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대본 세월호 368명 구조' 오보 시작점은 경찰 정보라인
[단독] '중대본 세월호 368명 구조' 오보 시작점은 경찰 정보라인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19-12-02 01:02:43
  • 최종수정 2019.12.01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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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미스터리 숫자 368=178+190... 집계된 인원에 '추가 덧셈' 
진도군청→경찰 전남청→해경 서해청→해경 본청→중대본·청와대
해경은 자체 구조인원 집계 인력 없어 '오보' 경찰 정보라인 의지
'집계 실패' 前 해경 총경 "죽을 때까지 팽목항 상황판 못 지워"
세월호 사고 당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368명 구조 오보를 그대로 보도한 MBC 뉴스특보. [사진=MBC 갈무리]
세월호 사고 당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368명 구조 오보를 그대로 보도한 MBC 뉴스특보. [사진=MBC 갈무리]

세월호 사고 당일 오후 2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오후 1시 기준 368명이 구조됐다"고 대형오보를 낸 배경의 시작점엔 경찰의 정보라인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중대본은 기존에 집계된 178명에 새로 190명을 구조했다는 해양경찰 보고를 토대로 언론 브리핑에 나섰다. 하지만 이 190명은 앞의 178명이 와전된 것으로 실체가 없는 숫자였다. 

[광주지검 해경수사전담팀 내사자료 재구성]
[광주지검 해경수사전담팀 2015년 내사자료 재구성]

<위키리크스한국>이 입수한 '광주지검 해경수사전담팀'(당시 팀장 윤대진 광주지검 형사2부장)이 2015년 2월 작성한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은 '중대본이 구조자가 368명이라는 허위 발표를 하게 된 경위'를 내사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대본에 "368명이 구조됐다"고 보고한 곳은 해경 본청 상황실이다. 중대본 발표 1시간 전 오후 1시, 본청 상황실을 지키던 이춘재 당시 해경 경비안전국장은 서해해양경찰청으로부터 "190명을 구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190명이 이미 집계한 178명과 중복되는 것은 아닌지 별도 확인하지 않고 두 숫자를 더해 오후 1시 12분 중대본과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 국장과 통화를 한 인물은 김정식 당시 서해청 경비안전과장이다. 김 과장은 이 국장에게 "190명 구조가 맞다"고 확인을 해줬다. 그렇다면 이 190명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검찰 조사 결과 그 시작은 진도군청 팽목항 상황판이다. 

[광주지검 해경수사전담팀 내사자료 재구성]
[광주지검 해경수사전담팀 2015년 내사자료 재구성]

낮 12시쯤 이양래 당시 진도군청 기획실장 지시를 받은 박수길 당시 문화관광과장은 군청에 마련된 구호소에서 "190여명 구조되어 목포를 가다가 서거차도로 이동 중이다"라고 방송했다. 이 방송을 들은 누군가가 구호소에 설치된 '팽목항 상황판'에 "190명 구조 13:30 팽목항 입항 예정"이라고 적었다. 

당시 구호소에서 자리를 지키던 전남지방경찰청 소속 유영현 정보1계장은 이 상황판을 휴대전화로 찍었다. 이렇게 촬영된 '팽목항 상황판' 사진과 그 내용이 담긴 문자는 카카오톡으로 서해청을 출입해 있던 임광문 당시 전남청 정보과장에게 보고됐다. '190여명 구조' 진도군청 방송이 '190명 구조'로 상황판에 잘못 옮겨졌는데 두 내용이 왜 다르고, 다르게 적은 사람은 누구인지 전남청 정보라인이 확인 없이 정보로 사용한 것이다. 

임 과장은 이 카톡을 옆에 있던 김 과장에게 보여줬다. 김 과장은 즉시 김병로 당시 해경 수상레저과장에게 알렸다. 이 소식을 이 국장이 전해 들었는지 김 과장에게 전화해 "190명이 맞나"라고 재차 확인한 것이다. 이것이 '368명 구조' 오보의 전말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구조 인원을 집계하는데 해경의 자체 인력이 투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 과장은 전남청 정보과에서 공유하는 정보를 검증 없이 그대로 해경 본청에 보고했고, 본청에서도 추가 검증이 없었다. 

지난 6월 목포해양경찰서장(총경)을 끝으로 정년 퇴임한 김 전 과장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광주지검 전담팀이 작성한 수사보고서 내용이 전부 맞는다고 인정했다. 그는 '해경이 자체 인력이 아닌 경찰 정보라인에 구조 인원 집계를 의지한 이유가 무엇인가'란 질문에 "아쉽다. 진도군청에 해경 직원이 가 있으면 체크가 되는데 실질적으로 직원 전체가 구조하는 쪽에 투입됐던 상황"이라며 "그것 때문에 감사원과 검찰에서 곤욕을 치렀다. 죽을 때까지 그 상황판 사진은 못 지울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전 과장은 '사고 당시 서해청에 정보경찰이 있던 이유는 무엇인가'란 물음엔 "서해청 정보 인력이 경찰청처럼 몇십명이 되지 않고 몇명밖에 없다 보니 오히려 경찰 정보라인을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며 "해경이 구조한 인원은 100% 맞았는데, 일반 어선이나 행정선이 구조한 인원은 솔직히 얘기해서 집계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해경 자체 정보 인력이 부족해 구호소에 별도 인원을 두지 못하고 경찰청 인력을 빌렸다는 것이다. 

조직 편제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해서 김 전 과장 잘못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경찰청 정보라인이 보여준 '팽목항 상황판'이 진짜 상황인 건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까닭이다. 

김 전 과장은 "그때 (팽목항에 구조 인원 190명이) 들어왔는지 확인 전화하니까 '아직 안 들어왔다'고만 했지 '그게 아니다'란 소리는 안 했다"며 다소 책임을 미루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중대본이 언론에 브리핑할 때가 오후 2시라는 점에서 김 전 과장이 본청에 보고한 오후 1시부터 정정할 수 있는 1시간의 기회가 있었다.

※ 중대본 '368명 구조' 오보란

세월호 사고 당일 두 번의 큰 오보가 있었다. 하나는 오전 11시 1분 7초 종합편성채널 MBN을 시작으로 지상파 MBC·KBS의 '전원구조' 오보다. 이 오보는 각 방송사가 자체적인 취재를 토대로 오보를 낸 것이다. 이와 다르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발 오보는 국가기관이 초래한 오보다. 중대본은 이날 오후 2시 "오후 1시 기준, 368명이 구조됐다"고 공식발표했고, 언론은 검증 없이 인용 발표했다. 두 오보의 성격은 다르지만 정보 출처에 해경이 어떻게든 관여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다만 전원구조 오보의 경우 그 경위 전말이 드러나지 않았다. 두 오보가 서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검증이 필요하다. 몇몇 방송사 정정보도가 중대본 발표 직전에 있었다는 점에서, '전원 구조' 오보가 중대본 발표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도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aftershock@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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