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커피까지 비축하는 스위스 사람들의 유비무환
[WIKI 프리즘] 커피까지 비축하는 스위스 사람들의 유비무환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9.11.14 17:48
  • 수정 2019.11.15 0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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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정부는 국민들에게 커피는 불요불급한 물품이니 비축 품목에서 빼자고 제안했다가 된서리를 맞고 한 발 물러섰다
스위스 정부가 국민들에게 '커피는 불요불급한 물품이니 비축 품목에서 빼자'고 제안했다가 거센 반발에 한 발 물러섰다. [BBC]

BBC는 14일(현지 시간), 유비무환 정신으로 무장되어있는 스위스 정부가 국민들에게 커피는 불요불급한 물품이니 비축 품목에서 빼자고 제안했다가 된서리를 맞고 한 발 물러섰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스위스 사람들에게 비축(備蓄)은 일상이다. 스위스는 집집마다 핵 벙커가 있고, 해마다 공습 대비 훈련을 하는 나라이다. 또, 스위스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비상시를 대비해서 수천 톤의 물품을 저장해놓는 나라이다. 그러한 비축 물품에는 커피도 포함되어있다.

그러나 스위스 정부가 금년 초 커피 비축을 중단하자고 제안했을 때 이 계획은 격렬한 저항을 불러왔다.

정부는 칼로리가 낮고 영양가가 떨어지는 음료는 생존 필수품에 속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자 국민들은 격하게 반발했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가장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 속한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은 커피를 필수품으로 여기는 것 같다. 이러한 대중적인 반발에 부닥쳐서 정부는 결정을 재고하겠다고 말했다.

스위스 인구 850만 명이 석 달 동안 마실 수 있는 15,000톤 분량의 커피는 연료와 식수, 의약품뿐만 아니라 설탕, 밀가루, 식용유, 쌀 등이 포함된 필수 비축 품목에 포함된다.

비축의 필요성은?
사방이 육지로 둘러싸여있는 스위스의 식량 자급률은 50%에 불과하며, 양차 대전 동안 혹독한 식량 기근 현상을 경험한 후속 정부들은 비상시를 대비해서 국민들을 먹여 살릴 비축 물량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생필품 생산 업자들은 법률에 의해 의무적으로 일정량을 저장해 놓아야하며, 정부는 이러한 저장에 드는 비용을 지급한다.

정부는 일반 시민들도 비상 물품들을 비축하도록 권고한다. 식수, 일주일치의 식품, 손전등, 그리고 화장지 등이 이러한 물품에 포함되어있다. 2016년에 정부는 ‘비상시나 재난 시에 취할 최선책을 담은 비디오’를 공급하기도 했었다.

이 비디오에는 ‘준비된 톰’과 ‘준비 안 된 팀’이 저울의 양쪽 끝에 등장한다. 그리고 재난이 닥쳤을 때 가족을 보존하기 위해 톰의 저장고는 잘 비축되어있고, 팀의 저장고에는 먹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모습이 등장한다.

솔직히 말하면, 최근의 통계를 보면 근래에는 스위스 국민들의 1/3만이 개인 비축 문제를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스위스의 수도인 베른 인근 카페들에서 즉흥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사람들은 실소를 지으며 다음과 같은 대답을 했다.

“아니요. 하지만 제 할머니는 파스타를 비축했었지요.”

“저는 비축할 공간이 없어요. 제 아파트가 너무 작거든요.”

또, 이런 대답도 있었다.

“아니요. 제 저장고에는 스키들만 있어요.”

그렇다면 어째서 커피가 신성불가침한 식품이 되었나?
하지만 스위스 사람들은 정부가 국민들을 대신해서 물품들을 비축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 품목에는 커피가 포함되어있다.

스위스 국민들은 일인당 해마다 8Kg이라는 놀라운 양의 커피를 소비한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스위스 국민을 찾아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아침에는 밀크 커피, 점심과 저녁 식사 후에는 훌륭한 에스프레소나 리스트레토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일상이다.

이런 식의 커피 문화 없이는 일주일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커피 비축을 반대한 정부에 반발한 것이고 정부는 할 수 없이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부가 보조하는 후한 비축 보조금을 잃고 싶지 않는 커피 생산업자들도 반대 운동에 가담하였다.

그럼 커피를 비축 물품에서 빼자는 제안은 정말 멍청한 생각인가?
스위스의 ‘연방 국민경제 공급원’은, 나른 나라들은 이 문제에 별 신경을 쓰지 않더라도, 국민들에게 비축이 멍청한 생각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우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가까운 시일 내에는 스위스의 국경을 둘러싸고 대규모의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하지만 관리들은, 정부나 국민들은 공급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자연 재해나 사이버 공격에 항시 대비하여야하고, 세계 경제 위기로 촉발될지 모르는 물품 부족에도 대비해야한다고 말한다.

최근에 이러한 스위스 식의 유비무환 대책이 빛을 발한 적이 있었다. 작년에 라인 강의 수위가 매우 낮아져서 선박들이 미네랄 오일과 비료를 스위스까지 운반할 수 없었을 때 비축 물량으로 큰 덕을 보았었다.

또, 2017년 전 세계 적으로 항생제 부족 사태를 빚었을 때도 스위스 병원들만은 비축된 의약품 덕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가 목록에서 빠지지만 않는다면 스위스 국민들은 비축에 심혈을 기울이는 정부를 적극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dtp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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