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공소시효 지나면 판단 않겠다"... MB 횡령 깐깐하게 본 판사의 '김학의 뇌물' 재판
[WIKI 프리즘] "공소시효 지나면 판단 않겠다"... MB 횡령 깐깐하게 본 판사의 '김학의 뇌물' 재판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11.27 15:53
  • 수정 2019.11.2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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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전체 뇌물 중 中 보증금 1억 무죄.. 성접대, 공소시효 지나"
3자뇌물 1억+성접대+향응 3100만 '하나의 뇌물'로 본 검찰결론 제동
성접대·향응 '3000만원 뇌물' 기준 적용... 공소시효 15→10년 축소
'성접대 뇌물' 판단 않겠다면서도 "별장 동영상 접대 남성은 김학의"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DAS) 회삿돈을 횡령하고 삼성그룹이 준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지난해 10월 15일 징역 15년을 선고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TV 촬영]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DAS) 회삿돈을 횡령하고 삼성그룹이 준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지난해 10월 15일 징역 15년을 선고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TV 생중계 장면 촬영]

"동영상 속 주인공은 김학의가 맞지만, 성접대가 뇌물인지는 판단 않겠다"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서 성접대를 받은 혐의(뇌물)로 구속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22일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정계선)가 내놓은 결론이다. 성접대가 뇌물로 인정되려면 먼저 성관계 동영상 속 주인공이 김 전 차관인지 따져야 한다. 재판부가 핵심 쟁점을 판단했으면서 뇌물인지는 결론을 내지 않아 법원 안팎에선 "정계선 답다"라는 말이 들린다. 재판장인 정계선 부장판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 1심에서 공소시효를 엄격하게 계산한 전력이 있다. 

 

성접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22일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석방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출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접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22일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석방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출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검찰 설계 '뇌물의 집' 법리 깨뜨린 법원

검찰은 김 전 차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시효가 지난 성접대를 뇌물이라고 주장했다. 성접대를 1억 3100만원+알파라는 '뇌물 지붕'을 떠받치는 여러 기둥 중 하나인 알파로 보면, 공소시효가 끝나지 았았다는 것이다. 뇌물 액수가 1억원이 넘으면서 공소시효는 단번에 7년(3000만원 미만)에서 15년으로 연장됐다. 

검찰이 공소시효 문제를 해결한 배경엔 포괄일죄가 있다. 뇌물 사건에서 포괄일죄는 금품을 주고받는 사람이 같고 그 금품 성격마저 동일하면, 뇌물 하나를 준 것과 같다는 법리다. 포괄일죄는 여러 뇌물 중 마지막 뇌물이 오간 시점을 기준으로 공소시효를 헤아린다. 이 때문에 별개로 재판했으면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한 '공소기각' 처지인 뇌물 역시 유·무죄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포괄일죄를 이 사건에 적용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봤다. 1억 3100만원 전체 뇌물 중 가장 비중이 큰 제3자뇌물 1억원 부분이 무죄라고 결론 낸 까닭이다. 성접대 여성에게 전세보증금으로 1억원을 빌려준 윤씨는 김 전 차관에게서 "돌려받지 말라"는 요구받았다. 김 전 차관은 성접대 여성을 횡령죄로 고소한 것도 취소하라고 했다. 윤씨는 이 요구에 응하는 대가로 "향후 건설업을 운영하면서 형사사건이 발생하면 편의를 제공해달라"고 부탁했다. 검찰은 성접대 여성이 돌려주지 않은 1억원을 사실상 김 전 차관이 수수한 것으로 판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안 갚아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고소 취하장을 받아본 적도 없다" "윤중천이 말로만 놔준 것"이라고 성접대 여성이 검찰에서 진술한 것을 토대로 제3자 뇌물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1억원이 전체 뇌물에서 사라지면서 유죄 여지가 있는 뇌물액은 3100만원으로 줄었다. 특별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액수가 3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이면 공소시효는 10년에 불과하다. 2007년 1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받은 3100만원 상당 뇌물(현금 1900만원, 그림 1000만원, 의류 200만원)이 유죄라 해도 공소시효는 이미 지난해 2월 끝난 셈이다. 자연스레 뇌물수수 마지막 시점이 2007년 12월 21일인 성접대는 3100만원 뇌물에 '+알파'로 얹혀갈 수 없게 됐다. 결국 김 전 차관은 전부 무죄가 됐다. 무죄 성격은 '죄가 없음'이 아닌 '죄를 판단하지 않겠음'에 가깝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6일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6일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계선 부장판사, MB 재판 때도 '포괄일죄' 좁게 해석

