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폭력, 폭력, 폭력...멕시코의 끝없는 폭력
[월드 투데이] 폭력, 폭력, 폭력...멕시코의 끝없는 폭력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9.12.20 06:48
  • 수정 2019.12.20 0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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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멕시코에서 마약 카르텔 일당의 총격으로 사망한 가족. 이 총격으로 미국인 일가 9명이 몰살당했다.
지난달 멕시코에서 마약 카르텔 일당의 총격으로 사망한 가족. 이 총격으로 미국인 일가 9명이 몰살당했다.

지난달 멕시코에서 영아가 포함된 미국인 일가 9명이 마약 카르텔의 공격으로 몰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었다. 그렇지 않아도 총기를 사용한 폭력 사태가 만연한 멕시코에서 벌어진 이 사건으로 세계는 멕시코의 폭력과 치안에 대해 다시 한 번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CNN은 이 사건 뿐만 아니라 최근에 벌어진 총기를 이용한 대량 살육전에 대해 방송하면서 취임한지 1년이 지난 멕시코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채찍보다는 당근을 내세우며 ‘총탄보다는 포용’이라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실제 강력 범죄율은 줄어들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목소리가 부드러운 여인 에네델리아 에스트라다 토바르(56)는 자신이 총을 맞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었다.

무장 괴한들이 멕시코 북동부에 있는 에스트라다의 마을에 들이닥쳤을 때 그녀와 마을 사람들은 자리를 피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갑자기 총알이 비오듯이 쏟아지자 그녀는 타인의 안위가 먼저 걱정이 되었다.

“괴한들이 갑자기 나타났고, 저는 가족들부터 집 안으로 피신시켰습니다.”

에스트라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늙고 힘없는 귀머거리기 아버지를 피신시키느라 자신이 피를 많이 흘리고 있다는 사실도 의식하지 못했다.

“저는 아무 것도 느낄 수가 없었어요. 그냥, 아버지에게 ‘어서 저랑 같이 들어가세요’라는 소리를 한 것밖에는 기억이 안 나요. 그러고 나서 우리는 다른 가족들이 모두 숨어있던 집 안의 작은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내가 총을 맞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피를 많이 흘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부터였습니다.”

에스트라다는 미국 텍사스 주 소재 국경 마을인 이글패스에서 불과 40마일밖에 안 떨어진 멕시코 북동부 소재 코아우일라 주의 빌라 유니온 지역에 살고 있다. 불과 3,000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 빌라 유니온이 지난달 세계 언론의 머리기사를 뜨겁게 장식한 사건의 무대가 됐었다. 이 마을에서 범죄 집단과 보안 경찰 사이에 여러 시간에 걸친 시가전이 벌어져서 2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것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코아우일라 주의 법무부장관인 제라르도 마르케즈 구에바라는 범죄 집단 측의 19명뿐만 아니라 경찰 측에서 4명,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사건 발발 뒤 경찰은 17대의 차량을 압수했는데, 그 중 4대에는 저격용 소총이 탑재되어있었다.

코아우일라 주의 미구엘 앙겔 리퀠메 주지사는 체포된 두 명의 범인들의 말을 인용해서 범죄 집단의 이번 공격은 이 지역 주민들을 겁주기 위해 기획된 것이었다고 발표했다.

“구금된 두 명이, 자신들은 ‘북동부 카르텔(Cartel of the Northeast)’이 코아우일라 주에 공포를 심어주기 위해 보낸 대원들이라는 자백을 했습니다.”

이 범죄 집단은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했을지 모른다. 한때는 너무 나른할 정도로 조용했던 마을에 이제는 공포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복이 두려워 신분을 드러내기를 꺼리는 이 마을의 한 주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집 문을 열지 않을 수 있어서 너무나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마 저는 총에 맞아 쓰러졌을 겁니다.”

나이가 많은 이 여인은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처음에 총소리들이 너무 크게 들려서 가까운 주유소가 폭발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그는 취임 1년이 지나고 있는 현재까지 '총탄보다는 포용'이라는 당근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폭력 사태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그는 취임 1년이 지나고 있는 현재까지 '총탄보다는 포용'이라는 당근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폭력 사태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재는 멕시코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보낸 군대가 빌라 유니온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그리고 군인들의 호위 하에 시의 공무원들이 총탄 자국으로 심하게 일그러진 관청 건물을 보수하고, 잔해들을 청소하고 있다. 그러나 총탄 구멍을 메우기는 했어도 이 건물에 쏟아졌던 총탄의 흔적들은 뚜렷이 남아있다.

이번 공격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이하는 바로 전 날 발생했다. 멕시코시티의 전직 시장이기도 했던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대통령에 당선된 데에는 멕시코의 치안을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한몫을 했었다. 그러나 멕시코에서 폭력 사태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도리어 늘고 있는 실정이다.

멕시코에서는 금년 9월까지 22,059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21,581명이 사망했었다.

멕시코에서 최근에 벌어진 빌라 유니온 지역의 격렬한 총격 사건이나 북서부에서 지난달 벌어진 3명의 모르몬교 여성과 6명의 자녀들에 대한 소름끼치는 학살 사건은 연이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끌고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멕시코의 일부 지역들은 자신의 관리 하에 안전하게 변모해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빌라 유니온 지역 총기 공격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라 라구나 지역(코아우일라 주와 두랑고 주에 소재한 도시)이 어땠는지 기억하십니까? 이 지방의 범죄율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치안 계획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지요.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고 있습니다. 빌라 유니온 사건은 예외적인 경우이며 코아우일라 주가 흔하게 겪는 일은 아닙니다.”

대통령은 총격 사건 이틀 후 이렇게 말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대통령 선거에 나섰을 때 ‘총탄보다는 포용(스페인어로는 ‘abrazos, no balazos’라는 말로 운율이 들어맞는다)’이라는 혁신적인 치안 정책을 들고 나왔었다. ‘포용’ 정책에는 가난과 불평등을 줄이며 빈곤층 젊은이들이 범죄 집단의 유혹에 빠지는 동기를 제거하는 일련의 사회보장 프로그램들이 들어있다.

그는 수년 동안 유혈 사건들이 언론 머리기사를 장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월 1일 행한 대국민 연설을 통해 ‘포용’ 정책을 배가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부정부패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적어도 대중적으로는 아직까지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대통령 입장에서 멕시코의 폭력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전략을 바꿔야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그가 분명하게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아직은 ‘총탄보다는 포용’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전직 백악관과 국방부 관리를 지낸 아나 마리아 살라자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폭력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는 했어도 실제 데이터는 그 반대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범죄 집단들이 멕시코의 다른 광활한 지역들에서 막강한 통제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 같으며, 이런 식으로 범죄 집단에 권력이 넘어가고 폭력 사태가 빈번해지면서 정책 변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살라자르는 이렇게도 말했다.

다시 빌라 유니온 지역으로 돌아와서, 에스트라다는 자리에 누워 회복 중이다. 그녀는 아직 걸을 수 없다. 그녀는 자신이 다리에 총을 맞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지혈하기가 얼마나 힘들고 끔찍했는지를 잊지 못할 것이다.

에스트라다와 마을 사람들에게 상처는 육체적인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치안을 책임지겠다는 대통령의 말과는 별개로 고요했던 마을의 주민들은 이번 총격 사태로 인해 치안과 안보라는 자신들의 생각이 바뀌었는데, 이는 아마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https://edition.cnn.com/2019/12/17/americas/life-amid-mexicos-gang-violence-intl/index.html

dtp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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