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文대통령, 김대중·노무현·과거의 본인과 화해하라"
천영우 "文대통령, 김대중·노무현·과거의 본인과 화해하라"
  • 조문정 기자
  • 승인 2019.11.16 17:25
  • 수정 2019.11.1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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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능환 대법관, 소영웅주의로 재판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文대통령, 민관합동위원회 위원이었던 자신의 과거와 싸우는가"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민관합동위원회 결론' 존중해야
[사진=천영우TV 캡처]
[사진=천영우TV 캡처]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이 한일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1998년 10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채택한 '21세기 한일 새 파트너십 공동선언'과 노무현 정부가 민관공동위원회를 통해 내린 결론을 우리 정부가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이사장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인 '천영우TV' 10회 방송에서 "징용문제에 대한 아베 총리의 입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입장과 다를 바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징용문제로 아베 내각과 다투는 것은 결국 노무현 정부와 다투는 것이고 민관합동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한 자신의 과거와 싸우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하며 "문 대통령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그리고 자신의 과거의 화해하면 아베 총리와 다툴 일이 없어진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제2항에는 "오부치 총리는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다. 김 대통령은 이러한 오부치 총리의 역사 인식 표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평가하는 동시에 양국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는 뜻을 표명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발족한 민관공동위는 '한·일 협정으로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 자금 3억달러에 강제징용 보상금이 포함됐다고 본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김능환 대법관이 '건국하는 심정'으로 썼다던 판결문에서 쟁점으로 부상한 개인청구권 문제도 정리했다.

당시 공동위는 "(개인청구권은 살아 있지만) 정부가 일본에 다시 법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신의칙상 곤란하다"며 "1965년 협정 체결 당시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국가가 어떠한 경우에도 개인 권리를 소멸시킬 수 없다는 주장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동위는 다만 1975년 피해자 보상이 불충분했다고 판단해 2007년 특별법을 제정해 2015년까지 징용 피해자 7만2631명에게 정부 예산으로 위로금과 지원금 등 6184억원을 지급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 민관공동위에 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던 문 대통령이, 그리고 "이순신 장군의 열두 척 배" ,"의병을 일으킬 만한 사안", "도쿄올림픽 보이콧", "죽창가" 등을 거론했던 우리 정부가 이 '근본적인 해법'을 따를지는 미지수다.

천 이사장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과 민관공동위원회의 결론을) 자존심이 상해서 죽어도 (존중하지) 못하겠다면 청구권협정 제3조 제2항에 따른 중재위원회 구성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며 "중재위 구성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사항이라 일본이 중재위에 가자고 하는데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사실상 청구권협정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일 양국이 가급적 이 문제를 중재위로 끌고가지 않길 바랐다.  이 문제를 중재위에서 다룬다면 우리 정부가 감수해야 할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대법원판결이 엉터리라는 것을 국제재판으로 확인하면 대한민국의 명예에 먹칠하고 대한민국 사법제도의 신뢰성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을 각오해야 한다"며 "중재위에 가서 당하는 망신보다는 지금 물러서서 당하는 자존심 손상이 좀 창피스럽더라도 훨씬 해결하기 쉽다"고 우려했다.

또한, 천 이사장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6일 일본에 제안했고 입법을 추진 중인 '1+1+α 방안'의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방안은 한국 정부, 청구권자금의 수혜를 본 한국 기업, 참여를 희망하는 일본 기업이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안이다.

그는 문 의장의 안이 "살아있는 청구권을 해결할 책임이 우리 정부에 있다는 걸 인정한 바탕에서나 가능한 발상"이라며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어떤 해법도 일본은 받아들일 수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까지 한일관계의 근간이 돼왔던 기초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이 하나의 원칙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천 이사장이 9회와 10회 두 차례에 걸쳐 제시한 한일 갈등의 근본적인 해법은 ▲한일청구권협정이 대법원판결에 우선하는 규범임을 확인하고 ▲대법원이 아직 살아있다고 판결한 모든 개인청구권을 정부가 54년 전에 받은 청구권자금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천영우TV 10회 방송.

