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세월호 대형오보 단초 부실수사 논란...'감사원 자료 무시'
[단독] 검찰, 세월호 대형오보 단초 부실수사 논란...'감사원 자료 무시'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12.11 18:24
  • 수정 2019.12.12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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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상황판' 작성자 감사원 시인에도 특정 불가
檢 해경수사전담팀, 상황판 촬영 경찰 조사도 생략 
당시 수사팀장 小尹 윤대진 수원지검장 "재수사 중"
지난 2014년 6월 조은석 당시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 기자실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4년 10월 6월 조은석 당시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 기자실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당시 368명이 구조됐다는 허위사실을 발표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수사한 검찰이 오보 진원지인 팽목항 상황판 작성 주체가 소방임을 충분히 알 수 있는데도 특정하지 못했다고 내사 종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대본은 사고 당일 오후 1시 기준 집계된 178명에 실체가 없는 190명을 더해 368명이 구조됐다고 공식 발표했는데 이때 출처 중 하나가 이 상황판이었다.  

11일 <위키리크스한국>이 입수한 광주지검 '해경수사전담팀'(팀장 윤대진 당시 광주지검 형사2부장)이 지난 2월 23일 작성한 '내사사건 직접수사 결과보고'에 따르면 당시 검찰은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조자가 368명이라는 허위 발표를 하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를 내사했다. 

당시 이 수사보고를 작성한 전담팀 소속 검찰주사보는 팀장 겸 주임검사인 윤대진 현 수원지검장에게 "진도군청에서 여러 외부기관의 요청에 따라 설치한 팽목항 상황판에 '190명 구조 13:30 팽목항 입항 예정'이라고 기재되었던 사실이 있"다면서 "팽목항에 있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상황판을 특별한 제한 없이 이용하였기 때문에 그 기재자를 특정하기는 어려움"이라고 보고했다. 

문제는 당시 전담팀이 감사원 의뢰를 받고 수사를 시작했는데도 소방에서 상황판을 작성했다는 감사 결과를 별다른 이유 없이 무시했다는 점이다. 광주지검은 세월호 사고가 있던 2014년 4월 말 구조·지휘 과정에서 드러난 해양경찰의 각종 문제점을 전담수사하기 위해 사고 원인을 수사한 검경합동수사본부와 별개로 전담팀을 꾸렸다. 이렇게 수사 방향을 나눈 건 사고 원인과 관련 없는 해경의 위법사실을 감사원이 적발해 수사의뢰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그해 5월 14일부터 6월 20일까지 해경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검찰보다 앞서 조사했다. 이중엔 사고 당일 오후 1시 기준 190명이 추가 구조됐다고 해경이 중대본에 잘못 보고한 이유도 포함됐다. 오보 출처를 조사한 감사원은 서해해양경찰청이 전남지방경찰청으로부터 공유받은 '팽목항 상황판' 작성자가 누구인지도 알아냈다. 

감사원 감사 결과 팽목항 상황판에 "190 목포 이송 중 회항하여 팽목항으로 이동 중 13:30 도착 예정"이라고 쓴 사람은 사고 당일 팽목항에서 구조 인원과 별개로 병원 후송 인원을 집계하던 해남소방서 방호구조과 소속 지방소방위 A씨다. 감사원은 A씨와 상관인 B씨를 함께 불러 조사했고 "박수길 당시 진도군청 관광과장이 '위에서 온 확실한 정보'라며 190명이 구조됐다고 방송하길래 상황판에 적었다가 나중에 아닌 것으로 드러나 지웠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A씨와 B씨는 본지에도 "감사원 조사에서 다 말했다"고 했다. 

감사원보다 늦게 진상규명에 돌입한 검찰 전담팀은 사고 해역에 도착했지만 구조에 실패한 해경 구조 세력을 구속하는 데에 수사력을 모았다. 그해 7월 30일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김경일 123정장을 상대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전담팀은 한 달 정도 숨을 골랐다. 전담팀이 김 정장을 불구속 기소로 방향을 정한 때인 2014년 9월 5일 해경에 불거진 다른 의혹 내사에 착수했다. 이때 '중대본 368명 오보' 또한 포함됐다. 