정 부장판사는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DAS)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대통령에게 지난해 10월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 재판에서 검찰이 적용한 포괄일죄를 엄격하게 해석했다. 이 법리가 성립하기 위해선 포괄일죄로 묶은 개별 범죄가 ▲서로 범행방법과 범행동기가 같고 ▲같은 기회나 관계를 이용했으며 ▲시간적 간격이 떨어져 있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범죄가 끊기거나 전혀 다르면 포괄일죄를 구성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조건을 따져봤을 때 27부(정계선·강현준·도민호)는 이 전 대통령이 차명으로 소유한 다스 회삿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선거캠프 직원에게 허위급여를 지급했으며 ▲승용차를 구매하고 ▲법인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한 걸 묶어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가령 비자금 조성은 다스 사장과 전무가 가짜 장부를 만든 다음 이 전 대통령 자금관리인이 돈을 빼돌린 것이라면, 법인카드 횡령은 다스 사장이 발급해 이 전 대통령이 일상에서 사용한 것이다. 범죄 등장인물이 일부 겹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이 더 많아 이들 범죄가 전혀 다르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개의 업무상횡령 행위는 피해법익이 단일"하다면서도 "상호 간에 단일하고 계속적 범의에 기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들 범죄는 실체적 경합 관계인 것으로 이해했다. 실체적 경합이란 한 사람이 여러 범죄를 저지를 때 각 범죄의 무겁고 가벼움을 따져 양형을 결정하는 법리다. 이 전 대통령이 벌인 여러 횡령을 범죄 하나로 볼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이에 따라 공소시효 판단도 개별적으로 이뤄졌다. 선거캠프 허위급여 지급 마지막 시점은 2000년 5월 17일, 승용차 구매는 1999년 8월 11일이다. 각 범죄 당시 형사소송법을 기준으로 할 때 횡령 액수가 5억원 미만이면 공소시효는 7년이다. 각각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전인 2007년 5월 15일과 2006월 8월 10일에 공소시효가 끝났다. 

이와 달리 240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법인카드 사용 마지막 시점은 2003년 12월 19일과 2007년 7월 12일이어서 각각 10년(50억원 이상)과 7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된다. 심지어 두 가지 범행 공소시효는 5년간 정지되는 대통령 재임 기간과 겹쳐 실제론 각각 15년과 12년이 된다. 2018년 12월 18일과 2019년 7월 11일까지 검찰이 기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전 대통령 공소는 2018년 4월 9일에 이뤄졌다. 검찰 수사가 8개월만 늦어졌어도 횡령 액수가 가장 큰 비자금 조성은 처벌할 수 없었던 셈이다.

 

◇ 정계선 재판장 '김학의 판결문' 살펴보니

27부(정계선·김종근·이동근)는 '이명박 사건'과 달리 '김학의 사건'에선 검찰이 포괄일죄를 잘못 적용한 건 아니라고 봤다. 그런데도 뇌물 액수가 가장 큰 제3자 뇌물이 무죄인 만큼 성접대와 금품수수는 공소시효 연장에 '무임승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제3자 뇌물이 없었다면 기소 대상이 애초 들지 못한 만큼 유·무죄를 따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다만 전체에서 일부가 무죄면 이미 하나로 묶인 나머지는 판단 않겠다는 원칙을 재판부가 스스로 깬 지점이 있다. 변호인은 검찰이 성접대 증거로 제출한 '역삼동 오피스텔 사진' 속 남성 가르마가 평소 김 전 차관 모습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각주를 달아 사진 촬영에 사용된 휴대전화기에 좌우 반전기능이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 사진 속 인물이 '원주별장 동영상' 인물과 "같은 인물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성접대가 죄인지는 판단 않겠으나 성접대는 있었다'는 다소 어정쩡한 결론이다. 

이같은 판결 구조는 재판부가 설계한 법리에도 맞지 않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성접대와 3100만원 상당의 금품 향응 부분을 하나로 묶은 뒤 "공소는 마지막 범죄행위가 종료한 2008년 2월경으로부터 (공소시효인) 10년이 경과한 후인 2019년 6월 4일 제기됐음이 기록상 명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시효가 완성됐는데도 기소가 이뤄졌을 때 소송절차를 종결하는 '면소'를 선고하는 게 원칙에 맞다. 그런데 재판부는 면소가 아닌 항소가 가능한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시효 문제가 아닌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무죄가 선고된 제3자 뇌물과 나머지인 성접대·3100만원 수수가 포괄일죄 관계인 점이 이유로 제시됐다. 전체를 이루는 부분이 무죄일 때 전체를 다시 부분으로 쪼갤 수 없다는 논리다. 이 설명에 맞추면 재판부가 '동영상 속 인물은 김학의인지' 따지지 말고 검찰 항소에 따라 2심에 넘기는 게 자연스럽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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