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스터리 업과사'... 김경일 123정장 긴급체포 때 未적용
[단독] '미스터리 업과사'... 김경일 123정장 긴급체포 때 未적용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11.26 15:21
  • 수정 2019.11.27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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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수사전담팀' 작성 123정장 긴급체포서 입수
업무상과실치사 아닌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기재
범죄사실엔 "퇴선유도 안 해 승객 사망에 이르러"
업과사 빠졌는데 업과사 뒷받침 사실관계 들어가
핵심 혐의 업과사 빠진 외압 의혹 檢 재수사 대상

 

'광주지검 해경수사전담팀'이 지난 2014년 7월 29일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김경일 123정장을 상대로 작성한 긴급체포서.
'광주지검 해경수사전담팀'이 지난 2014년 7월 29일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김경일 123정장을 상대로 작성한 긴급체포서.

세월호 침몰 당시 퇴선 유도를 하지 않아 승객을 사망에 이르게 해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해양경찰공무원 김경일 123정장을 검찰이 긴급체포할 때 '업무상과실치사'(업과사)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기소 때 있던 '업과사'가 그전인 구속영장 청구 때 빠진 것으로 그간 알려졌는데, 보다 이른 시점에 누락된 것이다. 구속 심사에서 중대 범죄인 '업과사'를 고의로 빠뜨려 영장 기각을 의도했는지는, 이번 검찰 재수사 대상에 포함된 외압 의혹 핵심 중 하나다. 

26일 <위키리크스한국>이 입수한 2014년 7월 29일 자로 작성된 김 정장에 대한 9쪽 분량의 긴급체포서(사진)에 적시된 혐의는 공용서류손상·허위공문서작성·허위작성공문서행사 세 가지다. 이 긴급체포서를 작성한 검사는 당시 광주지검 소속으로 '해경수사전담팀'(팀장 윤대진 당시 광주지검 형사2부장)에 합류한 신희영 현 법무부 형사법제과 검사다. 

당시 신 검사가 작성한 긴급체포서는 다소 기형인 구성을 갖추고 있다. '업과사 '혐의를 적용하지 않으면서도 이 혐의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를 그대로 나열한 까닭이다. 

긴급체포서에 별첨 된 '범죄사실 및 체포의 사유'를 보면 범죄사실은 '1. 해경 123정의 사고현장 출동 및 세월호 승객 구조 조치 진행 경과'와 '2. 피의자의 범죄사실(공용서류손상·허위공문서작성·허위작성공문서행사)'로 나뉜다. 

이중 앞부분엔 업무상과실치사 입증에 필요한 대목인 "사고 현장에 도착했음에도 승객 등 인명 구조를 위한 퇴선 안내 방송 내지 퇴선 유도 등 제대로 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결국 세월호 승객 294명(2014년 7월 28일 기준 실종자 10명)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업무상과실과 사망의 인과관계를 설명한 대목이다. 

업무상과실 입증에 필요한 주의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도 "현장지휘관(OSC)으로 지정되었으므로, 효과적이고 적절한 인명구조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사고 해역에 출동한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123정이 세월호에 접안하고 있다. [사진=123정 자체 촬영 영상 갈무리]
세월호 참사 당일 사고 해역에 출동한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123정이 세월호에 접안하고 있다. [사진=123정 자체 촬영 영상 갈무리]

김 정장이 퇴선 유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실제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된 혐의와 겹친다. 법원 1심은 사고 당일 오전 9시 44분을 기점으로 "123정이 세월호의 선체에 접근하여 대공마이크 등을 이용하여 퇴선방송을 실시하였다면 선내에 대기하고 있던 일부 승객들이 퇴선방송을 들을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당시 전담팀이 외압을 받아 긴급체포서에서 업과사를 뒷받침하는 사실은 쓰되 죄명은 적지 않은 방법을 택한 것인지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긴급체포서에서 '체포의 사유' 부분을 보면 당시 전담팀은 업과사 혐의 소명에 필요한 "정장의 퇴선방송 지시나 세월호 승선 지시를 받고 올라간 사실이 없다"는 123정 승조원들의 진술과 관련 TRS(주파수 공용 무선통신 시스템)·VHF(초단파 무선통신) 교신내역을 확보했던 터였다. 신 검사가 김 정장을 상대로 정리한 범죄사실이 단순 의혹이 아닌 혐의를 구성할 수준이었다는 얘기다. 

신 검사는 전화 통화에서 '긴급체포서에서 업과사 혐의가 빠진 이유가 무엇인가'를 묻는 기자 질문에 "현재 수사 중인 사건으로 말할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당시 수사팀장인 윤대진 수원지검장은 아무런 입장을 보내오지 않았다. 

지난 22일 해경 본청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여 TRS 원본을 확보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외압 논란을 포함한 모든 의혹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단장을 맡은 임관혁 안산지청장은 지난 6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외압 의혹 중 하나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압수수색 지연'을 두고 "(재수사)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담팀이 2014년 6월 5일 해경 본청 별관에 있는 전산 서버를 압수하려 하자 우 전 수석은 수사팀장에 전화를 걸어 "꼭 압수수색을 해야겠나"라고 말한 사실은 관련 재판에서 인정된 바 있다. 

□ '업과사 외압 의혹'이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해양경찰이 부실하게 지휘구조를 했다는 의혹을 수사한 '광주지검 해경수사전담팀'이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김경일 123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업과사) 혐의를 적용하려 하자, 당시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 논란이다. 당시 황 장관은 김주현 법무부 검찰국장을 통해 대검 수사지휘라인인 조은석 대검 형사부장에게 "업과사는 곤란하다"고 말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당시 조 부장이 강력하게 반발하자 이선욱 법무부 형사기획과장이 손영배 대검 형사2과장에게 '우회 지휘' 했다는 내용도 있다. 결국 전담팀이 김 정장을 상대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업과사 혐의는 빠졌다. 하지만 김 정장은 재판에서 업과사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을 확정 받은 바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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