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정일 변호사 "그날 해경 지휘부엔 세 번 기회 있었다"
'세월호' 이정일 변호사 "그날 해경 지휘부엔 세 번 기회 있었다"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19-11-25 09:59:16
  • 최종수정 2019.11.2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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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국민고소·고발단 단장 이정일 변호사 인터뷰
"사고 이후 해경 지휘부 추가 수사 없었지만, 드러난 사실만으로 책임 물을 수 있어”
검찰, 22일 해경본청 압수수색... 지휘부 공동책임 인정될까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법무법인 동화 사무실에서 만난 이정일 변호사. [사진=최지환 기자]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법무법인 동화 사무실에서 만난 이정일 변호사. [사진=최지환 기자]

지난 15일 10시 30분, 노랑 우비를 걸친 사람들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동쪽 입구에 자리를 틀었다. 빗방울이 길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갑자기 요란해질 때 한 50대 남성이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고소·고발장 요지를 읽어나갈 때 눈꼬리는 완만하게 떨어져 풍기는 선한 인상은 지쳐 보이기까지 했다. 감정을 쉬이 감추기 어려웠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다르게 차분해야 한단 강박이 있었을까. 빗물에 젖어 달라붙은 보도자료 여러 낱장을 오른손 검지에 침을 묻혀 떼려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당황한 기색을 숨긴 그의 입에서 해양경찰 지휘부 이름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나열됐다. 김석균. 김수현. 김문홍. 2014년 4월 16일 그날부터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월호를 붙든 이 남자는 이정일 변호사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세월호 참사 태스크포스(TF) 팀장과 세월호 참사 선체조사위원회 사무처장에 이어 세월호 참사 국민 고소·고발대리인단 단장을 이력에 더한 그를 지난 19일 만났다. 인터뷰는 그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동화 서초구 회의실에서 진행했다.

세월호 가족협[사진=윤여진 기자]
지난 15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기자회견에 나선 이정일(왼쪽에서 두 번째) 변호사. [사진=윤여진 기자]

▲5년 넘게 세월호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이유로 대리인단 단장을 맡게 됐나. 
"세월호 사고가 있고 난 후 변호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변호사로서 나름의 부채의식이 있다. 진실을 제대로 밝혀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을 지고, 재난 사고가 재발하는 경우 진상규명과 처벌을 토대로 제대로 대응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게 변호사로서 일이라고 생각한다." 

▲희생자 유족으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가 5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4월 15일부터 참사 책임자 명단을 발표했다. 122명에 이른다. 피고소·고발인이 정해져 법리 구성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지난 8월 가족협에서 '마음의 준비를 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10월에 책임자 최종 명단을 받았는데, 여기에서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고 형사적으로 처벌 가능한 사람들을 1차로 추렸다. 대리인단에 합류한 12명의 후배 변호사들과 고소·고발 범주를 크게 5개로 나눠 역할을 맡았다. 의뢰인의 모든 요구를 100% 수용할 수 없고, 민변에서 지원하면 합당한 공익적 성격에 공감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가족들과 네 차례 사전 협의를 거쳤다." 

▲5개 범주로 나눈 고소·고발 요지를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먼저 청와대와 정부 책임자 부분이다. 국가 재난에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 점에 책임이 있으면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관점을 반영했다. 지난 4월 강원도 산불에 문재인 대통령이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재난 피해자들이 최고책임자에게 의지하는 희망을 우리도 가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 

두 번째는 사고 당일 현장으로부터 계속해서 정보를 보고받은 지휘부가 아무런 조처를 않은 걸 문제 삼았다. 국가 재난에서 그런 상황이 반복될 수 있으니까. (현장에 출동한) 123정 정장만 처벌받고 지휘부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았다. 사고 이후 지휘부에 대한 추가 수사가 없었지만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책임을 물을 수 있었다. 

다음은 특조위 방해 부분이다. 재난이 일어나면 진상규명 통해서 재발방지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해주는 게 조사기구다. 조사기구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게 하는 전례를 과감하게 끊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수사를 요청했다. 

