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월호 368명 구조' 오보 부른 팽목항 상황판 작성은 '소방'
[단독] '세월호 368명 구조' 오보 부른 팽목항 상황판 작성은 '소방'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12.05 18:30
  • 수정 2019.12.06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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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검찰내사 자료 분석해 오보경위 역추적
정보경찰 "소방 상황판으로 판단해 보고했다"
당시 전남소방본부, 병원 후송인원 집계 전담
해남소방 "군청 공무원 방송 듣고 적어" 인정
"상황판 기재자 특정 어려워" 검찰 결론 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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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당일 진도 팽목항 현장에 설치된 것으로 정보경찰이 해양경찰에 공유한 상황판 사진 원본. [사진=유영현 당시 전남지방경찰청 정보1계장 제공]

세월호 사고 당일 오후 2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368명이 구조됐다고 잘못 발표한 배경엔 정보경찰이 해양경찰에 넘긴 '팽목항 상황판' 사진이 있다. 당시 상황판엔 "190 목포 이송 중 회항하여 팽목항 13:30 도착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해경은 이 190명이 오후 1시 기준 집계된 구조인원 178명이 중복으로 잘못 더해진 것인데 알아차리지 못했다. 문제는 해경이 구조인원을 집계하는데 자체 인력이 없다며 경찰 정보라인을 의심없이 믿었다는 점이다. 정보경찰은 상황판 출처가 명확하지 않는데 추가 검증 없이 정보로 사용한 터였다. (본지 2019년 11월 2일 보도. '[단독] '중대본 세월호 368명 구조' 오보 시작점은 경찰 정보라인')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의 각종 의혹을 내사한 검찰은 "당시 팽목항에 있던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상황판을 특별히 제한 없이 이용하였기 때문에 그 기재자를 특정하기 어려움"이라고 결론 냈다. 그런데 당시 서해해양경찰청 상황실에 '팽목항 상황판' 정보를 공유한 전남지방경찰청 정보경찰은 <위키리크스한국> 취재 과정에서 그 출처를 '소방'으로 지목했다. 이 사실이 맞는다면 검찰은 수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본지는 검찰이 내사한 인물을 상대로 '팩트체크'를 진행했다. 이중 당시 팽목항 현장에서 상황을 통제하던 소방 관계자는 "팽목항 상황판 작성자는 소방"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이 틀렸다.

세월호 사고 당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368명 구조 오보를 그대로 보도한 MBC 뉴스특보. [사진=MBC 갈무리]
세월호 사고 당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368명 구조 오보를 그대로 보도한 MBC 뉴스특보. [사진=MBC 갈무리]

광주지검 '해경수사전담팀'(팀장 윤대진 당시 광주지검 형사2부장)이 지난 2015년 2월 작성한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당일 유영현 당시 전남청 정보1계장은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머물면서 '190명 구조' 상황판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당시 팽목항에선 박수길 진도군청 문화관광과장이 "190여명 구조되어 목포를 가다가 서거차도로 이동 중이다"라고 방송했는데, 유 계장은 이 사진과 함께 방송 내용을 요약한 문자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상관인 임광문 당시 전남청 정보과장에게 보고했다. '190명 구조' 1보는 이렇게 나왔다. 이때 진도군청 측 방송 출처가 어디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3일 현재 목포경찰서 정보과장으로 있는 유 당시 계장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정보 검증 없이 보고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일반 개인도 아니고 군청 공무원이 (팽목항 터미널) 대합실 앰프를 통해 방송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유 계장은 박 과장에게 정보의 출처를 물었을까. 유 계장은 "박 과장 이분을 만날 수가 없었다. 방송 시설이 있던 대합실을 통제하던 상황"이라고 했다. 

최초보고 당시 정보를 신뢰할 수밖에 없던 이유로 유 계장은 상황판 출처를 소방으로 생각한 점을 들었다. 유 계장은 "그때 당시 상황판을 준비하던 데가 소방과 진도군청"이라면서 "상황판 아래를 보면 인원을 표기하는데 (그걸 보고) 소방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유 계장이 본지에 제공한 문제의 '팽목항 상황판' 사진을 보면 '구조인원 현황' 상황판 하단엔 '의료기관 배치 소방공무원 등'이라는 항목이 있다. 여기엔 검정 매직을 사용해 "74명(병원이송 14, 체육관 60)"이라고 쓴 손글씨가 있다. 유 계장 말은 상황판 양식에 별도로 '소방공무원' 같은 표현이 있는 점으로 미뤄 상황판에 표기된 '190명 구조'를 소방이 정식으로 집계한 인원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유 계장 판단은 '중대본 368명 구조 오보'를 내사한 검찰 전담팀 결론에 배치된다. 전담팀은 '190명 구조' 기재자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유 계장은 이와 관련 "검찰에서도 (상황판 사진을) 조사했는데 출처를 알 수 없다고 하면 난감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담팀 내사 문건엔 계장이 임 과장에게 카톡으로 전송한 사진을 확인했다고 나온다. 검찰이 이 사진을 검토했지만 소방이 출처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 문서엔 그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 

유 계장 본인이 팽목항에서 상황보고를 하던 당시 소방과 함께 상황판을 설치한 것으로 지목한 진도군청은 다른 얘기를 한다. 유 계장이 촬영한 상황판을 팽목항에서 본 적은 있지만 군청에서 따로 상황판을 설치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진도군청 행정안전과장으로 재직 중인 박 과장은 3일 통화에서 "진도군청에서는 (팽목항에) 상황판을 설치하지 않았다. 공무원이 (상황판에) 쓰지도 않았다"며 유 계장과 달리 말했다. 박 과장은 또 유 계장이 진도군청 공무원 방송을 토대로 상황판 정보를 신뢰했다는 것엔 "우리(진도군청 문화관광과 직원)는 책임 있는 직원도 아니었다. 그런데 해경이 검찰에 가서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소명하고 온 적이 있다"고 반박했다. 

