊임없는 동기 부여
아이튼은 장거리 마라톤 선수들을 많이 배출한 지역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따라서 세계 곳곳의 마라톤 유망주들은 주요 대회를 앞두고 아이튼을 찾는다.

마라톤 애찬론자이자 영국 가디언 지의 기자인 아드하라난드 핀은 케냐 마라톤 선수들의 비밀을 캐기 위해 많은 시간을 아이튼에 머물렀었다.

“저는 평생 캐냐 선수들의 불굴의 마라톤 스타일에 매료되었으며, 기적 같은 선수들의 뒷배경에 대해 궁금함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이들에 대해 특별히 책이 있지도 않았고, 기록 영상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가보고 나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드하라난드 핀 기자가 펴낸 책 「케냐 사람들과 함께 달리기(Running with the Kenyans)」는 그가 발견한 사실을 깊숙이 조명해주는데, 그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들려준다.

“데이비드 루디샤 선수의 코치로 명성을 얻은 브라더 콤 오코넬이 말한 대로 유일한 비밀이 있다면 특별한 비밀이 없다는 것이 비밀일 겁니다. 케냐 지구대 지역 선수들이 장거리 달리기에서 특출난 재능을 보이는 것은 그 지역의 여러 요소들이 합성되어 완벽한 폭발력을 발휘한다는 점 말고는 뚜렷이 거론할 한 가지는 별도로 없습니다.”

아드하라난드 핀은 이렇게 주장한다.

지역적 특성과 삶의 방식, 그리고 환경이 주요소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우선, 높은 해발 고도와 척박한 시골 풍토, 그리고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아무 데나 뛰어다니는 환경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다이어트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정크 푸드는 멀리하고, 완벽한 환경에서 달리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도처에 굽이치는 능선, 먼지 나는 시골길이 완비되어있지요.”

보통 사람들에게는 매혹적인 지역이 아닐지 몰라도 전 세계의 엘리트 마라톤 선수들을 유혹하는 환경에는 틀림없다.

“이 지역에서 달리기는 큰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개인적인 삶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삶까지도 바꾸어줄 수 있습니다.”

아드하라난드 핀은 이렇게 말한다.

“이러한 기대는 어디에나 있는 롤 모델들과 합쳐져서 상승 작용을 일으킵니다. 대부분의 마을들에는 해외에 나가 승리를 쟁취하고 돌아온 선수들이 있으며, 이들 마라톤의 스타들은 만나기도 쉽고, 젊은 꿈나무들을 기꺼이 지도해줍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달리며, 마라톤 선수가 되기를 꿈꾼다고, 그는 말한다.

“수천 명이 함께 달리며 어깨를 부딪치고, 서로 도와주며, 격려하는 모습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에이전트나 스폰서, 코치들이 생겨나고 전체 판이 점차 커지는 겁니다. 이러한 추동력을 기반으로 위대한 선수들이 탄생하는 겁니다. 딱히 한 가지로 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일부는 유전자의 역할에 주목하기도
왜 유독 케냐나 에티오피아 선수들만 마라톤 대회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지에 대해 여러 설들이 많았고, 오랫동안 연구 대상이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스포츠의학 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같은 기관들은 유전자가 연관되어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세계의 다른 지역 선수들이 중·장거리 달리기 대회에서 주기적으로 우세를 보이는 현상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이 기관은 이렇게 밝혔다.

“연구자들은, 동아프리카 출신 중·장거리 달리기 선수들 사이에서 아직까지 유전적이고 생리학적인 이점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들의 성취에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 동아시아 선수들의 탁월함을 입증하기 위해 많은 생리학적·해부학적 요소들이 제시되었지만 연구자들은 아직 결정적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연구 결과는 밝히고 있다.

dtp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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