네 번째 범주는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조롱, 모욕, 명예훼손 이런 부분이다. 참사가 일어나면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은 희생자 가족이다. 우리가 제도개선과 피해보상적 물질을 내놓는다 해도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는 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달라는 건 정말 당연한 거다. 우리 사회가 성숙하다면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그 반대로 조롱한다는 건 선을 넘은 것이다. 

마지막으론 언론이다. '전원 구조'(KBS·MBC·MBN) 오보는 표현의 자유와 객관 보도의 의무가 충돌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전원 구조 오보가 엄청난 결과를 끼쳤다는 것에 초점을 뒀다. 오보는 구조 현장에서 안이한 대응이 벌어진 이유였고, 가족들에겐 한순간에 희망을 줬다가 더 큰 고통을 안겼다. 책임자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해도, 재난 발생에 대처하는 언론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 부분을 고소·고발에 포함했다." 

[사진=최진환 기자]
[사진=최지환 기자]

▲대리인단에서 단순히 단장직에 머물지 않고 해경 지휘부 책임 부분 실무를 맡았다. 선조위에 있으면서 누구보다 그날의 해경을 잘 알 것 같은데.
"2014년 민변 세월호 TF에서 활동했을 때부터 123정장뿐 아니라 해경 지휘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출동했던 123정장에게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물은 2015년 광주지검 수사 결론은 잘못이라고 쭉 생각해왔다. 이건 공개하지 않았던 건데, 1기 특조위 청문 과정에서 형사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리 검토를 요청을 받았다. 1년 동안 검토해 특조위에 보고서를 넘겼다. 핵심은 지휘가 높은 사람일수록 높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밑에 있는 사람이 재난 발생 때 생명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일할 수 있다. 지휘세력이 결정적인 순간에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현장에 출동한 구조세력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은 임진왜란 때 선조가 백성을 버리고 의주로 피난 가거나, 이승만 대통령이 북한군이 침입하자 대구까지 바로 도망가던 과거의 역사를 연상케 한다. 이런 역사가 반복되면 안 된다는 측면에서 해경 지휘부 책임 부분을 맡았다." 

▲자세하게 따져보자. 2015년 광주지검 수사팀이 김경일 123정장에 한해서 구조 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분을 재판에 넘겼다. 그 근거가 합당했는지 묻고 싶다. 근거는 사고 당시 김경일 정장이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에 따라 서해해양경찰청으로부터 '현장지휘관'(OSC)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다. 그 책임도 법원에선 오전 9시 44분 이후 세월호에 진입한 123정 승조원을 통해 승객을 상대로 퇴선 유도를 하지 않은 점으로 축소됐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을 구한 시간에야, 배 안에서 퇴선방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는 논리다. 동의하나. 
"당시 수사팀이 외압을 받아 김경일 정장만 기소했다고 생각한다. 밝혀진 사실만을 토대로 한다고 하더라도 해경 지휘부에 충분히 책임을 물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검찰의 초기 수사계획 자료에 의하더라도 그와 같은 수사 의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형사책임을 통해 정부 전체 책임으로 비화되는 것을 사전에 통제했다고 본다. 그 부분은 '고(故) 김영한 비망록'에도 나타난다. 김경일 정장이 오전 9시 16분에 현장지휘관으로 지정됐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인지 논란이 있다. 감사원 감사 자료에 의하면 지정 주체는 서해해양경찰청장이다. 근거는 123 정장의 진술이다. 그런데 기록이 없다. '주파수 공용 무선 통신시스템'(TRS)에 교신내역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 123정장에게만 책임을 묻기 위한 시나리오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광주지검 수사팀이 2014년 5얼 29일 작성한 '해경 등 사고구조 관련 기관에 대한 수사계획' 문건.
광주지검 수사팀이 2014년 5얼 29일 작성한 '해경 등 사고구조 관련 기관에 대한 수사계획' 문건.

