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오일뱅크가 SK네트웍스의 주유소를 대거 인수했다. 주유소가 사양산업으로 평가받는 와중에 전해진 현대오일뱅크의 이 같은 행보를 놓고 현대오일뱅크가 사실 주유사업 확장이 아닌 부동산 투자를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가 SK네트웍스의 직영·임대 주유소 300여곳을 인수한 이유에 대해 "서울 강남의 요지에 자리잡은 주유소들을 매입해 편의 시설 추가 등을 거쳐 재개발해 되파는 부동산 투자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지난 11월 현대오일뱅크와 코람코 자산신탁이 SK네트웍스의 주유소 324개를 당초 시장 예상을 웃도는 1조4,000억원에 인수키로 하자 관련업계는 그 이유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주유소가 사양산업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가 인수 비용을 이상의 이익을 어떻게 창출할지에 대한 근본적 궁금증이었다.
나름 복잡한 셈법이 있겠지만 결국엔 부동산 투자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현대오일뱅크는 강남구에 5곳, 서초구 3곳, 영등포구 4곳의 직영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경쟁사인 SK에너지의 경우 강남구에만 20개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격차가 상당하다. 강남구에 더해 서초구, 영등포구 등 부동산 가치가 높은 지역의 주유소 역시 현대오일뱅크가 적다.
그런데 이번에 인수할 SK네트웍스의 직영 주유소는 서울에 49곳, 경기도에 101곳이 있다. 땅값이 오를 여지가 많은 주요 상업지역에 분포해 있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의 셈법이 결국 부동산 투자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한 주유소 중 도심 요지에 위치한 주유소에는 전기차나 수소차 충전시설을 설치해 복합충전소로서 수익성 향상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 방법으로도 사업성이 떨어진다면 상업 시설로 재개발해 가치를 높여도 손해볼 것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수자금을 대고 있는 코람코가 주유소를 재개발해 ‘주유소 리츠(부동산투자신탁)’를 설립한 뒤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업계 일각으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장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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