박 과장은 당시 팽목항에 수습과 거리가 먼 문화관광과 직원이 온 건 이동진 진도군수 지시에 따른 결과라고 덧붙였다. 박 과장은 "그날 아침 8시 50분쯤에 간부회의를 하는데 비서실장이 (세월호 사고) 보고했다"면서 "군수가 회의를 중단하고 바로 텔레비전을 튼 다음 하는 말이 '큰일 났다. 환자가 팽목항으로 오면 직원들이 빈 차로 전부 나가라. 환자를 실어 날라라'고 지시했다. 문화관광과 직원 16명이 빈 차를 가지고 나갔다"고 부연했다. 군수가 문화관광과를 지목한 이유는 "그때만 해도 보이니까 지시하신 것"이라고 했다. 

팽목항 상황판을 설치하고 작성한 쪽이 진도군청이 아니라면 소방이란 걸까. 당시 현장에 출동한 소방 인력은 전남소방본부 관할 아래 있었다. 현재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로 있는 박청웅 당시 본부장은 구조인원 집계를 소방에서 담당하지 않았다고 했다. '190명 구조' 출처가 소방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상황판에 나오는 후송인원은 소방이 전담한 것이라 했다. 4일 통화한 박 당시 본부장의 말이다. 

"구조인원은 우리가 집계할 수 없다. 해경에서 얘기한 것만 우리가 집계했다. 그때 (해경과) 정보교류가 안 됐다는 것도 느꼈고 전화로 문자로 몇 번 시도했지만 연결이 안 돼서 참 답답하다고 생각했었다"

박 당시 본부장 말은 소방이 선제적으로 구조인원 집계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그 반대로 해경을 통해 어렵게 정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대신 소방이 맡은 건 팽목항에 도착한 실제 구조인원을 병원에 보낼지 판단하고 그 인원을 집계하는 것이라고 기억했다. 

"육지에 오는 생존자와 희생자는 모든 것을 관리하고 지원하겠다고 했었다. 지원 인력으로서 육지에 나온 사람에 대한 응급처치와 희생자 이송을 전담했다. (구조인원) '카운트'는 알 수도 없었고 관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유 계장이 말한 '소방 집계'는 무엇이었을까. 이어지는 박 당시 본부장의 설명이다. 

"생존자는 팽목항 도착과 동시에 응급의료소를 들렀다. 응급의료소는 소방이 만들었다. '생존자도 응급의료소를 거쳐서 가게 하라' 그게 소방 임무였다. 생존자는 응급의료소를 거쳐서 병원에 갈 사람, (진도군청에서 대절한) 버스를 탈 사람을 구분했다. 이때 병원 후송 숫자는 정확하게 카운트됐다"

소방은 구조인원이 아닌 병원 후송인원을 집계했다는 게 당시 소방 측 입장이다. 박 당시 본부장은 이와 관련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팽목항엔 서남수 교육부 장관, 이낙연 전남도지사,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이 들렀는데 이때 한 전남소방본부 직원이 "생존자가 더 있다"고 보고하자 박 당시 본부장이 끼어들어 "그건 아니다. 안 된다. 단정하면 안 된다. 여기 나온 것만 카운트만 해라"고 잘랐다는 것이다.

'팽목항 상황판'은 구조인원과 후송인원을 모두 담고 있다. 기본적으로 소방에서 자체집계한 후송인원을 적고 추가 상황인 구조인원을 기재한 것이다. 문제는 '후송인원만 카운트하라'는 박 본부장의 말이 현장에서 정확히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본지는 박 당시 본부장이 현장에 위치하기 전 통제를 책임진 해남소방서 방호구조과에서 검찰이 찾지 못했다는 상황판 작성자를 확인했다. 해남소방서 소속으로 팽목항에 있던 김춘성 당시 방호구조과 예방홍보팀장이 5일 통화에서 한 고백이다. 

"(190명이 구조됐다는) 그런 말들이 떠돌았다. 정보 출처가 없었다. 확실한 게 안 나온 상태로 계속 떠돌았다. 처음엔 그러지 않았는데, 나중에 기록한 경위가 있다. 박수길 과장이 '정확한 정보다'라면서 A4 용지에 적어왔다. '위에서부터 온 확실한 증거'라고 했다. 그때 내가 마이크 하나 가지고 있었다. (박 과장이) '마이크를 빌려달라. 방송해야 한다'고 그랬다. 그래서 박 과장이 방송했다. 방송한 내용을 (직원이) 일부 적었다. 나중에 방송 끝나고 알아보니까 그게 정확한 출처가 아니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다시 지웠다"

현재 영암소방서 소방행정팀장으로 있는 김 당시 팀장은 이 작성자가 자신이 속했던 방호구조과 소속 방호조사팀 직원 A씨라고 했다. 이 증언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김 당시 팀장은 "A씨가 상황판에 기록할 때 옆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김 당시 팀장은 본지가 입수한 상황판 사진을 보고 "소방이 작성한 게 맞다"고 했다.

김 당시 팀장은 '자체 파악하지 못한 출처가 의심스러운 정보를 상황판에 적었을 때 소방 측에선 그 부작용을 생각하지 못했나'란 질문에 "현장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진도군청에서 그렇게 방송하니까 믿었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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