<위키리크스한국>이 입수한 광주지검이 2014년 5월 29일 작성한 '해경 등 사고구조 관련 기관에 대한 수사 계획'(사진)이란 제목의 문건에는 수사 사항(대상) 세 번째로 "해경 지휘부의 사고 초기 골든타임기간 지휘 공백 및 구조 상황 허위 보고/공표 의혹"이 나온다. 검찰은 이미 "사고 초기 골든타임 기간, 해경 지휘부가 인천 상황실에 정위치 하지 않고"라면서 지휘부에게 제기된 의혹을 파악하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당시 청와대 인식을 보여주는 자료도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본인 업무수첩 2014년 7월 8일자 메모에서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지시를 요약한 "세월호 참사 원인" 꼭지다. 김 실장은 사고 원인으로 "선장선원의 배반적 유기행위" "해경 출동구조작전의 실패" "유병언 일당 탐욕(배 수선, 과적)"을 꼽았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보고, 그 과정에서의 혼선 X"라고 정리했다. 구조 책임을 판단하면서 해경과 청와대를 분리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오전 9시 10분에 이미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본부장으로 한 중앙구조본부가 만들어졌다는 거다. 수난구호법에 따라 김수현 서해청장과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은 중앙구조본부 소속 현장지휘자가 됐다. 그런데 두 사람이 현장지휘를 할 수 있는 행동을 한 게 없다. 퇴선 지시가 절박했던 시점까지도 말이다. 예를 들면, 김석균 해양청장은 오전 9시 26분에 본청 상황실에 뒤늦게 입장한다. 서해청 상황실 지시로 출동한 B-511 헬기가 TRS를 통해 오전 9시 26분 보고했는데, 김수현 청장은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김문홍 서장은 오전 9시 4분에 최초 보고를 받고 나서 B-512 헬기로 출동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구조본부 현장지휘자로서 책임을 물을 수 있었는데 '123정 책임'만 딱 잘라놓은 거다. 검찰 수사가 해경 수뇌부 타고, 청와대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 수사범위에 외압이 있었다고 본다." 

실제 광주지검 수사팀은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당사자는 김 전 수석 아래 민정비서관으로 있었지만 '실세'로 불린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6월 5일 인천 연수구 해경 본청 압수수색에 나선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증거물 확보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청와대와 해경 간 통화내용이 저장된 전산 서버를 수사팀이 확보하려 하자 당시 수사팀장인 윤대진 현 수원지검장에게 "꼭 압수해야겠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우 전 수석은 구체적으로 서버가 영장에 기재된 수색 범위인 본청 본관이 아닌 별관에 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수사팀은 밤 11시에 추가로 발부받은 영장을 통해 뒤늦게 서버를 확보했다. 대리인단은 영장 집행과 별도로 지연된 것 자체가 외압이라며 직권남용 혐의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고소·고발장에 적었다. 

▲구조세력이 현장지휘관으로 지정되는 것과, 지휘세력이 현장지휘자가 되는 건 어떻게 다르나. 
"현장지휘자는 모든 구조 지휘 업무를 포괄해 최종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현장지휘관은 현장 구조세력을 통해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거다. 그런데 현장지휘자 지시가 없으면, 현장지휘관은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 현장지휘관은 자기 판단이 어려우면 (현장지휘자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한다. 현장지휘관이 요청하면 현장지휘자는 현장에서 주는 정보를 토대로 빨리 지시를 할 수 있는 체계다. 현장지휘자는 현장지휘관이 최종적으로 못한 책임을 진다." 

