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포커스] 최악의 스모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논에 불을 지르고 정부 보조금을 요구하는 인도 농민들
[월드 포커스] 최악의 스모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논에 불을 지르고 정부 보조금을 요구하는 인도 농민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9.11.11 06:45
  • 수정 2019.11.11 0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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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수도 뉴델리 인근 농민들이 미세먼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논 작물을 수확한 후 불태우는 모습(Photo by NARINDER NANU / AFP/연합뉴스)
인도 수도 뉴델리 인근 농민들이 미세먼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논 작물을 수확한 후 불태우는 모습(Photo by NARINDER NANU / AFP/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공기가 나쁘기로 악명이 나있는 인도 델리 지방의 공기 오염 주범은 주변 여려 주의 농부들이 태우는 들불에서 나오는 연기 때문이라고 10일(현지 시간) <CBS NEWS>가 보도했다.

<CBS NEWS>는 이러한 공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련 자치 정부들의 노력이 인도 농부들의 열악한 여건과 맞물려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의 전문이다.

인도 델리에 인접한 세 개의 주는 최근 인도의 수도를 위협하는 재앙 수준의 공기 오염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인도 대법원의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많은 농부들은 새로운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 몇 주 동안 수확이 끝난 벼 그루터기에 계속해서 불을 놓고 있다.

이 같은 들불로 인한 연기로 델리의 하늘은 몇 주 동안이나 짙은 스모그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농작물 쓰레기를 태우는 연기, 불꽃놀이, 바람이 불지 않는 무풍 기간 때문에 해마다 이맘때는 최악의 대기 오염을 겪게 된다. 그 결과 델리 정부는 공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학교들을 입시 휴업하고, 건설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도로의 차들에 통행 제한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다.

또, 스모그로 인해 시계 확보가 불가능해서 주말 동안 수많은 항공기들이 결항하거나 연착했으며, 인기 있는 힌두 축제도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당신들은 속수무책일 뿐입니다
지난 수요일 인도 대법원은 공기 오염이 가장 심각한 하리아나, 펀자브, 우타르 프라데시 이렇게 세 개의 주에 대해, 해당 지역에서 농부들이 여름 벼 그루터기를 태우지 못하도록 하는 데 실패했다고 준엄한 경고를 내렸다. 대법원은 나아가 해당 자치 정부들이 모든 책임을 농부들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며, 해당 관리들을 법정에 세워놓고 ‘책임은 당신들에게 있습니다’라고 엄히 꾸짖었다.

법원은 ‘정부 관리들에게 책임을 물어야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해당 관리들은 지역에 거주하는 수십만 농부들을 모니터링할 자원이나 자금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래도 법원의 호통은 추상같았다.

“논에 들불을 놓는 행위는 막아야합니다.”

판사들은 이렇게 말했다.

“자금도 없고, 계획도 없고 …… 그렇다면 당신들은 그 자리에 앉아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농부들의 목소리
<CBS NEWS>는 하리아나 주에서 몇몇 농부들을 만나보았다. 그들은 정부의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논에 불을 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다는 말이다.

“들판에 불을 놓기 위해서는 성냥 한 개비면 족합니다. 그러나 벼 그루터기를 땅에 섞어서 다음 농사를 준비하는 데는 에이커 당 3,000루피(약 43달러)가 필요합니다.

농부 디팍 말리크는 <CBS NEWS> 기자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농부들은 그루터기를 뽑아내거나 논의 흙에 뒤섞이도록 잘게 분쇄하는 일은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농부들은 자신들이 늘 해오던 대로 불을 놓는 것이다.

“벼 그루터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불을 놓는 것입니다.”

하리아나 지역의 바인스왈 들판에서 일을 하던 농부 크리스한 챈더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성능이 뛰어난 기계가 필요합니다. 그런 기계들을 이용하면 그루터기들을 흙과 섞이도록 분쇄할 수 있습니다.”

“로터베이터(rotavator)와 같은 분쇄 기계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몇 에이커의 땅뙈기밖에 없는 소농들은 그것조차 활용할 수 없습니다.”

디팍 말리크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농부들은 불을 놓는 거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는 겁니다.”

델리에서 활동 중인 씽크탱크 ‘에너지·환경·수자원 위원회’의 쿠린지 셀바라지 분석연구원은 <CBS NEWS>와의 회견에서, 농부들은 비용과 생산의 측면에서 농기계의 가치를 높게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값비싼 농기계들이 일 년 내내 놀고 있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서 농부 크리스한 챈더는 논에 불을 놓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농부들에게 에이커 당 얼마씩 현금을 지급해야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인도의 대법원도 농부 크리스한 챈더의 주장에 동의한다. 지난 수요일 법원은 벼 그루터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 개의 해당 주들이 영세농들에게 농작물 쓰레기 220파운드 당 100루피(약 1.4달러) 씩을 지불하도록 권고했다.

법원은 또 해당 주 정부들이 영세농들에게 빌려 쓸 수 있는 농기계들을 공급하고 자금을 지원해야한다고 권고했다.

“가난한 농부들에게 책임을 물으려고만 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법원은 정부들을 상대로 이렇게 주장했다.

최악 스모그 속 인도 뉴델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최악 스모그 속 인도 뉴델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금지 조치 이후 오히려 더 번지는 들불
‘에너지·환경·수자원 위원회’가 실시한 위성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델리 주변 세 개의 주들에서 피어나는 들불은 금지 조치가 내려진 지난 월요일 4,900건에서 화요일 5,200건으로 늘어났다. 이 씽크탱크는 나사의 위성사진을 인용해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3일간 14,000건이 넘는 들불을 추적하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하루 평균 4,800건이 넘는 수치이다.

이 들불들의 90% 이상이 펀자브 지장에서 피어올랐지만, 수요일에는 하리아나 주에서도 불길이 여기저기 퍼져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하리아나 주의 소니팻 지방 농부 로타시는 이름 전체를 밝히기를 꺼렸다. 그는 농작물을 태우고 있던 현장에서 처음에는 벌금이 무서워 인터뷰를 거부했었다. 하지만 그는 이후 자신이 놓는 불길이 큰 문제를 일이키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논의 들불은 거의 책임이 없어요.”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공기 오염은 공장들에서 나오는 거지요. 이건 오염이 아니에요.”

또 다른 농부는 <CBS NEWS> 기자가 다가가자 트랙터를 몰아 들판에 피어오르던 들불을 재빨리 꺼버렸다.

변화의 바람
이번주 논에서 피어오르는 들불과 공기 오염 자료를 살펴보면 일말의 변화가 감지된다. 델리의 공기 오염도는 지난 일요일부터 감소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일요일은 지난 3년 이래 인도 수도에서 기록된 최악의 공기 오염을 기록한 날이었다. 그동안 수도 주변 주들의 들불이 집단적으로 피어올랐어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펀자브 지장 농토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 주된 이유는 바람의 방향이 북서부로부터 남동부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델리의 공기가 일부 좋아진 것입니다.”

‘에너지·환경·수자원 위원회’의 쿠린지 셀바라지 분석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 결과 수요일 밤에는 스모그가 인도의 인접 국가인 파키스탄 라호르 지방을 두텁게 뒤덮었다. 파키스탄 당국은 모든 학교의 문을 닫고, 공기 오염에 대한 최고 경계령을 내렸다.

“이 연기들이 모두 델리로 쳐들어왔다면 지난 며칠은 최악이었을 겁니다.”

셀바라지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dtp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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