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인터뷰] "전세계가 무대, 공간 패러다임 바뀔 것" 숀 스튜어트가 그린 가상 공간의 미래
[WIKI 인터뷰] "전세계가 무대, 공간 패러다임 바뀔 것" 숀 스튜어트가 그린 가상 공간의 미래
  • 최종원 기자
  • 승인 2019.12.06 06:51
  • 수정 2019.12.06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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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리프의 숀 스튜어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종원 기자]

"50년 뒤, 영화관은 오페라 공연장처럼 나이든 사람만 가는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기술이 그릴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전문가들은 시공간을 초월한 ‘가상 세계’에서 커뮤니티 및 다양한 활동을 통해 타인들과 관계를 형성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미국 기술기업 매직리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숀 스튜어트(Sean Stewart)'는 학교나 집, 사무실 등 일상으로 실감콘텐츠가 확장되었을 때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 언급했다. 매직리프는 구글, 알리바바, AT&T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부터 20억달러(약 2조 2천억원)를 투자받아 AR 글래스 '매직 리프 원'을 선보인 바 있다.

숀 스튜어트 디렉터는 위키리크스한국과의 인터뷰에서 "VR/AR 시대가 현실화되면 상상하지 못했던 세상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Q: VR/AR 기술은 우리의 문화 영역 전반에 걸쳐 변화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이 삶의 양식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보십니까?

A. 이머시브 공연(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을 위해 VR 기술이 필요하거나,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위해 게임 콘솔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공감대를 일으키는 콘텐츠가 21세기형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공상과학(SF) 소설가들이 인정하기 싫겠지만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문화 패러다임을 변화시켰습니다. 지금의 콘텐츠는 전통적인 크리에이터와 관객과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크리에이터가 말을 하면 관객은 그저 듣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반응을 요구하도록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소설책을 읽는 것은 요리사의 요리를 먹는 것과 비슷합니다. 음식을 손님들에게 내놓으면 손님들은 그것을 먹을지, 먹지 않을지만 선택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머시브 콘텐츠에서는 관객은 같이 춤을 출 수 있습니다. 마치 모던볼륨 댄스(탱고)처럼 신사가 먼저 와서 스탭을 제안하고 숙녀가 그것을 수용하면 같이 댄스를 추는 것입니다. 이머시브 콘텐츠는 수용자가 수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자체에 참여하게 됩니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매직리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숀 스튜어트(Sean Stewart)'.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숀 스튜어트(Sean Stewart)'.

Q: LG유플러스는 "내년에 AR글래스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매직리프의 경우, 내년 상반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을 제공할지 궁금합니다.

A. (한참을 생각에 골몰하더니) 가상 인간(아바타)에 대한 콘텐츠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VR/AR 기기가 아닌 보통의 디바이스에서 보면 가상 인간이 나오는 콘텐츠는 그저 잘 만든 콘텐츠일 뿐입니다. 하지만 에징 컴퓨팅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경량화된 세트장 안에서도 고품질의 체험이 가능해졌습니다.

VR과 AR 기술의 미래의 열쇠는 ‘가상의 유저와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서로 연결되는 환경을 원합니다. 제가 2001년에 새로운 디지털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비디오 게임 매출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발표됐죠. 그것은 ‘핸드폰’ 때문이었습니다. 10대들은 감성이 풍부하죠. 그런 10대가 다른 10대의 생활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가장 재밌는 엔터테인먼트입니다. 결론만 말하면 미래에 있어서 드라마한 임팩트는 인간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VR과 AR 기술은 XR(확장현실), MR(혼합현실)기술을 통해 점점 더 현실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호텔 자체를 오버레이(공간)로 구현하고 AR 헤드셋을 통해 호텔을 방문하고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공간 컴퓨팅을 통해 실제 공간과 사람을 디지털 정보로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미래에는 SNS와 공간 컴퓨팅을 접목해 나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타인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가지고 내가 어디를 가든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줄 수 있겠죠. 가상의 정보와 나의 현실에 접점이 생기는 그런 미래가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참 재밌는 시대입니다.

'2019 실감콘텐츠 페스티벌'에서 발표하고 있는 숀 스튜어트. [최종원 기자]
'2019 실감콘텐츠 페스티벌'에서 발표하고 있는 숀 스튜어트. [최종원 기자]

Q: 아직 VR과 AR 콘텐츠는 어지럽고 이동이 제한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용성이나 디자인 부분에 있어 실제처럼 느껴지는 경우는 언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A.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본 많은 개발자들은 영화처럼 인터페이스를 그렇게 만들려고 했는데 너무 복잡해서 포기한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인터페이스에 대한 많은 실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눈으로 움직이는 물체도 개발되고 있죠. 사람의 눈은 물체를 인식하는 인풋으로, 손은 행동으로 옮기는 아웃풋이 됩니다. 그런데 눈을 물건을 움직이는 아웃풋으로 설정하려니 굉장히 힘든 것이죠.

영화는 시간을 조작해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미디어입니다. 저는 현재 공간을 조작해서 공간을 스토리텔링하고자 합니다. 이런 기술이 과연 모든 콘텐츠에 적용이 가능할까요? 공간 조작에 최적화된 스토리텔링이 몇 가지 있죠. 그 몇 가지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화라는 미디어는 시간의 경과를 통해 화면을 전환하죠. VR에서 스토리텔링이 힘든 이유는 물체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그 물체가 내 시야를 벗어날 때 시야 통제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한 것은 물체를 움직일 때 혜성 꼬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물체에 강조를 줘 사용자가 시선을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영화를 만들 때 제작자들은 미장센(미적 장치)을 고민하지만, 이머시브 미디어에서는 미장센 자체가 방해가 됩니다. 이머시브 콘텐츠가 재미없는 영화가 되지 않으려면 특수한 경험을 선사해야 하는데 이를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Q: 이머시브 기술이 엔터테인먼트에서만 쓰이고 있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상용화가 이뤄지면 어떤 영역까지 활용될 수 있을까요?

A. 이머시브 기술로 많은 이윤을 내는 시장은 사실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산업 훈련 시장입니다. 의료 분야에서 AR 기술을 통해 수술 집도를 돕거나, 사용설명서에 AR 기술을 결합해 가전제품이 고장났을 때 수리기사가 오지 않아도 수리를 도와주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산업 훈련을 위해 이머시브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엔터테인먼트에서 이머시브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보다 많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블루칼라(작업현장 노동자) 일자리가 사라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수리 기사를 부르지 않고 AR/VR기술의 도움을 받는다면 일자리가 상당 부분 없어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매직리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숀 스튜어트(Sean Stewart)'.
매직리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숀 스튜어트(Sean Stewart)'.

Q: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이 바깥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인간관계가 개인주의를 넘어 사사화(Privatization) 되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는 오프라인 접촉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인데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인터넷이 발전하고 있는 초반에도 그런 얘기가 많았습니다. SNS의 발달로 사람들이 밖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담론입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만남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온라인에서 만남도 늘어나고 있지만 오프라인에서 만남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온라인 활동도 많고 면대면 활동도 많습니다.

저는 책을 정말 좋아하고 책을 잘 읽는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이제는 가치가 없는 기술이죠. 씁쓸한 사실은 제가 이머시브 기술을 개발하는 쪽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이 구식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변화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페라는 영화가 나오기 전 가장 널리 보급된 문화 콘텐츠였습니다. 극장이 태동하면서 오페라 공연장은 구식 전유물로 변했습니다. 50년 뒤, 영화는 오페라와 같이 나이든 사람들만 보는 콘텐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세계는 아주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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