전담팀이 팽목항 상황판 작성자가 누구인지 내사에 착수한 지 한 달 정도가 흐른 그해 10월 감사원은 "368명 구조 오보의 경위를 조사한 결과 당일 오전부터 팽목항에 떠돌던 소문을 해남소방서에서 확인 없이 팽목항 상황판에 기록해 놓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감사원 감사 결과가 있은 지 4개월이 지난 2월 13일 "그 기재자를 특정하기는 어려움"이라고 전혀 다른 답을 내놨다. 이유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상황판을 특별한 제한 없이 이용"했다는 것인데, 작성 당사자가 감사원에서 시인한 점은 검토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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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당일 진도 팽목항에선 지자체, 경찰, 소방, 해경, 중앙정부가 함께 빚은 '오보 합작품'이 얼굴을 드러냈다. 이날 낮 12시쯤 진도군청 소속 공무원이 190명이 구조돼 팽목항으로 이동 중"이라고 방송했는데, 해남소방서 소속 소방공무원은 이 내용 일부를 상황판에 옮겨적었다. 이 상황판 내용을 소방 측 공식 집계인 것으로 판단한 당시 전남지방경찰청 정보라인은 사진을 찍어 서해해양경찰청 소속 해양경찰 공무원에게 공유했다. 서해청은 이 사진을 토대로 오후 1시 기준 집계된 178명과 중복 여부를 따지지 않고, "190명이 추가 구조됐다"고 해경 본청에 보고했다. 본청은 오후 1시 12분 이 내용을 그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전달했다. 중대본은 오후 2시 "오후 1시 기준, 368명이 구조됐다"고 언론브리핑 형식으로 발표했으나 2시간 30분 뒤 오보라고 정정했다. [사진=유영현 당시 전남지방경찰청 정보1계장 제공]

검찰 수사가 부실했음을 보여주는 단서는 또 있다. 상황판 작성 주체를 소방으로 지목한 유영현 당시 전남청 정보1계장을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유 계장은 사고 당일 팽목항에 머물면서 "190여명 구조되어 목포를 가다가 서거차도로 이동 중"이라는 진도군청 방송을 듣고 상황판(사진)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당사자다. 임광현 당시 전남청 정보과장은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유 계장이 전송한 상황판 사진을 서해청에 공유했다.

유 계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진도군청) 방송이 나오니까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구조됐나보다'라고 이슈가 된 상황인데, 소방 상황판에 그 내용 기재가 된 거다. '190명 팽목항 이동' 이렇게. 그래서 그 사진까지 포함해서 지방청 과장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유 계장은 팽목항 상황판 작성 주체를 두고 "검찰에서도 조사했다. (수사보고에서) 출처를 알 수 없다고 하면, 난감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유 계장은 검찰이 본인을 조사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전담팀은 수사보고서에 직접 조사하지 않은 유 계장이 "방송을 듣고 같은 상황판 내용을 확인하여 사진을 찍어 서해청 상황실에 있던 정보과장에게 전송하여 보고하였음"이라고 적었다. 전남청 정보 라인에게 정보로 사용된 팽목항 상황판과 그 출처인 진도군청 방송을 이어줄 당사자를 조사 대상에서 빠뜨린 것이다. 

당시 전담팀은 유 계장을 상대로 '왜 방송과 상황판을 믿었나' 물어볼 수 있었다. 이 질문을 검찰을 대신해 질문한 본지에 유 계장은 "상황판 아래를 보면 (후송) 인원을 표기하게 돼 있어서 (작성 주체를) 소방으로 판단했다"고 본지에 답했다.

본지는 부실 수사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판단한 당시 전담팀 팀장인 윤 지검장에게 '감사원 감사 결과를 합리적 이유없이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상황판 사진을 촬영한 경찰 관계자를 조사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전담팀 결론이 부실했다고 보나'를 물었으나, "구체적 내용은 현재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에서 수사 중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내왔다. 지난달 11일 임관혁 안산지청장을 단장으로 발족한 특별수사단은 형사처벌이 아닌 진상규명을 전제로 백서 수준 재수사 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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