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진단] ‘공멸’ 비상 걸린 세계 자동차산업…그리고 르노삼성차 파업 철회 여론이 확산되는 이유
[WIKI 진단] ‘공멸’ 비상 걸린 세계 자동차산업…그리고 르노삼성차 파업 철회 여론이 확산되는 이유
  • 김지형 기자
  • 승인 2019.12.12 06:43
  • 수정 2019.12.12 0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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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자율주행차 확산, 아우디 9500명, 벤츠 5040명 감원 발표
현대차 노사 ‘40% 감원해야’ 경고장 받아… 르노삼성 ‘파업 보다는 상생 나서야’ 지적 고조
세계 자동차업계가 감원 태풍에 휩싸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아우디의 첫 순수 양산형 전기차 e-트론 [아우디 제공]
세계 자동차업계가 감원 태풍에 휩싸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아우디의 첫 순수 양산형 전기차 e-트론 [아우디 제공]

아우디가 오는 2025년까지 생산직 근로자 9500명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현재 아우디에서 일하고 있는 전체 직원 가운데 10%가 넘는 규모에 해당된다.
  
아우디는 감원과 조직개편으로 2029년까지 600억유로(약 78조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자금은 향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기술 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브람 쇼트 아우디 CEO는 "이번 구조조정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독일 공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자동차 시장의 격변기에서 우리는 더욱 효율적이고 민첩하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인력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아우디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고급차업체들은 물론 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생산 규모가 큰 기업등 세계 자동차업계 전체가 잇따라 인력을 줄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 업계에서의 구조조정은 주로 비대해진 몸집을 줄이기 위해 진행됐으나 최근의 인력 감축은 미래 자동차 시장이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바뀌는데 따른 선제적 대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제작 과정이 훨씬 단순하다. 이 때문에 현재 수준의 인력 규모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다 차량공유서비스 이용자 증가로 완성차 판매마저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자동차 업체들은 인력 감축을 통해 아낀 비용을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투자해 미래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려는 몸부림치고 있다.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는 지난달 14일 “전기차를 포함한 미래 자동차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까지 인력 감축을 통해 10억유로 이상의 비용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탈이 전동화 체제 전환을 위해 2028년까지 5040명의 직원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벤츠는 2030년까지 전체 판매차량의 절반 이상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며 아예 전기차 전용 브랜드인 EQ까지 만들었다. 폴크스바겐도 2030년에는 전기차의 비중이 절반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자동차업계가 감원 태풍에 휩싸이고 있다. 사진은 미국 미시간주 오리온 타운십의 GM 근로자들이 전기차 '볼트EV'를 제작하는 모습. [한국GM제공]
미국 미시간주 오리온 타운십의 GM 근로자들이 전기차 '볼트EV'를 제작하는 모습. [한국GM제공]

▶세계 자동차업계에 휘몰아치는 감원 태풍

독일의 자동차회사들은 물론 미국, 일본 자동차회사들도 전기차 체제 전환을 전제로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밝히고 있다. 
 
GM은 메리 바라 회장의 주도로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사업장은 물론 공장까지 폐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낀 비용을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에 집중 투자해 내연기관 체제에서 잃었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게 GM의  목표다.

포드도 공장 5곳의 폐쇄를 결정했고, 닛산도 최근 1만2000여명 수준의 인력 감축계획을 발표했다.

유럽과 미국 등에 비해 아직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대규모 감원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의 태풍을 피해갈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최근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국내 업체들 역시 전기차 체제 전환에 따라 현재의 고용 규모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기 시작했고, 향후 인력을 줄이려는 회사와 이를 거부하는 노조의 극심한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달 외부 자문위원들로부터 "자동차 생산 기술 변화로 2025년에는 제조인력을 최대 40%까지 줄여야 한다"는 ‘경고장’을 받았다. 자문위는 노사에 "전동화와 모빌리티 시장 성장으로 자동차 시장의 중심축이 제조에서 서비스로 이동할 것"이라며 "대규모 설비와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자동차회사들의 경우 글로벌 경쟁사들의 움직임에 발맞춰 전기차 시대를 대비한 인력구조 개편에 나서야 할 상황이지만, 노조와의 진통을 우려해 아직까지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르노삼성차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자, 자동차전문가들은 물론 부산 시민들, 나아가 경제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시름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파업 수순에 들어간 르노삼성자동차 [연합뉴스]
르노삼성이 파업 먹구름에 휩싸이고 있다. 사진은 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르노삼성]

▶빙하시대 맘모스 ‘공멸’ 한국자동차산업에 재현될 수도

르노삼성차 노조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의 쟁의 중재 중지 결정이 난 10일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가 66.2%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파업대책위원회를 꾸린 노조난 이르면 내주 중 대의원대회를 열어 파업 수위와 시기 등을 정할 계획이다.

노조는 12일 오전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임단협 협상과 파업 절차 등을 둘러싼 회사 측의 대응을 성토하고 기본급 인상 등 노조 요구의 당위성을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지노위 결정으로 파업권을 인정받은 만큼 법에 정한 절차대로 파업 수순을 밟아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회사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결정에 반발해 행정소송에 이어 11일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앞서 9일에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도 르노삼성차 쟁의 조정 권한을 행사해 달라고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조만간 심문을 앞두고 있다.

회사가 제기한 행정소송이나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결과가 돼 파업 절차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회사 관계자는 "르노삼성차 사업장은 부산공장을 포함해 각 지역의 영업점과 애프터서비스센터, 기흥연구소 등으로 전국에 걸쳐 있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쟁의 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자동차업계가 지금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빙하시대가 갑자기 닥치면서 맘모스들이 얼어죽은 것처럼 ‘공멸’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에서, 근로조건 개선을 전제로 하는 파업은 더욱이 안일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9월부터 2019년 임단협 협상을 벌이면서 기본급 12만원 인상과 수당 및 격려금 지급 등을 요구해왔다. 이후 지난달 28일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친 본교섭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노조는 지난 수년간 흑자가 이어졌는데도 회사 측에서 기본급 인상을 거부하고 있다며 올해 기본급을 반드시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회사는 닛산 로그 위탁생산이 올해 종료되고 내년 신차 XM3의 유럽 수출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생산비용을 높이는 기본급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6월까지 2018년 임단협 협상을 벌이면서 파업과 직장폐쇄 등으로 맞서오다 지난 6월 노사가 임단협에 합의하고 상생선언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내수와 수출 판매가 위축되면서 생산물량이 감소하자 회사는 부산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를 줄이고 희망퇴직을 받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면서 노사 간 마찰이 이어져왔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 미래차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 개편을 시작하지 않으면 몇 년 뒤에는 엄청난 비용 부담을 피하기 어려워질 것이며, 변화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인식을 갖고 노사가 함께 유연한 인력 운영 원칙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번 르노삼성차 노조 파업 결의의 경우 노조가 원점에서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게 대다수 산업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위키리크스한국= 김지형 기자]

르노삼성이 파업 먹구름에 휩싸이고 있다. 사진은 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르노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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