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공직자 범죄·부패수사처법 동시상정은 '위헌'
[WIKI 프리즘] 공직자 범죄·부패수사처법 동시상정은 '위헌'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19-12-09 09:49:07
  • 최종수정 2019.12.09 0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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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두 법에 모두 찬성표 '1인 1표' 헌법 원칙 위반
모두 상정시 한 법안은 부결.. 가중다수결 의미 증발
해답은 국회법에... 패스트트랙도 '대안입법' 가능해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최고위원이 전날 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만나 '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법' 등 9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 4+1 원내대표급 회동을 하고 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 원내대표급인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최고위원이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만나 '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법' 등 9일 본회의 상정을 논의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국회는 9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지정된 검찰개혁법안을 상정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는 본회의 참석 전 막판까지 검찰개혁법안 핵심인 이른바 '공수처법' 수정안을 조율 중이다. 이들 정당 원내대표로 구성된 협의체는 한국당이 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일종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끝나는 대로 표결 절차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법'과 '부패수사처법'은 같으면서 다르다?

뒤따르는 답변에 따라 '위헌'(違憲) 쟁점이 달라진다. 같으면 1인 1표 원칙에, 다르면 다수결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 두 쟁점 모두 법조계가 다루지 않았다. 두 법률제정안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이날, <위키리크스한국>은 이 질문에 맞는 답변이 무엇이든 위헌 시비가 있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한다. 

◇ 같다면?
대한민국헌법 제49조는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선언한다. 여기에서 의원 1인 1표 원칙이 파생된다. 법안에 찬성하고 반대한 국회의원 머릿수를 기준으로 표를 계산하는 까닭이다. 때문에 의원 한 명은 헌법기관 하나가 되고, 국회엔 헌법기관 300개가 있다.

그런데 한 의원이 두 번 투표하면 어떻게 될까. 국회 안에서 의원 숫자와 헌법기관 숫자가 같다는 등식이 깨진다. 국회는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상임위원회의 '중재'를 설계했다. 

이를테면 A 의원과 B 의원이 각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면 해당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가 위원회 차원에서 대안을 발의하는 식이다. 법사위 아래 법안소위에서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다음 단계인 전체회의로 넘어갈 수 없는 구조를 이용한 것이다. 일종의 국회 관습법이다. 

이같은 국회 관습법에 제동을 건 게 패스트트랙 지정 절차다. 여야가 합의 않아도 재적 의원이나 해당 상임위 위원 5분의 3(가중다수결)이 찬성하면 일정 기간을 거쳐 바로 본회의 투표에 부치는 제도다. 

문제는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법안이 두 개 이상이면 어떻게 되는지다. 여당이 가중다수결 정족수를 자체 확보 못 한 상황에서 소수당 설득도 못 했다면 남은 방법은 한 가지다. 협상의 여지를 둔 채 소수당 발의 법안까지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수다. 이때 상임위 차원에서 단일 안을 발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애초 여야 합의가 어려워 패스트트랙 지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절차에 따라 국회 본회의에 동시 상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법'.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절차에 따라 국회 본회의에 동시 상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법'(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실제 민주당 소속 백혜련 의원과 바른정당 소속 권은희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법'은 함께 패스트트랙 지정동의를 거쳐 지난 3일 본회의에 부의됐다. 이 과정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권한과 기능이 다른 두 개의 공수처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권 의원은 신설하는 공수처에 고위공무원 직무범죄를 수사대상에서 제외했고, 기소 여부를 기소심의위원회에 위임하게 했다. 백 의원이 법무부 검찰국과 협의해 의원입법 형식으로 내놓은 법안과 이름부터가 다르다. 그런데 사개특위 위원들은 두 법안 모두 패스트트랙에 지정하는 데 찬성했다. 1인 2표가 행사된 셈이다.  

◇ 다르다면?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은 국회법에서 정한 기간인 상임위 심사 180일, 법사위 회부 9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부의된다. 국회의장은 부의된 지 60일 이내에 해당 법안을 상정해야 한다. 패스트트랙을 탄 법안이 여러 개면 모두 본회의에 상정된다.

문제는 상정된 어떤 법안에 투표할 건지다. 상정은 의장이 의사 일정에 올렸다는 뜻이기에 각 의안은 모두 찬반 절차를 모두 밟아야 한다. 예외가 있다면 같은 법 수정안이 가결될 때 자동폐기되는 원안이다. 

민주당은 공수처를 어떻게든 신설해야 하는 입장이다. 수사 대상을 고위공직자 부패로 제한하는 공직자부패수사처법을 초안으로 잡고 수정안을 만들 가능성이 큰 이유다. 이러면 국회법에 따라 공직자부패수사처법 수정안을 먼저 의결한다. 이때 일반정족수인 재적의원 2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법안은 통과된다. 그러면 바른정당 권 의원 안은 폐기된다. 

하지만 별개 수정안이 아닌 다른 법안인 백 의원 안은 어떻게 되는지 의문이 남는다. 의사 일정에 있는 만큼 찬반을 물어야 하는 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를 설치하게 된 마당에 당론으로 정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찬성할 수는 없다. 

백 의원 안이 민주당 의원의 무더기 반대 표시로 부결되면 모순일 수밖에 없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 가중다수결인 5분의 3을 채웠는데, 정작 본회의에선 일반다수결인 2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중다수결이면 법안을 신속처리하겠다는 국회선진화법 취지가 증발한다. 이미 본회의에 회부된 백 의원 안을 상정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미 5분의 3이란 가중다수결 벽을 넘은 상태인데 본회의 투표 단계에도 이르지 못한다는 것 역시 모순인 까닭이다. 국회법 패스트트랙 조항은 '신속처리대상안건은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보는 날부터 60일 이내에 본회의에 상정되어야 한다'고 의장에게 의무를 부여했다. 이 의무를 의장이 따르지 않아도 '신속처리대상안건이 60일 이내에 본회의에 상정되지 아니할 때 그 기간이 지난 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본회의에 상정된다'고 상정간주 조항을 뒀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은 어떻게든 투표하라고 국회법이 설계한 셈이다. 결국 백 의원 안이 상정되든 상정되지 않든, 모두 다수결 원칙을 설명한 헌법 제49조에 부합하지 않는다. 

◇ 해답은?
해답은 이미 국회법에 있었다. 국회법 제85조의2(안건의 신속 처리) 제2항은 '신속처리대상안건 대안을 입안한 경우 그 대안을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최대 270일 심의 과정에서 추가 변동 사항이 있으면 대안으로 만들어 본회의에 넘기라는 것이다. 패스트트랙이 여야 교착을 피한 차안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도 상임위 수준에서 '정치적 협상'을 포기 말라고 국회법은 말한다. 문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든,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법이든 이미 상임위를 떠났다는 것이다. 같은 법 제95조(수정동의) 제4항은 '의안 대안은 위원회에서 그 원안을 심사하는 동안에 제출해야 한다"고 돼 있다. 결국 사개특위에서 법안을 넘겨받은 법사위 명의로 수정안 제출은 가능하지 않다. 대표발의 형식으로 30명 의원 동의를 받아 수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권 의원 안이든, 백 의원 안이든 어느 원안 하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한다. 수정안은 1개인데 원안은 2개인 기형이다. 패스트트랙 제도가 노출한 치명적 공백이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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