Q.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이 나온 배경이 궁금합니다.

"작년 대법원판결은 2년 전 김명수 대법원장의 취임으로 사법권력이 교체된 것과 떼어놓고 생각하기가 어렵습니다. 징용문제에서 사법자제의 원칙을 지키려던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사법농단 세력으로 매도하고 마녀 사냥하는 듯한 공포 분위기였죠. 대법관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주눅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 대법원판결은 2012년 5월 김능환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대법원 1부가 고등법원에서 올라온 이 사건을 파기 환송한 데서 시작됩니다. 김능환 대법관은 당시 '건국하는 심정으로 판결'했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누가 대법관보고 건국하라고 했습니까. 건국은 독립투사들이나 정치인들이 하는 거죠.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한 게 아니라 항일 투사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사심, 즉 ‘소영웅주의’로 재판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말 아닙니까.

외교적으로 이렇게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행정부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고 응당 전원합의체에서 판결하는 게 상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소부에 배당한 것 자체가 원초적 잘못이라고 봅니다. 당시 법조계에는 김능환 대법관이 퇴임을 앞두고 이 재판을 자기가 꼭 맡았으면 좋겠다는 뜻이 워낙 강해서 할 수 없이 이 소부에 배정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원래 이걸 전원합의체에서 다루지 않은 것 자체가 잘못인 것을 그 당시 대법관들이 느끼고 있었다는 이야기죠.

그게 사실이라면 항일투사로 인정받고 싶다는 공명심이 재판에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죠. 작년 전원합의체의 최종심에서 김능환 대법관의 판결이 법리상 잘못됐다고 믿는 대법관들 가운데서도 물론 용감하게 소수의견을 낸 분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선배 대법관이 한 판결을 뒤집는 데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을 겁니다. 그래서 김능환 대법관의 6년 전 판결 뒤로 숨는 것이 반일 민족주의 광풍 속에서 우선 봉변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Q. 대법원판결과 문재인 정부의 대응으로 대한민국이 잃은 것은 무엇인가요?

"대부분은 아마 한일관계 악화와 일본의 경제보복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보다 더 큰 게 대한민국의 품격, 국제적 평판과 이미지라고 보고요. 특히 일본 국민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혐한 감정 확산이 가장 가슴 아픈 손실이라고 봅니다.

9월 초 일본 언론의 여론조사를 보면 일본 국민의 2/3이 아베 내각의 대한(對韓) 수출규제를 지지한다고 나와 있거든요. 아베 지지율보다 훨씬 높습니다. 한국은 '약속을 안 지키는 나라다', '정부가 바뀌면 지난 정부와 한 합의도 함부로 파기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50여 년간 잘 지켜오던 약속도 언제든 깰 수 있는 나라다', '신뢰할 수 없는 나라다'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 가장 큰 손실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중국이 한 번 훈계만 해도 달려가서 아무 잘못한 게 없어도 마치 죽을죄를 지은 것처럼 노여움을 거둬달라고 조아립니다. 일본에는 이미 한·일간 다 해결됐다고 수없이 확인한 걸 다시 들고나와서 윽박지르죠. 일본인들이 한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걱정해야 합니다. 국가의 평판과 호감을 쌓아 올리기는 굉장히 어렵지만 망가지는 건 아주 쉽습니다."
 
Q. 대법원판결이 초래한 한일 갈등에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실책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예상 가능한 위험을 알면서도 시한폭탄인 줄 알면서도 제거할 궁리를 하지 않고 폭발할 때까지 방치한 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 봅니다.

작년 10월 대법원판결에 따라 일본기업의 국내자산에 대한 압류조치가 이뤄졌을 때 이미 일본이 경제보복으로 나올 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위험이었습니다. 정부가 일본이 수출 규제할 품목까지 정확히 맞췄다고 그 신통력을 얼마나 자랑했습니까. 물론 아베 총리가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급소를 찌른 것은 백 번 지탄받아도 모자랄 일이죠.

