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CNN "중국 정부와 홍콩 당국, 혼란을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있다" 의혹 제기
[WIKI 프리즘] CNN "중국 정부와 홍콩 당국, 혼란을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있다" 의혹 제기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9.11.18 06:44
  • 수정 2019.11.18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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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대와 충돌 과정에서 벽돌에 맞아 쓰러진 70대 노인
홍콩 시위대와 충돌 과정에서 벽돌에 맞아 쓰러진 70대 노인

CNN은 홍콩과 중국 당국이 현 시위 사태를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전문가의 말을 빌어, 시진핑이 홍콩 내부에서 갈등이 높아지면 홍콩 민중들은 궁극적으로 과격한 시위대에 싫증과 반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시위 사태는 끝이 난다고 믿기 때문에 혼란을 내버려두는 것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홍콩의 시위 사태가 거의 6개월이나 장기화하면서 홍콩 시위와 관련하여 웬만한 모습은 세상에 다 알려져 이제 새로운 내용이 나타날까 싶었다. 그런데 지난주에는 처음 보는 장면이 목격되기 시작했다. 바로 양복을 입은 샐러리맨들과 하이힐을 신은 직장 여성들이 도심 업무 지구에서 경찰에 저항하는 학생들에 합세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지난주 홍콩 센트럴에서 벌어진 시위 내내 은행원과 변호사를 비롯한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위대의 전면에 가담했다.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우산을 들기도 했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러한 모습은 2014년의 ‘우산 혁명’ 때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지난주 센트럴로 몰려나온 사람들은 단순히 시위를 구경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바리케이드 치는 작업을 돕기도 했고, 시위 용품을 나르는 일을 거들기도 했다.

시위에 합류한 일반 시민들은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수요일 경찰과 논쟁을 벌이던 한 은행원이 체포되었으며, 시위 도중이나 이후 검거된 시위대들 속에서 화이트칼라 근로자들도 지난주 내내 목격되었다고 한다.

현 시위 사태의 배경에는, 의심할 나위 없이,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과 같은 경제적인 이유가 자리 잡고 있지만 괜찮은 임금을 받고 있는 화이트칼라들이 시위에 참가하기 시작한 모습은 홍콩 당국이 얼마나 현 사태를 잘 못 읽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시위 사태가 점점 폭력적이고 파괴적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홍콩 당국은 어쩌면 현 사태를 잘 못 파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반감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홍콩의 캐리 람 행정장관이나 그녀의 관료들은 줄곧 시위에 대한 지지세가 꺾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들 주장의 근거는 이렇다.

도시를 마비시킬 정도의 대규모 시위 사태를 촉발시킨, 강제 송환법을 철회하라는 주장은 광범위한 지지를 받기는 했지만 보통의 홍콩 시민들이라면 증가하는 폭력과 파괴 행위를 지지하지 않고, 하루 빨리 정상으로 복귀하기를 바랄 것이라는 주장이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바로 이러한 믿음을 기반으로 경찰의 강경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물론 많은 홍콩 시민들은 계속되는 파괴 행위에 실망하고 폭력에 신물이 난 것도 사실이다. 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첨예화된 정치 환경 때문에 사람들은 말을 꺼리고 있기도 하다. 논쟁을 일으켜서 가족과 친구들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잃어나고 있다는 신호는 감지되지 않고 있으며, 실제로 침묵하는 다수가 존재한다면 그들은 그냥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홍콩 크로스하버 터널 인근에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AFP통신=연합뉴스)
홍콩 크로스하버 터널 인근에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AFP통신=연합뉴스)

센트럴과 그 밖의 도심 지역에서 많은 구경꾼들을 참가자로 이끌었던 지난주 시위들에 불을 당긴 것은 지금까지 중 가장 충격적인 모습 때문이었다.

한 남자가 인화성 물질을 끼얹고 몸에 불이 붙었던 것이다. 이 장면은 카메라에 포착되어 널리 공유되었다. 이 같은 분신 장면이 사람들의 비난과 혐오를 야기하기는 했어도 시위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이밖에 다른 폭력 장면들도 있었다. 경찰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주에 한 노인이 벽돌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러한 극한 폭력이나 대량 파괴 사태도 당국이 기대한 만큼 여론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뿐 아니라 홍콩의 경제가 10년 이래 최초로 급격하게 침체로 빠져들며 비틀거리는 상황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원인에는 시위대의 과도한 폭력과 경찰의 상응하는 대처가 자리 잡고 있다. 시위대 한 사람이 교통경찰이 쏜 총을 맞고 사망하자 몇 시간 뒤 방화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경찰은 홍콩 중문대학교 캠퍼스를 쳐들어가서 시위대의 분노를 더 자극했다. 경찰은 사태를 중재하려는 이 대학의 부총장에게도 최루탄을 발사했다.

지지난주 시위대 인근에서 사망한 한 홍콩과기대학생에 대해서도 경찰에 비난이 돌려지고 있다. 당시 경찰은 앰뷸런스가 그 학생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한다. 하지만 당국은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지난주 월요일과 화요일의 시위는 양상이 더 격렬해졌었다.

캐리 람과 그녀의 각료들은 눈앞에 놓인 모든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모른 채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수요일 놀라 어쩔 줄 모르는 국회의원들을 앞에 두고 홍콩의 2인자인 매슈 청은, 믿을 만한 여론조사가 없기 때문에 자신은 대중들의 공분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일에서 화를 낼 수 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캐리 람 장관의 추락하는 인기도와 시위대의 요구 사항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보여주는 널리 믿을 만한 여론조사가 분명히 있다는 사실은 제쳐두고라도 홍콩 정부가 갈등이 6개월이나 지속되는 상태에서 사태를 정확히 받아들일 여론조사가 별도로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는 점은 놀라울 뿐이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머지않아 무시할 수 없는 증거와 대면해야할 듯하다. 이번 달 말에 치러질 지방의회 선거 결과가 시위에 대한 민심을 반영해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분석가들은 정부의 필패를 예상하고 있다.

그때까지는 캐리 람은 현 시국을 정치적 문제라기보다는 안보 문제로 끌고 가는 데 더욱 힘을 기울일 것이다. 그녀는 경찰에 압력을 더 가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비난받고 있는데다가 폭력을 진압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최대의 권한을 부여할 것이다.

이러한 전술은 물론 중국 시진핑 주석의 재가를 받은 것처럼 보인다. 캐리 람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은 그녀를 공개적으로 만나서 그녀에 대한 지지를 천명했었다.

“하지만 질서가 회복되는 수준의 정상화로 가는 명백한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중국 전문가 빌 비숍은 지난주 이렇게 썼다.

“시진핑 주석이, 홍콩 내부에서 갈등이 증가하면 홍콩 민중들은 궁극적으로 과격한 시위대에 싫증과 반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시위 사태는 끝이 난다고 믿기 때문에 혼란을 내버려두는 것처럼 보입니다.”

당국은 몇 달간 이 같은 전술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폭력 사태가 증가하는 반면 대부분의 분노는 시위대들을 향하지 않고 처음부터 이 사태를 야기한 정부에게 돌려지고 있다.

 

dtp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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