▲사고 당일 오전 9시 10분에 해경 본청에서 중앙구조본부가 꾸려졌다. 그러면 지역구조본부장인 김문홍 목포서장, 광역구조본부장인 김수현 서해청장 지위는 어떻게 되나. 
"수난구호법을 보면 해양사고를 접수하면 지역구조본부장은 구조 지휘를 총괄한다. 지역이 겹치면 광역구조본부가 발동한다. 광역이 못하면 중앙구조본부가 발동한다. 중앙구조본부가 발동했다는 건 지역과 광역의 의미가 없어지는 거다. 그러니까 오전 9시 10분에 중앙구조본부가 총본부가 된 거다. 그 시각을 기준으로 김석균 청장은 중앙구조본부장, 현장을 조금 더 잘 아는 김수현 청장과 김문홍 서장이 현장지휘자가 된다. 그때부터 해경은 현장지휘자를 통해 모든 걸 지휘했어야 했다." 

▲김경일 123정장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해경 지휘부 공동책임을 언급했다. 검찰이 같이 기소했다면 법적 책임이 부여될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재수사에 나선 검찰이 과거 결론을 뒤집고 해경 지휘부를 수사한다면 밑에서부터 다질 수밖에 없다. 목포서→서해청→본청 지휘부 책임을 단계적으로 나눈다면. 
"시간대를 기준으로 따져볼 수 있겠다. 오전 8시 58분 지역구조본부인 목포서에서 신고를 접수했다. 당시 김문홍 서장은 중국 어선 단속으로 3009함에 있었다. 목포서 상황실장은 오전 9시 3분에 김문홍 서장에게 보고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지역구조본부장으로서 김문홍 서장이 최초 현장지휘자가 된다. 2분 뒤에 서해청과 본청에 보고된다. 구조세력을 동원할 수 있는 관할이 목포서와 서해청이 겹치기 때문에 이 시간을 기준으로 광역구조본부가 개시된다. 오전 9시 10분 본청 상황실에선 중앙구조본부를 가동하면서 지역구조본부와 광역구조본부를 흡수했다. 적어도 이때가 김석균 청장은 중앙구조본부장으로서, 김수현 청장과 김문홍 서장은 중앙구조본부의 현장지휘자로서 법적 책임을 지는 출발시점이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지난 22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해양경찰청에서 압수수색을 벌여 확보한 세월호 참사 관련 자료를 차량에 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지난 22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해양경찰청에서 압수수색을 벌여 확보한 세월호 참사 관련 자료를 차량에 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단장 임관혁 안산지청장)은 이 인터뷰가 있은 뒤 사흘이 지난 22일 해경 본청의 상황실·정보통신과·수색구조과·특수기록관, 서해청, 목포서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지난 8일 재수사에 돌입한 이후 첫 강제수사다. 특수단은 이 과정에서 TRS 원본을 확보했다. 검찰은 TRS 분석을 통해 해경이 구조본부 단계별 교신한 내역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경일 123정장 항소심 재판부인 광주고법 형사6부(재판장 서경환)는 지난 2015년 7월 "해경 지휘부나 사고 현장에 같이 출동한 해경들에게도 승객 구조 소홀에 대한 공동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해경 지휘부 책임을 묻기 위해선 세월호가 침몰하던 상황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오전 8시 54분 신고부터 오전 10시 30분 완전전복(침몰)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36분이다. 123정장이 세월호에 접안한 오전 9시 35분부터 대부분 승객이 머물던 4층 갑판 좌현이 침수되는 오전 9시 50분까지 15분이 있었다. 그런데 김경일 123정장에게 법원이 과실을 인정한 시간대는 9시 44분부터다. 구조세력에게 책임을 부여하면 '골든 타임'은 6분밖에 안 되는 구조다. 검찰은 처음부터 어려운 길을 택했다. 
"법원이 지목한 오전 9시 44분은 적어도 이 시점에 구조했으면 살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 우리는 판단이 가능한 정보를 토대로 지시가 이뤄졌다면 살릴 수 있던 시간을 따로 잡았다. 기회는 크게 세 번 있었다. B-511 헬기가 목포서 상황실과 교신한 시간이 오전 9시 28분이다. 이 교신은 TRS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김문홍 서장이 타고 있던 3009함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바로 듣자마자 퇴선 준비를 하라거나 선내 진입을 하라고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B-511 헬기엔 항공구조사가 탑승하고 있었다. 항공구조사를 통해 '갑판으로 나오라'고 하면 됐다." 

