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프리즘] 삼성그룹 ‘준법강화 & 그룹조정’ 기구신설 필요성 고조
[재계 프리즘] 삼성그룹 ‘준법강화 & 그룹조정’ 기구신설 필요성 고조
  • 양철승 기자
  • 기사승인 2019-12-12 07:23:19
  • 최종수정 2019.12.12 0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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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판부 개혁 주문 부응 ‘준법기능’ ‘사회적책임’ 강화
(2) 4차산업혁명 쓰나미… 그룹 통합 미래비전 설계-추진
(3) 계열사에 분산된 정부-NGO-언론 대응 ‘통합 시너지’
삼성전자가 1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그룹의 준법강화및 그룹조정을 담당할 기구 신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시 만 51세 이건희 삼성그룹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모두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는 이른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습니다.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합니까.”  (10월 25일 1차 공판)

“또 다른 정치 권력에 의해 향후 똑같은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기업이 응하지 않을 수 있는 삼성그룹 차원의 답을 다음번 기일까지 재판부에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12월 6일 3차 공판)

국정농단 사태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진행 중인 정준영 부장판사가 세 차례 공판에서 두 번이나 이 부회장을 향해 이례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재판부가 고난이도의 시험문제를 출제한 것이다.

재계는 정 판사의 주문이 단순한 ‘첨언’이 아니라, 이 부회장이 답안지에 적어내는 결과에 따라 향후 판결의 방향이 바뀔 수 있는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 판사는 합리적이면서도 강한 소신에 바탕을 둔 창의적 판결을 많이 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법조인이다. 법조계에서는 정 판사의 성향상 이 부회장이 답안지에 내는 결과와 ‘작량감경’ 수위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작량감경은 법률상 감경 사유가 없더라도 법률로 정한 형이 범죄의 구체적인 정상에 비춰 과중하다고 인정되면 법관이 재량으로 형을 감경하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내년 1월 17일 열리는 4차 공판을 앞두고 정 판사의 ‘숙제’가 던져진 만큼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준법 지원’ ‘책임 경영’ ‘사회적 책임 강화’를 반영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재계에서는 법무 조정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섹터(Sector)를 신설, 정치권력 등으로부터 어떠한 압력이 들어오더라도 일정금액 이상에 대해서는 반드시 이 섹터의 검증을 거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재판부의 주문에 부응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준법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새로운 차원의 미래전략실(미전실) 부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그룹에서 미래전략실이 2017년 3월 해체됐으나, 이번 재판부의 주문에다, 글로벌 대격변기에 그룹이 생존해나가기 위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통합 기능의 조직이 필요하다는 안팎의 지적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존 구조조정본부, 미래전략실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안고 있었던 역기능적 요소를 말끔히 씻고 국민들이 공감할만큼 새 시대에 맞는 틀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차산업혁명시대 글로벌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룹 통합 역할 절실

삼성이 그룹차원의 통합 전략기구를 신설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4차산업혁명시대 생존 전략'과 직결돼 있다.    

미래학자들은 3차 산업혁명 시대는 자본과 노동력이 우월한 대기업에게 유리했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는 지식과 기술, 유연성과 민첩성을 가진 기업이 유리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융복합, O2O, 인공지능을 주축으로 한 4차산업혁명은 미국 중국 독일 일본 등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기업들의 부침이 극심해지고 있다. 

구글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2030년 20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프레이를 비롯한 미래학자들은 향후 10여년 내에 포춘글로벌 500대 기업 중 절반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토마스 프레이는 "2030년 20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합뉴스]
구글이 선정한 최고의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4차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수백개 대기업들이 문을 닫고, 2030년이면 20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합뉴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과거 세상은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세상이었지만, 4차산업혁명의 세상은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세상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자본력과 노동력이 풍부한 기업들이 작은 기업들을 삼키며 성공을 거듭했지만 앞으로는 기술력과 예지력으로 무장한 가운데 신속하게 움직이는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해나갈 것이라는 진단이다.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준비하지 못하는 조직은 쇠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AI는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고, 방범, 감시, 빅데이터 활용하는 수준까지 와 있지만, 앞으로 5~6년 후에는 감정 노동자를 대체하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한편 가사노동을 대체하는 기능까지도 맡을 수 있을만큼 진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10년 후에는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번역하고, 언어를 이해하는가 하면 대규모 지식 입력-활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4차산업혁명의 쓰나미가 광속도로 밀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대표기업 삼성그룹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고, 오히려 시장을 리드하기 위해 전자-디스플레이-금융-건설 등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조정해나가도록 기구를 신설할 필요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지금까지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세상이었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엔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4차산업혁명 시대엔 큰 물고기가 아닌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 계열사에 분산된 정부-NGO-언론 대응 ‘통합 시너지’ 극대화

