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월호 대형오보 낳은 '팽목항 방송' 진도군청 간부 지시 때 군수 '동석'
[단독] 세월호 대형오보 낳은 '팽목항 방송' 진도군청 간부 지시 때 군수 '동석'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12.06 17:18
  • 수정 2019.12.0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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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한 진도군청 박수길 과장 "기획실장 지시 때 군수 옆에 있었다"
마이크 빌려준 소방팀장 "박 과장이 위에서 온 확실한 증거라 했다"
'방송 지시자'로 지목받은 기획실장은 전면부인... 군수도 '묵묵부답'
지난 30일 오후 인적 드문 전남 진도군 팽목항.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후 인적 드문 전남 진도군 팽목항.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사고 당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368명이 구조됐다고 잘못 발표한 배경인 '팽목항 방송'은 이동진 진도군수가 있던 자리에서 결정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앞서 2015년 2월 이 사건을 내사 종결한 검찰은 "진도군청 기획실장 지시에 따라 방송을 하였음"이라고 결론 냈지만, 정보 출처는 어디이고 지시한 윗선은 누구인지 규명하지 못했다. 

지난 3일과 6일 <위키리크스한국>과 두 차례에 걸친 전화 통화에서 박수길 진도군청 행정과장은 '검찰 보고서대로 기획실장 지시를 받아 방송한 게 맞는 건가'라는 기자 물음에 "그렇다. 그때 이양래 실장이 옆에 있었다. 군수도 있었고"라고 답했다. 

광주지검 '해경수사전담팀'(팀장 윤대진 당시 광주지검 형사2부장)이 2015년 2월 작성한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4월 16일 사고 당시 문화관광과장인 박 과장은 낮 12시쯤 "190여명 구조되어 목포를 가다가 서거차도로 이동 중"이라고 방송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박 과장이 당시 이렇게 방송한 건 "진도군 입장에서는 응급환자 후송 등 후속대책 마련을 위한 준비 차원에서 진도군청 기획실장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담팀은 '기획실장 지시' 위로 더 나아가지 못했다. 방송 출처를 두고서는 "12:00경 군청 간부, 해경 경찰 등 다수가 있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당시 구조된 190여명이 목포로 이동하다가 갑자기 팽목항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라고 해 그런 소문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밝히지 못했다. 나아가 팽목항에 그런 소문이 떠돌았다 해도 공무원이 사실 확인 없이 방송할 수 있는지 그 개연성을 따져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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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당일 진도 팽목항에선 지자체, 경찰, 소방, 해경, 중앙정부가 함께 빚은 '오보 합작품'이 얼굴을 드러냈다. 이날 낮 12시쯤 진도군청 소속 공무원이 190명이 구조돼 팽목항으로 이동 중"이라고 방송했는데, 해남소방서 소속 소방공무원은 이 내용 일부를 상황판에 옮겨적었다. 이 상황판 내용을 소방 측 공식 집계인 것으로 판단한 당시 전남지방경찰청 정보라인은 사진을 찍어 서해해양경찰청 소속 해양경찰 공무원에게 공유했다. 서해청은 이 사진을 토대로 오후 1시 기준 집계된 178명과 중복 여부를 따지지 않고, "190명이 추가 구조됐다"고 해경 본청에 보고했다. 본청은 오후 1시 12분 이 내용을 그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전달했다. 중대본은 오후 2시 "오후 1시 기준, 368명이 구조됐다"고 언론브리핑 형식으로 발표했으나 1시간 30분 뒤 오보라고 정정했다. [사진=유영현 당시 전남지방경찰청 정보1계장 제공]

박 과장은 전담팀 보고서와 다르게 진도군수가 어떻게든 '방송 지시'에 관여됐음을 시사했다. 박 과장은 '이양래 실장이 방송을 지시했을 때 군수가 동석했다는 건가'라는 이어진 질문에 "그렇다. (진도군청 간부가) 다 있었다. 그 자리에. 군수도 있었고"라고 말했다. 

다만 박 과장은 '사실상 군수가 방송 지시를 승인했다는 건가'란 추궁엔 "그때 승인이라고 있겠나. 상황은 완전히 전쟁터였으니까. 누구 하나 매뉴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없었고, 유족은 진도군청 공무원을 보면 호소하던 상황이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희생자에게 압도된 군청에선 뭐라도 해야 하는 분위기였고, 불가피하게 떠돌던 소문을 방송하게 된 상황에서 군수에게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는 얘기다. 

전담팀 보고서와 박 과장 진술에서 '지시자'로 지목된 이 실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본인은 사고 직후 꾸려진 전담팀 조사를 받은 적도 없어 부인할 기회도 없었다는 취지다. 6일 서울 출장 중인 이 군수를 상대로는 수행 중인 비서실장을 통해 당시 상황을 물었으나 "당시를 기억하겠나"란 말이 돌아왔다. 

본지는 당시 팽목항에서 '병원 후송' 인원 집계를 책임진 해남소방서 관계자로부터 박 과장 윗선에서 구체적 지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을 들을 수 있었다.

김춘성 영암소방서 소방행정팀장은 사고 당일 해남소방서 방호구조과 소속으로 팽목항에 머물렀다. 그는 문제의 방송을 그대로 적은 상황판(사진) 옆에서 박 과장 방송을 지켜봤던 인물이다. 

김 팀장은 "박수길 과장이 '정확한 정보다'라면서 A4 용지에 적어왔다. '위에서부터 온 확실한 증거'라고 했다"면서 "그때 내가 마이크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박 과장이) '마이크를 빌려달라. 방송해야 한다'고 그랬다"며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억했다. 

김 팀장 말이 사실이라면 사고 당일 팽목항에서 "190명이 팽목항으로 이동 중"이라고 방송한 이유에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고, 단순히 떠도는 말이 아닌 정보가 진도군청에 있었다 뜻이 된다. 이와 관련해선 박 과장은 "마이크를 빌린 적은 있지만 나머지는 모두 거짓이다"라고 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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