▲나머지 기회는. 
"배가 침몰 중인 경우에는 현장 구조·지휘세력이 어떤 지시를 해야 하는지 '함정훈련교범'에 나온다. 선내 진입 지시와 퇴선명령이 중요하다. 본청 상황실에서 123정으로부터 파악한 정보는 '승객이 갑판에 나오자마자 바로 바다로 탈출하라는 지시가 가능한가'를 판단하는데 충분했다. 오전 9시 36분부터 38분까지 2분 20초 동안 김경일 123정장은 △세월호가 좌현으로 약 45~50도가 기울었고 △승객들은 바다와 갑판에 보이지 않으며 △구명동·의와 구명정이 보이는지 보고했다. 당시 바다로 뛰어들었다면 해수온도가 14도 정도였기 때문에 6시간 정도 생존이 가능했다. 인근에 있던 유조선 둘라에이스호 선장은 이미 오전 9기 24분 세월호에 탈출을 권고한 상태였다. 조난신고를 접수한 다른 배들도 계속 오고 있었다. 그런데 본청 상황실은 '조금 더 보고하라'고만했다. 이 시간대 해경 본청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다 얻은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대리인단에서 파악한 해경 지휘부가 선내 진입 지시와 퇴선명령을 할 수 있던 최초 기회는 세월호와 해양수산부 소속 진도VTS가 주고받은 교신 기록에 나타난다. 박경남 세월호 조타수가 사고 당일 오전 9시 23분 진도VTS에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나'라고 물었지만 '선장이 최종적으로 판단해 승객 탈출할지 빨리 결정해달라'는 답변을 받았다. 진도VTS가 이렇게 전한 이유는 서해청이 그렇게 알렸기 때문이다. 책임을 피한 당사자인 유연석 서해청 상황담당관은 감사원 조사에서 '(세월호) 선장이 그렇게 무지한 지휘자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OSC에게서 취합한 정보를 서해청장에게 보고하는 임무조정담당관(SMC) 직위에 있었다. 하지만 과거 검찰은 '연안해상 교통관제 운영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서 관제요원이 선장 권한을 침해할 수 없다는 규정을 들어 '어떠한 범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종결했다. 사실상 당시 진도VTS 조치가 서해청 수준의 판단이었다는 건 고려되지도 않았다. 

▲감사원 감사 결과 이 통화는 TRS에 공유되지 않았다. 
"오전 9시 36분에 김경일 123정장과 통화를 한 다음에 해경 본청 상황실이 어디에도 공유하지 않았다. TRS를 통해서 서해청, 헬기, 3009호에 다 공유를 했다면 어땠을까. 김문홍 서장은 굉장히 현장 경험이 많다. 김문홍 서장은 오전 9시 56분 123정에 '퇴선하라고 하면 안 되나'라고 지시한다. 그런 얘기를 그전에 할 수 있었다는 거다." 

▲대리인단이 얘기하는 골든타임은 오전 9시 23분, 9시 28분, 9시 36~38분 세 번이다. 세 시간대가 이번 검찰 재수사에서 인정되지 않는다 해도 해법이 없는 게 아니다. 김문홍 서장이 퇴선 지시를 언급한 게 오전 9시 57분이다. 법원에서 인정한 골든타임 6분에도 해경 지휘부의 퇴선 지시는 없었다는 말이다. 
"그렇다. 김경일 정장이 오전 9시 44~48분에 '세월호가 바로 넘어가기 직전'이라고 보고한 내용은 TRS로 공유된다. 그런데 이 부분은 고소·고발장에 기재하지 않았다. 이것 없이도 해경 지휘부에 법적 책임을 묻는 데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본지가 입수한 광주지검 수사팀이 작성한 문건에 따르면 검찰은 김문홍 서장이 3009함에 탑재된 B-512 헬기를 통해 현장으로 이동하지 않은 점은 살펴봤지만 뒤늦게 퇴선 지시를 한 점은 아예 검토하지 않았다. '현장지휘 의무를 다했다면 승객을 살릴 수 있었다'는 과실치사죄를 적용하지 않고 고의범만 처벌하는 직무유기죄만 판단한 까닭이다. 

