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조합원 전체에 혜택 부여하는 것이 위법?"... 한남3구역, 도정법 132조 적용 논란
[포커스] “조합원 전체에 혜택 부여하는 것이 위법?"... 한남3구역, 도정법 132조 적용 논란
  • 박순원 기자
  • 승인 2019.12.04 06:37
  • 수정 2019.12.0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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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조합장 등 개인의 편익을 막기 위한 조항인데, 전체 조합원 대상인 경우 법 위반 아니다"
전문가들 "공급 위축으로 서울시내 기존 아파트가격 상승 뇌관 가능성"
서울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지구 [연합뉴스]
서울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지구 [연합뉴스]

서울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국토해양부와 서울시가 지목한 문제들 가운데 ‘도정법 132조’가 도마에 올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의 132조는 ‘개인’을 겨냥한 것인데, 서울시 등이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는 조합원 전체에 혜택을 약속한 것이므로 법률 위반으로 몰아가기가 논리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2017년 8월 개정된 현행 도정법 132조는 (조합 임원 등) 추진위원, 조합임원의 선임 또는 제29조에 따른 계약 체결과 관련,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지 행위는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거나 제공의사 표시를 승낙하는 행위 ▷제3자를 통하여 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행위 등이다.

132조가 근거를 두고 있는 29조는 계약의 방법 및 시공자 선정에 관한 조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추진위원장 또는 사업시행자(청산인을 포함한다)는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계약(공사, 용역, 물품구매 및 제조 등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체결하려면 일반경쟁에 부쳐야 한다. 다만, 계약규모, 재난의 발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입찰 참가자를 지명경쟁에 부치거나 수의계약으로 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3개 건설사가 사업비·이주비 등의 무이자 지원(금융 이자 대납에 따른 이자 포함) 등 재산상 이익을 직접 제공하기로 약속했다고 판단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인데도 일정 가격 이상의 분양가를 보장한다는 식으로 간접적 재산상 이익도 보장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시공 3개사를 모두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용산구청과 조합에 입찰 무효가 될 수 있는 사유에 해당돼 시정 조치하라고 통보했다.

한 건설 전문 변호사는 “이 조항의 취지는 조합장 또는 조합 임원들이 시공사들로부터 개인적 이익을 보장받고 공사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데, 시공사가 공개적으로 전체 조합원들의 경제적 편익을 보장하는 것을 이 조항에 위배되는 것으로 갖다 붙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남3구역 위치도​
한남3구역 위치도​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한남동 686일대 38만여㎡를 재개발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분양 4940가구, 임대 876가구 등 총 5816가구에 달한다. 사업비 7조원, 공사비만 2조원에 이른다.

대형사업이다 보니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3개 건설사들이 시공권을 획득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건설사들은 백화점 입점, 프리미엄 주거 단지 건설, 은행과 맺은 금융 조달 협약 등을 내세우며 조합원의 호응을 얻기 위해 치열한 수주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 등 3개 건설사들의 일부 위법 행위 정황을 포착하고 특별 점검에 나섰고 건설사당 7~8건씩 총 20여 건의 법령 위반 소지 의심 사례를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조합원 인테리어 비용 5000만원 환급(현대건설) △3.3㎡당 분양가 7200만원 보장(GS건설) △자회사를 통한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대림산업) △이주비 전액 지원(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한남3구역의 ‘입찰 무효’을 선언하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초강경 조치를 취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수정입찰을 권고하지 않고, 강경한 조치를 내린 것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표퓰리즘’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정부의 강력 조치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건설사다. 조합이 종전 시공사의 제안서 수정으로 결정을 내리면 다행이지만, 재입찰로 방향을 틀면 4500억원(각 1500억원)에 달하는 입찰 보증금은 모두 조합에 귀속된다. 입찰 보증금을 돌려 받으려면 별도로 소송을 벌여야 할 수도 있다.

기존 시공사의 제안서 수정으로 결정이 나도 문제다. 건설사들은 처음부터 다시 입찰을 준비해야 한다. 이 과정 역시 상당한 시간과 금액 지출이 발생하게 된다.

한남뉴타운 조감도 [서울시 제공]
한남3구역 재개발지구 조감도 [서울시 제공]

도정법 132조 문제 외에도 이번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의 문제는 정부의 허술한 법령과도 관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건설사 3사가 모두 제안한 이주비 지원은 재개발 사업장의 이주비 지원에 제한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개발 사업에서는 추가 이주비 대여가 가능하다는 자의적 해석을 할 수 있다. 다만 정비사업비 점검 항목에 금융비용을 인근 사례와 은행 대출 금리에 비해 적정선인지 비교해보게 돼 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이상의 이주비를 건설사가 무이자로 대출 지원하겠다는 것을 놓고 법령 위반을 주장할 수 있지만, 건설사들은 ‘이율’과 관련해 입찰 제안서에 구체적으로 제안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불법으로 단정 짓기는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이 제안한 조합원 인테리어 비용 5000만원 환급이나 GS건설이 제시한 3.3㎡당 분양가 7200만원 보장의 경우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시공사가 조합원의 분양가를 낮췄을 때 사업 진행 중 차익을 부담하지 않는다면 조합원에게 금전적 이득을 줬다고 보기가 모호해 법적 문제가 안 된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8일 한강로에 위치한 천복궁 교회에서 열린 한남3구역 정기총회. [사진=한남 조합원 제공]
지난달 28일 한강로에 위치한 천복궁 교회에서 열린 한남3구역 정기총회. [사진=한남 조합원 제공]

현행 도정법 시행령에 따르면 재개발의 경우 조합은 전체 가구 중 15% 이하를 임대주택으로 건립해야 한다. 해당 법은 2008년 국회 상임위의 대체안을 거쳐 2009년 ‘국토해양부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 또는 주택공사 등은 조합이 요청하는 경우 주택 재개발 사업의 시행으로 건설된 임대주택을 인수해야 한다’고 개정됐다.

즉 조합이 요청하면 공공의 요청에 따라 매입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은 있지만 공공에 임대주택을 강제로 매각하거나 임대주택을 무조건 처분해야 하는 강제 규정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향후 서울시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 GS, 대림 3사가 관련된 수주 사업만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제기1구역 재건축 사업 등이다.

특히 앞으로 진행될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에도 큰 파장이 번질 전망이다. 관리처분인가 전 단계로, 시공사만 선정된 서울 시내 재개발 사업장 전체 37개에 달한다. 이 중 13곳(35%)이 이들 3개 업체가 따낸 사업장으로 알려졌다.

자칫 공급 위축 우려로 인해 서울시내 기존 아파트 가격에 상승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위키리크스한국= 박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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