삼성그룹에 기구신설이 필요한 또다른 이유는 계열사에 분산된 정부-NGO-언론 대응 기능의 시너지를 위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이후 국정 제1의 목표로 부상한 일자리 창출 문제를 위해 삼성 각 계열사들이 분산해 대응하는 바람에 비용이 2중, 3중으로 지출되고 있다.

사회 각 부문에 필요한 NGO들과 언론 매체들도 계열사별로 대응하는 바람에 상호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통합 기구가 있어서 국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행사를 해야 할 때 찾아가 설명하면 관계 계열사의 몫을 합해 통합 지원해주곤 했으나, 이제는 계열사마다 쫓아다니다 보니 같은 말을 레코드처럼 되풀이 해도 ‘우리 회사와는 관계가 적다’는 답변을 받기 일쑤”라며 “정무적 판단을 해줄 기구 신설이 꼭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비서실 경영으로 오늘날 글로벌 초일류그룹의 토대를 닦았다.  사진은 서초동 삼성사옥 [연합뉴스]
삼성은 비서실 경영으로 오늘날 글로벌 초일류그룹의 토대를 닦았다. 사진은 서초동 삼성사옥 [연합뉴스]

삼성그룹은 30대그룹 가운데 ‘비서실 경영’으로 오늘날 글로벌 초일류그룹의 기초를 닦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그룹의 콘트롤타워로서의 비서실은 지난 1959년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만든 삼성물산 비서실을 모태로 하고 있다.

최고의 인재들로 구성된 삼성물산 비서실은 호암이 도쿄를 오가며 신사업을 구상할 때마다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고 사업을 구체화시킬 것인지 전략을 짜고 실행해나간 핵심 의사결정 조직이었다.

삼성 비서실은 지난 1970년대 300명 규모의 조직으로 확장됐다. 비서실은 인사, 재무, 감사, 기획, 홍보 등 그룹 차원의 전반적인 업무를 관장하면서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았다.

삼성물산 비서실은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아 ‘구조조정본부(구조본)’으로 변경되면서 주로 계열사 재편 작업을 컨트롤하는 기구로 성격도 바뀌게 됐다.

IMF를 극복한 이후 'X파일’ 사건을 계기로 삼성은 구조본을 축소하고 ‘전략기획실’로 탈바꿈하면서 쇄신을 꾀했다.

하지만 2008년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한 특검이 실시되면서 경영쇄신 방안으로 전략기획실은 해체됐다.

삼성이 법무기능 강화 및 4차산업혁명시대 생존전략을 위해 그룹 통합 기구 신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연합뉴스]
삼성이 법무기능 강화 및 4차산업혁명시대 생존전략을 위해 그룹 통합 기구 신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연합뉴스]

전략기획실은 이후 2010년 미래전략실(미전실)로 부활했다. 전략,기획, 인사지원, 법무, 커뮤니케이션, 경영진단, 금융일류화지원 등 7개 팀으로 이뤄졌던 미전실은 각 계열사에서 파견된 임직원들로 구성됐다.

미전실은 계열사의 인수합병(M&A), 사장단 인사 등 그룹내외 경영 전반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16년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미전실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미전실 해체를 약속했고, 이듬해인 2017년 3월 1일 미전실은 공식 해체됐다.

현재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와 삼성생명 ‘금융경쟁력제고TF’, 삼성물산 ‘EPC경쟁력강화TF’ 등 3개 조직이 계열사간 현안 연락 등 미전실 기능의 일부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키리크스한국= 양철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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