그러나 일본에 이런 조치의 빌미를 제공하고 예측 가능한 위험을 고의적으로 방치해온 책임은 우리 정부의 몫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법원판결 이후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를 실제로 취할 때까지는 8개월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기간 정부가 이런 경제보복 조치를 피하기 위해 대체 한 게 뭡니까. 그저 누가 이기나 한판 붙어보자며 국민 여론을 일으키고 호기를 부린 것 외에 정부가 재앙을 피하기 위해 뭘 했는지 기억하시는 분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큰 싸움을 벌일 때는 이길 가능성이 1%라도 있고 명분이 있는 전장을 골라서 싸워야 합니다. 명분도 실리도 승산도 없는 싸움에 말려들어 무고한 기업과 국민들만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하는 것만큼 무책임하고 비겁한 정부는 없습니다. 반일 민족주의 선동으로 국민의 판단능력을 마비시킬 수는 있죠. 그러나 정부의 직무유기와 자해행위가 초래한 재앙을 덮을 수는 없습니다."

Q. 이사장님께서는 어떤 해법을 제안하시겠습니까?

"문 대통령이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와 화해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봅니다.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21세기 한일 새 파트너십 공동선언' 정신으로 돌아가고 노무현 정부가 민관공동위원회를 통해 내린 결론을 존중하면 문제는 다 해결됩니다.

징용문제에 대한 아베 총리의 입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입장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문 대통령이 징용문제로 아베 내각과 다투는 것은 결국 노무현 정부와 다투는 것이고 민관합동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한 자신의 과거와 싸우는 것 아니겠습니까.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와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면 아베 총리와 다툴 일이 없어진다고 봅니다."

Q. 문재인 정부가 이 해법을 거부한다면 또 어떤 해법이 가능한가요?

"그건 자존심이 상해서 죽어도 못하겠다면 청구권협정 제3조 제2항에 따른 중재위원회 구성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중재위 구성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사항으로 돼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이 중재위에 가자고 하는데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사실상 청구권협정 위반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중재위에 가는 데는 위험이 따릅니다. 한국 대법원판결이 엉터리라는 것을 국제재판으로 확인하면 대한민국의 명예에 먹칠하고 대한민국 사법제도의 신뢰성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중재위에 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중재위에 가서 당하는 망신보다는 지금 물러서서 당하는 자존심 손상이 좀 창피스럽더라도 훨씬 해결하기 쉽다고 봅니다."

Q.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본에 '1+1+α 방안'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즉, 한국 정부, 청구권자금의 수혜를 본 한국 기업, 참여를 희망하는 일본 기업이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지급하자는 안입니다. 현실성이 있는 방안인지 궁금합니다.

"한국 정부와 한일 양국의 관련 기업들이 공동으로 기금을 만들자는 구상도 여러 군데서 나왔죠. 그런데 이것도 살아있는 청구권을 해결할 책임이 우리 정부에 있다는 걸 인정한 바탕에서나 가능한 발상이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어떤 해법도 일본은 받아들일 수가 없을 겁니다.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한일관계의 근간이 돼왔던 기초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이 하나의 원칙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일본이 돈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볼 사안은 아니라고 봅니다.

청구권자금을 그동안 경제발전의 종자돈으로 활용해 지난 50여 년간 창출한 경제적 부가가치. 그리고 청구권자금으로 세운 기업에서 거둬들인 세수 등만 해도 수백~수천 조원이 되지 않겠습니까. 겨우 몇 백억 원도 안 될 돈을 청구권자금으로 세운 한국 기업들과 우리가 말하는 일본의 전범기업들로부터 받겠다는 건 좀 무리한 발상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우리 경제가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국격에 과연 어울리는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Q. 오늘의 결론을 한 마디로 말씀해 주신다면?

"결론적으로 저는 한일청구권협정이 대법원판결에 우선하는 규범임을 확인하고, 대법원이 아직 살아있다고 판결한 모든 개인청구권을 정부가 54년 전에 이미 받은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순리이고 가장 떳떳한 해법이라고 봅니다."

[위키리크스한국=조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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