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문제 해법으로 한일 정부와 기업, 국민 기금으로 구성된 이른바 '2+2+α' 안을 제시했지만 피해자 측 반발로 난항이 예상된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문 의장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입법을 위해 여야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문 의장이 검토 중인 개정안은 2014년 설립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을 '기억인권재단'으로 바꿔 3000억원 기금으로 피해자 1500명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개정안은 한일 정부가 각 재단 운영비 50억원을 지원하고 화해치유재단 출연금 60억원을 이관하며, 한일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위자료를 마련하는 안이다. 독일이 2000년 나치 시절 강제노동자 배상을 위해 6500여개 기업과 독일 정부 출연금으로 설립한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재단'을 모델로 했다.
앞서 문 의장은 지난 5일 도쿄 와세다대 특강에서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으로 한일 기업이 조성하는 기금에 국민 성금을 더하는 '1+1+α' 안을 제시했다. 이후 논의를 확장해 '2+2+α' 안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졸속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피해자 단체와 정의기억연대 등 20여개 시민단체는 이날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희상 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강제징용 소송에서 피해자를 대리한 임재성 변호사는 "'문희상 안'은 징용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청산하기 위한 법률"이라며 "한일 사이에서 외교적 갈등을 만들 여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화해시켜 더는 아무런 법적 권리를 행사하지 말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위자료 지급 대상에 위안부까지 포함하면서 피해자의 동의를 얻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나영 중앙대 교수는 "국제법적으로 불법이고 시민의 힘으로 30년간 정당성을 쌓아온 위안부 문제를 강제동원과 동일 선상에서 다룰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문희상 안'에 대해서도 "피해자인 우리가 법을 만들어 가해자인 일본에 영원한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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