▲검찰 수사 허점이 또 있다. B-511 헬기가 도착한 시간이 오전 9시 26분이다. 123정장이 헬기에 탑승한 구조사를 통해 퇴선 지시를 하지 않은 점이 기소됐지만 무죄가 선고된 배경엔 기장과 구조사간 통신장비가 없다는 데 있다. 그런데 구조사가 세월호로 내려간 게 오전 9시 30분이다. 그럼 B-511 헬기가 목포서에 "승객들은 대부분 선상과 배안에 있음"이라고 알린 오전 9시 27분부터 3분이 있었다. 이때는 통신장비가 있건 없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부분 관련해선 B-511 헬기 기장과 부기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선내로 들어가서 퇴선을 유도할 수 있는 조치를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아 구조되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항공구조사가 바다로 뛰어내려 사람을 구조할 수 있게 특수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는 점에서 B-511 헬기 행동에 아쉬움이 남는다. 구조된 사람을 다시 구조한 것에 그쳤다. 그런데 B-511 헬기 기장과 부기장에 책임을 묻는다는 게 인간적인 고민이 있다. 이들은 목포서 상황실에 보고했지만 퇴선명령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관점을 보고했지만 명령을 받지 못한 B-511 헬기가 아니라, 보고받았지만 명령하지 않은 목포서에 두면 되지 않을까. 이 보고가 TRS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김문홍 서장은 3009함에서 퇴선명령을 할 수 있었다. 
"지휘부가 주어진 정보를 활용하는 역할을 제대로 못한 거다. TRS는 3009함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해경 각 상황실은 당연히 들을 수 있었고. B-511 헬기와 계속 교신을 유지하면서, 설령 항공구조사가 더 늦게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선내 진입해서 퇴선을 유도할 수 있느냐'라고 확인했어야 했다. B-511 헬기는현장에 도착한 최초의 구조세력이었으니까, 지휘세력은 지시를 통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했다." 

해경 지휘부 책임을 지적한 대화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쉽게 끝나지 않았다. 과거 검찰이 확보한 TRS, 해경을 상대로 한 감사원 조사 자료와 김경일 123정장 판결문에 지휘부를 추궁할 수 있는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한 인터뷰는 2시간 10분 가량이 지난 낮 12시 40분에서야 끝났다. 인터뷰에 동석한 오민애·서채완 변호사에게 "혐의 구성이 과감한 측면이 있다"고 물으니 "단장님이 제일 과감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자 이 변호사는 "그 정도는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멋쩍게 웃으면서도 "국가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에 방점을 맞춰 고소·고발장을 작성했고, 이 부분이 희생자 가족 목소리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과감한 면이 있다"고 했다. 대리인단이 고소·고발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전원 구조 오보'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검토해달라고 한 것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처벌은 어렵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개진한다.

대리인단은 조만간 2차 고소·고발을 진행한다. 특히 1차 고소·고발에 포함된 '특조위 강제해산'을 보강할 방침이다. 1차에선 특조위 강제해산에 중점을 뒀다면, 2차에선 지난해 3월 서울동부지검이 재판에 넘긴 '조사방해' 중 기소되지 않은 해수부 공무원을 상대로 직권남용 혐의 법리 검토를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대리인단은 또 희생자 가족을 불법사찰한 국군기무사령부와 사고 수습 책임이 있는 행정안전부 공무원 관련 내용을 담는 것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참사 국민 고소·고발대리인단 소속 오민애(왼쪽부터)·이정일·서채완 변호사. [사진=최지환 기자]
'세월호 참사 국민 고소·고발 대리인단' 소속 오민애(왼쪽부터)·이정일·서채완 변호사. [사진=최지환 기자]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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